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기피를 없애라

  • 최고봉 | 2011-11-2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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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 일요 7경주에서 4번마 번개돌이에 기승했던 원정일 기수가 결승선 직선주로에서 추진동작이 불량해 경주전개부적절로 기승정지 15일이라는 중징계를 당했다. 또한 정호익 조교사는 불분명한 작전지시로 경주결과에 지장을 초래한 것에 대해 벌금 200만원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기수와 조교사가 동시에 중징계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경마팬들은 출주한 모든 말들이 최선의 승부를 다할 것이라고 믿고 우승마를 추리하고 베팅에 임한다. 하지만 개방체제가 아니고 독점적인 한국 마사회가 모든 것을 주관하는 한국경마의 현실에서는 모든 말이 전력승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단순히 기수와 조교사를 벌한다고 해서 쉽게 고쳐질 수 없는 문제라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제일 먼저 해결해야할 문제가 출주수당이다. 출주마에게 착순에 못들어도 출주장려금 성격의 출주수당을 주는 제도는 우승열패가 있는 경마시스템에 반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전혀 승부할 의사가 없는 말도 출주하면 보상을 받기 때문에 마주도 좋고 조교사도 좋고 기수도 좋고 심지어는 관리원에게도 좋은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는 모든 말이 전력승부할 것이라고 믿고 베팅을 하는 경마팬만 죽이는 시스템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불거졌듯이 경주초반 무리하면 마체이상이 우려되어 편하게 탈 것을 주문한다는 것은 명백히 초반에 자리 잡기 승부를 기피하는 것이다. 승부의사가 없는 말이 왜 출주하는 것인가. 출주만 해도 돈이 되기 때문이다. 부정경마를 획책하는 출주수당 제도를 없애야 한다.

승군착순제도도 문제다. 이번사건에 문제가 된 번개돌이는 삼착승군에 걸려있는 말이다. 직선주로 결승점이 가까워지자 삼착을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마필추진동작을 불량하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삼착은 연승식과 복연식 삼복승식과 연관되어 있는 마권이라서 이말에 베팅한 경마팬들은 강도에게 돈을 강탈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따라서 부정한 방법으로 삼착을 회피한 기수와 조교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승부기피를 일삼게 되는 착순승군제도를 없애든지 현실적으로 못 없앤다면 후검량 기준이 되는 7착마까지 상금을 합산해서 조건상금을 산정하든지 개선책을 내놔야된다. 모든 착순상금을 합산해서 조건상금을 계산한다면 승군을 기피하기 위한 탐색은 지금 당장이라도 없앨 수 있다.

조교사의 경마관도 문제다. 부산의 울줄리 조교사는 신마입상 비율이 40%에 육박한다. 반면 한국 조교사 중에서는 신마의 입상비율이 6%인 사람도 있다. 즉 데뷔전에서 탐색은 한국경마에서는 공인된 방법이다. 하지만 울줄리 조교사는 데뷔전에서 반드시 승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신마경주에서 주행심사를 보고 마필 능력을 추리해서 마필 능력대로 믿고 베팅할 사람은 울줄리 조교사 밖에 없다는 뜻이다. 승군전 입상률에서도 울줄리 조교사는 32%로 부산에서 1위다. 부산 2위는 김영관 조교사로 31%다. 여러말이 많지만 김영관 조교사가 승군전에서 승부만큼은 제대로 한다는 증거다. 하지만 많은 조교사들이 승군전에서 바로 입상하는 비율이 10%대이다. 즉 승군마 10두 중 한 마리만 입상한다는 뜻이다. 승군전 탐색이라는 용어 자체가 만연한 것도 어찌보면 우리경마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나온 것처럼 마필에 무리가 갈 것이니 편하게 타라는 지시는 없어져야 한다. 그럴 것이면 처음부터 출주시키지 말아야 옳다. 그말에 베팅하는 경마팬은 어쩌란 말인가. 부산에서 울줄리 조교사를 포함한 몇몇 조교사가 주행연습이라는 것을 한다. 휴양마이거나 신마인 경우 스스로 주행심사를 신청해서 최종적으로 마필을 점검한 후에 실전승부를 하는 것이다. 승부하지 않을 말을 실전에 투입해서 실전에서 연습하는 것보다는 주행연습을 통해 점검하는 것이 경마팬을 위하는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서울도 울줄리 조교사와 같은 외인 조교사를 대폭 영입해서 새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히딩크가 한국 축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처럼 우리끼리 안되면 외인을 대폭 영입해서 경마장 풍토를 바꿔야 한다.

마필이 승부할 의사 없이 출주하는 현 경마 시스템은 하루 빨리 폐기 되어야 한다. 이런 제도가 오래갈수록 경마팬들만 골병이 든다. 출주만 해도 수당을 주는 현제도에서는 승부의사 없이 출주하는 조교사나 기수만을 나무랄 수 없다. 이것을 제도적으로 조장하고 있는 마사회가 최종 책임을 져야한다. 제도상으로 몇가지만 손을 봐도 앞으로 승부기피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