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의 찬호에 의한 찬호를 위한

  • 최고봉 | 2013-08-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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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기 신인기수 이찬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8월 24일 토요일 6회 출주에 4승을 쓸어담아 승률 66.6%의 가공할 성적을 거뒀다. 그날 문세영 기수 9전 1승 2착 1회, 이쿠기수 8전 2착 2회의 성적과 대비되어 더욱 돋보였다. 당일의 히어로는 이찬호였다. 그날 경마가 이찬호의 스타탄생을 위해 준비된 날인 듯 했다. 그날 경마는 찬호의 찬호에 의한 찬호를 위한 경마였다.

다음날 25일 일요일 1경주에서 양주포구로 1승을 추가해서 동기생 중에서 제일 먼저 10승 고지에 올랐다. 이제 이찬호 기수는 10승을 넘겨 감량이 -4kg에서 -3kg으로 줄었다. 동기 생들이 대부분 3승인 점을 감안한다면 거의 세배에 가까운 속도로 성적을 내고 있는 셈이다. 그의 통산 전적은 79전(10/11/11/4/9)로 승률 12.7% 복승률 26.6% 연승률 40.5%로 특급기수급이다. 1,2,3착이 모두 엇비슷하게 좋게 나오는 고른 성적 분포를 보이고 있다.

1992년 생으로 만 21세인 이찬호 기수는 금년 6월에 동기생 4명과 함께 31기로 데뷔했다. 데뷔 당시 부친이 49조 조교보인 것이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주로 타는 말이 소속조 9조와 49조의 지용훈 지용철 형제 조교사 말이다. 하지만 최근 성적이 급상승 곡선을 그리자 타조에서도 많이 태워주고 있다. 이제 과천벌에서는 감량기수를 기용해서 승부할 때 이찬호 기수를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작년에 데뷔한 30기는 박현우 기수와 안효리 기수 단 두명이라서 감량기수로 말을 얻어탈 기회가 많았다. 반면 금년 데뷔한 31기는 이찬호 조한별 송재철 김태훈 권석원 등 모두 5명이나 된다. 아무래도 말을 나눠 타게 되다보니 작년 선배들보다 1인당 기승기회가 더 줄어들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찬호 기수가 3개월째 10승고지를 달성해 그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데뷔하는 신인기수들을 보면 과거와는 달리 기승술이 기존기수와 거의 대등하다. 예전에 신인 감량기수는 선행마에 타서 끝까지 잘 매달려있다시피 해서 감량잇점으로 입상하는 것이 공식이었다. 하지만 요즘 신인들은 선추입이 자유롭고 채찍도 잘 쓰는 등 기존 기수들과 동등한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거기에 감량 잇점까지 있으니 요즘은 신인들 세상이다.

특히 이찬호 기수는 균형 감각이 아주 뛰어나다. 직선에서 말몰이를 보면 한손으로 계속 강하게 밀어주면서 다른 손으로 채찍을 대는데 자세가 전혀 흔들림이 없다. 밀어주는 힘과 리듬이 뛰어나고 균형이 잘 잡혀 있어 직선에서 말의 능력을 끌어내는 데 탁월하다. 그래서 다른 신인들보다 추입마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찬호 기수가 입상한 말은 감량 잇점으로 입상한 것이 아니라 그의 기승술에 힘입어 입상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찬호 기수가 그동안 입상한 말은 인기마 보다는 비인기마가 많았다. 그만큼 객관적인 말의 능력보다 성적을 더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원래 9조와 49조는 말을 천천히 만드는 집이다. 즉 대기만성형 패턴으로 말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이찬호 기수가 들어오면서 마방의 승부패턴이 달라지게 되었다. 타는 족족 입상을 시키는 바람에 승군속도가 빨라졌다. 한 기수가 마방의 운영 패턴까지도 영향을 주게 생겼다.

이찬호 기수는 대형 기수로 성장할 재목감이다. 초반 자리잡기와 중간 전개가 좋고 다부진 막판 밀어주기까지 그의 탁월한 기승술을 보노라면 박태종 문세영 조인권 뒤를 이을 괴물 신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꾸준히 정진한다면 특급기수 계보에 당당히 이름석자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찬호 기수의 분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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