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일 기수의 재발견

  • 최고봉 | 2012-09-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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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일 기수가 7월 둘째 주에 2승 2착 3회를 기록하면서 선전했다. 화려한 기수생활을 보낸 적이 없는 그가 팬들의 기억에서 멀어져가는 시점에서 갑작스레 좋은 성적을 내자 모두 의아해 하고 있다. 보통 기수들이 성적이 좋다가도 나이가 들면서 하강곡선을 그리기 마련인데 나이가 들면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원정일 기수는 작년 11월에 10조 소속의 번개돌이로 기승정지 15일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안그래도 부진했던 그에게 2개월간 기승정지를 당한 것은 커다란 시련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원정일 기수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안그래도 부진한 기수가 공백 후에 돌아와서 좋은 성적을 낼 리가 만무했다. 이제 그는 팬들의 뇌리에서 거의 사라져가는 기수가 되어 있었다.

이런 원정일 기수를 품어준 이가 47조의 황영원 조교사였다. 그는 기승정지가 풀린 금년 2월 47조에 둥지를 튼 후부터 안정을 찾았는지 성적이 가속도를 붙이면서 급상승하고 있다. 3월에 1승, 4월과 5월에 2승, 6월에 3승, 7월 2주현재 3승 2착 4회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7월경마가 아직 2주나 더 남아 자신의 월간 최고승수를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47조는 기수들의 재활공장이다. 얼마전까지는 김귀배 기수가 소속되어 있다가 재기에 성공한 후 최근 21조로 옮겨갔고 지금은 부민호 서도수 기수가 원정일 기수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47조 황영원 조교사는 부진한 기수를 받아들여 그들이 제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소속조 기수들을 밀어주고 있다. 황조교사는 기수시절 71승이 말해주듯 부진한 성적을 냈다. 과부사정은 과부가 안다고 기수시절 설움을 받았던 그가 무명의 기수들을 품어주고 밀어주고 있다. 그 혜택을 제일 많이 받은 기수가 부평초처럼 떠돌던 원정일 기수다.

원정일 기수는 정규 19기로 1999년에 데뷔했다. 오경환 한성렬, 이준철, 윤태혁 기수와 동기다. 74년 생이니까 우리나이로 38세다. 금년 4월에 위너트로피로 200승을 했으니 데뷔 12년만에 200승을 했다. 남들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지만 서서히 부진에서 탈피하는 시점에서 200승을 넘겼다는데 의의가 있다. 같은 처지의 많은 기수들이 점차 하향세를 타고 있는 때에 거꾸로 승수를 늘리면서 상승세를 타면서 얻은 200승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기수들은 보통 데뷔후 신인기수 시절에 감량 잇점으로 승수를 쌓아간다. 이때 좋은 기량을 선보여야 수습 딱지를 빨리 뗄 수 있다. 수습해지 후에 감량 잇점이 없어지면서 한번의 고비가 온다. 이시점에서 또 한번 능력을 보여줘야 잘 나가는 기수가 된다. 대부분의 기수는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평범한 기수로 머물게 된다. 평범한 기수도 오래 기수생활을 하다보면 성적이 좋을 때가 온다. 성적이 좋으니 여기저기서 좋은 말을 태워주게 된다. 이때가 또 한번의 고비다. 갑자기 인기마를 많이 타게 되었을 때 입상에 실패하면 다시는 그 기수를 찾지 않는다. 역시나 안되는 기수구나 하는 낙인이 찍힌다. 이러면서 영영 잊혀지는 기수가 된다.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그 기회를 잡아야만 능력 있는 기수로 발돋움 할 수 있다. 준비된 자만이 이런 기회가 왔을 때 안 놓치고 도약을 할 수 있다.

원정일 기수가 최근 많은 인기마를 타고 거의 다 입상에 성공했다. 더구나 비인기마로도 입상을 하면서 고배당을 내었다. 인기마를 가지고 인기에 부응해주고 비인기마로도 입상을 해주는 등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많은 팬들이 저 기수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원정일 기수 맞는지 신기해하고 있다. 원정일 기수가 제몫을 해주니 여기저기에서 말을 많이 태워주고 있다. 예전처럼 패전처리용이 아닌 승부용으로 태워준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제대로 잡은 것이다. 이는 그가 능력이 충분히 있었으나 그동안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원정일 기수는 이제 보니 능력 있는 기수다. 어쩌다 우연히 기회가 왔고 그 기회를 잘 살려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동안 인고의 세월을 견디면서 충분히 준비된 기수이기 때문에 40줄을 바라보는 때에 오히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은 하향세를 그리는 시점에서 오히려 상승세를 탄 원정일 기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번도 전성기가 없었던 그가 늦게라도 만개해서 특급기수 반열에 오르기를 바란다. 그리고 모든 루저들의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 원정일 기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