뉴스&칼럼
재결의 판정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
최고봉
|
2010-05-0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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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여년 전의 일이다. 어떤 말이 다른 말을 방해해서 심의가 걸렸다. 사람들은 모두 가해마가 강착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재결에서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방해의 정도가 도착순위에 영향을 끼칠 정도가 아니라서 도착순위대로 착순을 확정한다라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판례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방해를 했어도 도착순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경우 도착순위대로 착순을 확정한다는 당시의 결정은 아주 신선한 것이었다.
그 결정을 두고 경주후 뒤풀이에서 동호회 회원들끼리 오랜 설전을 벌였다. 방해는 방해이므로 예전처럼 가해마에게 강착을 줘야한다는 측과 방해 받은 말이 변마였고 이미 탄력이 죽고 있는 상황이라서 피해마는 방해를 안 받았어도 꼴찌를 했을 것이므로 가해마에게 강착을 안줘도 된다라는 측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재결을 옹호하는 측은 부진마를 조금 방해했다고 해서 괜히 인기마에게 강착을 주어 여러사람 피해를 입힐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그 판정으로 최저배당 조합이 지켜져서 큰 불만 없이 지나갔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 후 도착순위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아니므로라는 말은 재결 심의 때마다 심심찮게 등장하게 된다. 매번 방해의 정도를 어떻게 판정하느냐가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재결은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최종 판정을 내린다고 주장했고 경마팬들은 이현령비현령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더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복연식과 삼복승식까지 생겨서 이제는 3착마에게도 연식 복연식 삼복승식의 이해관계가 얽히게 되어 갈수록 논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5월 2일 10경주에서 일어난 재결 심의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11번마 하이택시가 4코너를 돌 때 안쪽으로 기대어 뒤에 오던 9번마 오페라맨의 주행을 방해했다. 그러나 재결에서는 경주흐름, 두 말간의 도착 차이, 발걸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순위변경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도착순위대로 확정했다. 한편으로는 하이택시가 다른 말의 주행에 영향을 준 사실은 인정해서 유승완 기수에게 2일 정지를 주었다.
이번에도 논쟁의 핵심은 방해를 하긴 했으되 그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재결의 판정이다. 하이택시가 3착을 한 말이라서 이말이 강착을 당하면 연승식과 복연승식 삼복승식의 적중마권이 달라진다. 그래서 하이택시의 방해 정도가 강착을 줄 정도냐 아니냐가 아주 중요한 것이다. 하이택시가 강착이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재결의 결정에 승복하지 못하고 마사회 게시판에 거세게 항의하는 글들을 올렸다.
그 경주에서 오페라맨이 방해를 안 받았을 경우 6착이 아니고 5착을 했을 수도 있고 4착이나 3착을 했을 수도 있다. 혹은 2착을 했을지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재결은 방해를 받았지만 도착순위에는 영향이 없었을 것이라고 가정해서 6착으로 인정한 것이다. 5착한 강철왕과 불과 목 차이였는데 방해를 안 받았다면 분명 순위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경마는 코 차이로도 승패가 갈린다. 코 차이의 사진 판정도 결국 재결에서 한다. 결승점에서 400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방해사건이 결승점에서 도착순위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판정할 수 있을까. 그것도 만약에 방해를 받지 않았더라도 식의 가정법을 들이대면 자의적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방해의 정도로 강착 여부를 결정하는 판정이 있는 한 앞으로도 똑같은 논쟁이 계속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재결의 판정에 승복을 못하는 경마팬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재결은 판례집같은 것을 만들어서 어떤 경우에 강착을 시키고 어떤 경우에 도착순위대로 그대로 인정할지의 구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매번 판정했던 동영상과 함께 판례집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모호한 규정이 있다면 모호한 규정을 정확한 규정으로 바꾸면 된다. 아니면 모호한 규정을 없애야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 경마도 선진경마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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