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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이 세상을 바꾼다
최고봉
|
2011-04-1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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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마트에 가면 쇼핑카트가 있다. 고객이 구매를 마친후 주차장까지 카트를 끌고 와서 차에 물건을 실은 다음 그 카트를 원래의 자리에 갖다 놓지 않고 그대로 두고 가는 경우가 많다. 마트측에서는 이 카트를 정리하는 것도 일이라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서 일일이 수거해야 한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카트를 처음 쓸 때 코인을 넣어야만 카트를 쓸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다. 카트를 반환해야만 처음 넣었던 돈을 찾을 수 있으므로 그 이후 카트문제가 해결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처럼 간단한 시스템의 변경만으로도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경마시행체계에서도 이런 시스템의 변화가 경주의 질을 높이고 부정경마의 소지를 없앤 경우를 볼 수 있다. 바로 삼관마 제도가 그것이다. 높은 상금과 더불어 명예까지 함께 거머쥘 수 있는 삼관마경주는 현 경마시행 시스템 중에서 최고로 성공한 케이스다. 서울 부경 모든 경마 종사자들이 한해 농사를 모두 삼관마 시스템에 맞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관마 시스템이 정착되어 감에 따라 모든 마방은 신마 구입에서부터 삼관마 우승을 목표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다. 이어 2세마 경주인 브리더스컵에서 가능성을 시험한 뒤 첫 삼관마 경주인 KRA컵 마일 경주에 출전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한다. 이러다 보니 신예 기대주들은 소위 탐색이라는 부정적인 승부패턴이 거의 없어졌다. 4월에 열리는 KRA컵 마일 경주와 5월에 열리는 코리안더비에 출주하기 위해서는 2세마부터 적어도 3승 이상을 하면서 승군점수를 높여야 한다. 그러다 보니 서울 부경 할 것 없이 하위군에서는 매번 박진감 넘치는 경주가 펼쳐진다.
최근 5월에 열리는 코리안더비를 앞두고 승군점수를 높이기 위해 각마방에서는 강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부경에서는 4월 3일 KRA컵 마일 경주에서 4착을 하는 바람에 승군점수를 획득하지 못한 천지호령이 4월 15일 2주만에 서둘러 출전해서 입상을 하면서 승군점수를 높여놨다. 1.8배의 저배당이 속된 말로 땡땡 굳어서 들어왔다. 서울에서는 4월 17일 코리안더비를 준비하는 광야제일과 슈트인이 1.5배의 저배당 마권을 지켜주면서 두 마리가 월등한 능력차로 입상했다. 평소에 말을 아껴서 승부한다고 알려진 마방도 5억의 총상금이 걸린 코리안더비 앞에서는 강공으로 일관한다. 이것이 시스템의 힘이다.
반면 아직도 군별 대상경주가 남아 있는 2군에는 승부기피 유혹이 많다. 이는 제도상의 허점을 파고드는 것이라서 하루빨리 군별 대상경주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총 25개의 대상특별경주 중에서 17개가 2군경주다. 거의 70%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러다 보니 능력 있는 말은 2군시절에 대상경주 한번 못 먹고 1군으로 승군한 넘이 바보가 된다. 돈과 명예가 걸린 대상경주가 2군에만 이렇게 많이 몰려있다보니 능력마는 승군을 피하다가 적당한 경주 하나를 골라서 대상경주 우승을 노리는 전략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2군에는 1군 승군을 앞두고 운기조식하는 이무기들이 득실득실한 것이다.
필자는 매년 초에 대상경주 시행 계획표가 발표되면 2군경주만 따로 체크해 둔다. 그리고 각 대상경주 한달 전에 어떤 능력마가 승부기피를 할지 승군착순에 걸린 말을 빼는 예상을 검토한다. 마필능력과 전개로 경주를 예상하는 작업은 즐겁지만 승부기피를 예측하면서 예상한다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2군 대상경주는 승부기피를 유발해 부정경마를 조장하는 측면도 있어 하루빨리 없어져야할 것이다.
마필관계자들은 대상경주에 우승해서 최대의 수익과 명예를 얻고자 한다. 능력마가 2군 일반경주에서 승군을 피하기 위해 승부를 기피하고 다음에 열리는 대상경주에서 입상을 노리는 것은 현시스템상 당연한 현상이다. 코리안더비 뚝섬배 코리안오크스 그랑프리 등 연령한정 경주나 오픈경주 혹은 성별 한정경주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다. 오히려 이런 경주에 나가기 위한 승군점수를 채우려고 강공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부정경마를 막고 매경주 최선의 승부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2군대상경주 시스템은 없애야 한다. 경마팬들이 원하는 것은 삼관마 시스템처럼 2세부터 3세까지 최선의 승부를 유도하는 우승열패가 확실한 시스템이다. 앞으로는 2군 대상경주 시상식에서 박수치고 싶지 않은 마필이 우승하는 것을 안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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