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우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가

  • 최고봉 | 2010-05-19 15:59
  • 조회수3625추천0
지난 16일 막을 내린 코리안더비에서 부산의 천년대로가 우승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강력한 인기마였던 단승식 1.4배의 머니카가 목 차이로 2착을 했다. 이로써 통합경주로 치러진 2008년부터 부산말이 코리안더비에서 내리 3년연속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역대 최강의 진용이라고 불렸던 머니카를 비롯한 서울말의 패배는 가히 충격적이다.

통합경주가 도입되고 나서 작년까지는 서울말이 전패를 했다. 하지만 금년에 서울에서는 머니카를 비롯 노던에이스, 선봉불패와 같은 걸출한 말이 배출되어서 설욕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 봤다. 지난 4월 4일에 열렸던 KRA컵 마일 경주에서 서울의 머니카가 무려 11마신 차이로 압승을 거둬서 금년은 서울의 독무대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두번째 삼관경주인 코리안더비에서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우승을 비롯 부산말이 3착, 4착을 했다. 예상과는 다르게 부산말의 압승으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이는 머니카가 부진했던 것이 아니고 지난 4월 마일경주 이후에 부산 말이 실력이 더 늘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우승한 천년대로는 직선에서 생고무같은 탄력으로 올라온 말이라서 다음 마지막 삼관경주인 10월의 농식품부장관배 2000미터 경주에서는 더 유리한 입장이다. 반면 머니카는 그때까지 여하히 지구력을 보강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코리안더비 우승마인 천년대로가 금년도 최우수 3세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작년에 칼럼에서도 밝혔듯이 부산말의 강세는 구조적인 것이다. 부산주로는 서울보다 직선주로가 45미터나 더 길고 내리막이었다가 오르막으로 되어 있는 서울과 달리 결승점 전 1200미터부터 시종 오르막이다. 또한 부산에만 1600미터 마일경주가 있어 무려 직선코스만 1100미터에 달해 체력이 강한 말만 살아 남는다. 서울처럼 1700미터 위주로 뛰면서 4개 코너에서 코너웍만 잘하다가 막판 한번만 힘쓰는 얍삽한 말몰이로는 부산에서 1600미터의 기나긴 직선을 견딜 수 없다.

구조적으로 근성이 더 요구되는 부산주로에서 단련된 말이 갈수록 걸음이 늘어나는 것이 확연히 보인다. 지난번 4월의 마일경주에서 머니카에게 참패했던 부산말들이 한달후 5월에 치러진 코리안더비에서 모두 머니카와 착차를 줄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앞으로 10월에 있을 마지막 삼관경주에서는 부산말이 지금보다 더 월등한 능력을 보일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산과 서울에서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기수들의 레이스 전개다. 서울은 초반에 선행을 한 마리가 나서면 모두 제어하면서 힘 안배에 들어간다. 이를 어기면 불필요한 선행경합이라고 해서 기승정지를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초반에 자리싸움이 치열한 경우가 별로 없다. 하지만 부산은 거의 매경주 초반 경합이 심한 편이다. 기수들의 레이스가 초반부터 파이팅이 넘친다. 아마도 말도 안통하는 용병기수까지 있어서 더 심할 것이다. 대부분의 부산 경주는 서울보다 초반부터 심한 체력전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이점도 마필의 경주력 향상에 약간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외국의 대상경주를 보면 18마리 정도가 초반부터 심하게 경합을 하다 중간도 경합하고 막판도 경합한다. 우리보다 출주두수도 많고 경합도 치열해서 강인한 체력이 요구된다. 정말 체력이 없다면 해외 원정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한국경마를 세계적인 경마로 발전시키려면 초반부터 강력하게 경합하면서 체력을 기르도록 유도해야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부산기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는 보기 좋다. 용병을 중용한 것도 경쟁을 유도한 면에서 일조를 한 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부산이 더 좋은 것 한 가지가 있다. 발주기 앞에서 악벽을 부리는 말이 부산은 거의 없다. 왜 부산이 서울보다 발주기 진입이 더 순조로운가. 서울 마필 관계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