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노장의 투혼

  • 최고봉 | 2010-11-0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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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 토요 7경주에서 김귀배 기수가 인기순위 8위로 팔리는 금빛특급으로 우승하면서 복승식 462.2배 쌍승식 1446.4배 삼복승식 787.3배의 고배당을 터트리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국내 최고의 기수 박태종 기수가 탄 최고로는 단승식 1.3배 연승식 1.0배로 팔려 강축으로 팔렸으나 인기에 부응하지 못하고 5위에 그쳤다. 과천 최고의 기수가 부진한 탓에 김귀배 기수의 선전이 더 돋보였다.

1962년생으로 우리나이로 49세인 김귀배 기수의 요즘 행보가 심상치 않다.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하루에 2승을 하면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깜짝쇼이거니 하면서 다들 이변이라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11월 첫주 토요경마에서 비인기마 금빛특급으로 또 다시 우승을 하자 반신반의 하는 모습이었고 다음날 일요 3경주에서 신마인 임페리얼스타로 2착에 성공하자 김귀배 기수의 선전을 이제 이변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귀배 기수는 1979년 정규 5기로 데뷔해서 지금까지 32년 동안 기수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참 기수다. 최근 데뷔하는 신인 기수들은 모두 자식뻘이 되고 그에게 기승 기회를 주는 대부분의 조교사는 그의 후배들이다. 기수를 한 햇수는 오래됐지만 32년동안 280승의 초라한 성적이 전부일 만큼 부진한 기수다. 1년 평균 8승정도로 한달에 한번 꼴도 우승하지 못하는 저조한 성적이다.

마사회 사이트에는 김귀배기수 연도별 성적이 93년 이후 통계만 나와있다. 최근에는 더 부진해서 93년부터 2010년까지 18년 동안 1년에 최고 승수가 금년에 기록한 5승이다. 작년 2009년에는 일년에 우승을 한번도 못한 것을 비롯 0승인 해가 6년이나 된다. 심지어 1999년에는 0승 2착 0회로 단 한번도 입상을 못한 해도 있었다. 이러한 극심한 부진을 딛고 금년에 5승을 기록해서 최근 자신의 최고 승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금년 경마일이 아직 두달이나 남아 있어 김귀배 기수의 신기록 행진이 어디까지 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나이가 들면 신진대사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젊었을 때보다 체중관리가 더 힘들다. 나이가 들면서 소위 똥배라는 뱃살이 붙기 시작한다. 50줄을 바라보는 나이에 부활의 노래를 부르는 김귀배 기수가 그만큼 체중관리와 체력관리를 잘 했다는 의미다. 30년을 지겹게 먹을 것 못 먹고 지내면서 자기관리에 성공한 김귀배기수에게 찬사를 보낸다. 더구나 이렇다할 성적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20년을 넘게 지속되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다는 점에서 성적이 부진한 다른 기수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너도 기수냐라고 손가락질 받고 어쩌다 한번 우승하면 금년 귀배 농사는 다 끝났다고 조롱받던 기수였다. 다시 말해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 존재감이 없는 기수 요즘 말로 루저였다. 하지만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기다린 끝에 다른 기수들이 은퇴할 시점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그의 불꽃투혼이 아름답다.

이제 그는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다. 그가 쓰고 있는 기록은 모두 우리경마의 신기록이다. 국내 최고령 기수의 기록도 그가 기수를 그만 둘 때까지 신기록을 세울 것이다. 엊그제 전국노래자랑 특집 기사를 보니 엠시를 보는 송해씨의 나이가 83세였다. 이제 나이는 문제가 안된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많은 루저들에게 희망을 준 김귀배 기수가 오래도록 경마장에서 투혼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장하다 김귀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