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팬을 섬겨라

  • 최고봉 | 2015-04-2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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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주 경마 매출이 100억을 넘긴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컴퓨터가 수용할 적정 용량을 초과하는 바람에 전산마감이 안되어 발주가 지연되는 일이 가끔 있었다. 그때가 경마장에 사람도 돈도 제일 많이 몰릴 때였다. 지금 경마매출은 정점을 찍고 하강중이다.

매출이 줄면 매출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 편의를 증대하는 등 대책을 세우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한국마사회라는 공기업은 매출이 주는 와중에도 고객의 등을 떠밀어 못나오게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역주행도 이만저만한 역주행이 아니다.

아는 지인 한분이 요즘 경마장에 잘 가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분은 사업 때문이든 집안일 때문이든 1경주부터 할 수는 없고 아무 때나 시간이 나면 지점을 찾아 경마를 즐기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좌석정원제가 생기고난 후부터는 후반부에 지점에 들르면 자리가 없어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정말 들어가고 싶으면 지점 앞에 줄을 서서 나오는 사람이 있어 빈 좌석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하거나 암표를 사야한다고 한다. 암표 사기가 싫어 그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다 보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고 창피한 생각이 들어 요즘 시간이 늦으면 아얘 마장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하루이틀 안가다 보니 자연스레 경마장 발을 끊게 되었다는 말씀이었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열차도 입석이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면 제 시간에 목적지에 갈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하다. 코레일의 입장에서 보면 추가 투자는 안하고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다. 누이좋고 매부 좋고 서로 윈윈이다. 반면 마사회의 좌석정원제는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미리미리 예매를 하거나 아침부터 나가 표를 끊지 않는 사람은 이용할 수 없는 제도다. 마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전체적인 입장객수 감소를 불러와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마장에 오는 사람을 막는지 모르겠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좌석 판 돈이 필요해서 이런 말도 안되는 제도를 운영한다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경마팬들은 마사회 매출이 떨어지든 오르든 관심 없다. 경마를 좋아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하시라도 경마를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다. 좌석이 없다고 지점 입장을 막고 본장으로 가라고 유도하니 과천 본장은 본장대로 사람이 몰려 도때기시장이 되고 있다. 경마팬은 지점에서건 본장에서건 대접을 못받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충분히 대접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 충성심이 생긴다. 이렇게 홀대를 받다보면 시행체에 대해 적대감만 쌓일 뿐이다. 근일내에 영종도 등에 다른 경쟁 사행산업이 생긴다면 경마팬들이 미련없이 대거 옮겨갈 것이다.

좌석정원제로 지점 입장인원을 제한하고 본장의 혼잡함을 해결하려면 인터넷 베팅의 부활이 꼭 필요하다. 인터넷 베팅은 어떤 법적 근거가 없고 사감위의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타 사행산업인 스포츠토토는 편의점에서까지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마권을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것을 막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 많은 경마팬들이 그렇게 원하는 데도 마사회는 인터넷 베팅을 부활하는데 손을 놓고 있다. 한국 경마팬들은 싱가포르에 중계되는 부산과 서울 일부경주를 싱가포르 경마장에 인터넷으로 베팅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싱가포르는 인터넷 베팅이 되기 때문이다. 아니 전세계가 인터넷 베팅이 된다. 이상한 나라 한국만 안된다. 되는데 안한다.

경마팬들의 소망은 간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경마를 맘껏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좌석이 없어 빈좌석 날 때까지 지점 정문 앞에 줄을 서 있는 경마팬이 없어야 한다. 등산이나 낚시를 하다가도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노리던 말이 나오는 경주에 베팅할 수 있어야 한다. 마사회는 경마팬을 섬기는 자세로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경마팬들은 경마를 충분히 즐길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