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급제도와 승부기피

  • 최고봉 | 2015-02-2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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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가 경마혁신방안의 하나로 금년 2월부터 레이팅시스템을 도입했다. 6등급을 제외하고는 전부 레이팅제에 의해 경주가 시행되고 있다. 아직 시행초기라서 여러 가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경마팬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경마팬들이 경마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스템을 제대로 알아야할 필요성이 있다.

레이팅 시스템으로 되면서 가장 큰변화는 6등급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경주가 핸디캡경주로 치러진다는 점이다. 예전에도 핸디캡 경주가 있었지만 예전과 큰 차이는 핸디캡이 레이팅 점수에 의해 매겨지는 것이다. 점수 1점당 0.5kg의 차이를 둔다. 최저부중은 51kg으로 모두 같고 최고부중만 1등급이 60kg, 2등급이 59kg, 3~4등급이 58kg, 4~5등급이 57kg으로 차이가 있다. 예전처럼 1군 능력마에게 63kg 등의 과도한 부담중량을 주는 것은 없어졌다.

거의 모든 경주가 핸디캡이다 보니 1주일 전에 출마등록을 하게되어 1주일전에 미리 같이 출주할 말을 알 수 있다. 핸디캡 부담중량도 매주 일요일 12시에 미리 발표되어 출마투표 훨씬 이전에 동반출주할 말과 부담중량을 미리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경주를 미리 준비할 수 있어 연구하는 경마팬들에게는 레이팅시스템이 유리한 제도다.

경주후 레이팅 부여의 원칙은 증량은 후하게 감량은 인색하게이다. 경주결과가 나오면 2~5위마 사이에서 기준마를 정하고 기준마를 이긴 말에게는 1마신 기준 2포인트 내외로 레이팅을 증량한다. 반면 기준마에 진 말은 최근 3회이상 연속적으로 바닥을 기는 등 전력하향세가 뚜렷하지 않는 이상 레이팅 감량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승부기피를 해봤자 레이팅이 안내려가니 승부기피가 의미 없다.

2월 15일 일요일 마지막 10경주는 2등급 1200미터 경주였다. 총 14두가 출주한 경주로 경주후 레이팅 변화를 보면 아주 흥미롭다. 기준마는 4착한 8번마 아우건킹이었다. 1착한 9베스타하이는 레이팅이 94로 +7이 되었고 2착한 4타피포인트는 95로 +3, 3착한 5이스트글로리는 100으로 +1이 되어 1점이 모자라 2군에 남게 되었다. 반면 기준마 밑의 5착부터 10착까지는 레이팅이 변화가 없다. 11착한 13월드짱만 89로 -1감량되었으나 12착한 12피코나이스는 0으로 감량이되지 않았다. 아마도 승군전인 전경주에서 4착으로 선전한 것을 감안한 듯 하다. 13착한 클레이샷은 -2감량되어 최고 감량되었고 14착 꼴지를 한 11금순이엄지는 0으로 레이팅변화가 없다. 최근 2연승으로 승군해서 앞으로 한두번 더 지켜보자는 뜻인 듯 하다. 정리하면 기준마보다 성적이 부진한 말 중에서 감량은 겨우 2두만 받았고 나머지는 레이팅 변화가 없다.

위에서 본 것처럼 강급제도가 있는 레이팅시스템이 혹 승부기피를 유도할 수 있지않느냐 하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위 경주의 경우 출전등록 신청을 한말은 총 31두였고 그중 17두가 출전하지 못했다. 출전등록마가 넘칠 경우 대상특별경주우승회수, 6개월상금, 레이팅점수, 1년상금순으로 출전자격을 주기 때문에 강공은 필연이다. 더구나 성적이 안나와도 쉽게 감량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하위군으로 강급도 쉽지 않다. 설령 강급이 된다 하더라도 3군에서는 최고부중인 58kg을 달 가능성이 높아 하위군에서 입상한다는 보장도 없다.

새로운 레이팅 시스템은 경마팬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 예전보다 훨씬 박진감 넘치는 경주가 많아질 것이고 평균 배당도 다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성적이 저조하다고 무조건 레이팅을 낮춰주는 것이 아니라서 모든 말이 제대로 승부할 가능성이 높다. 출주마와 부중이 미리 공개되기 때문에 자신이 추리하고 연구하는 경마팬들에게는 더 유리한 시스템이다. 새로운 레이팅제도에 잘 적응한다면 앞으로 승리하는 날이 더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