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말 잘탄다' 김효섭 기수

  • | 2004-04-1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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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가파른 상승세

제 11회 SBS배 우승 장면

2004년 GIII 뚝섬배 대상경주에서 '고려방'에 기승하여 우승을 차지한 김효섭 기수가 4월 10일(토)과 11일(일) 거둔 성적은 총 11회 출전 4승 2착3회(복승률:63.6%)이다. 4월 3일(토)과 4월 4일(일)은 3승 2착2회. 김효섭 기수는 2003년 그랑프리에서 '언어카운트들리'에 기승하여 3착하였지만 재결위원들은 경주전개부적절(결승선상 방심패)로 판단하여 기승정지 10일간의 제재를 내렸다. 그로인해 2004년 첫 기승을 2월 15일이 되어서야 할 수 있었고, 다승 부문에서 이동국 박태종 기수 등에게 뒤쳐졌다. 하지만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벌써 16승을 기록하여 이동국 기수(20승)와 박태종 기수(19승)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경주 분석 능력은 독보적

이번 뚝섬배 대상경주에서 '고려방'이 최고의 스프린터로 등극한 것은 마필 자체의 능력이 우선함은 물론이지만, 경주 초반 예상되던 선행경합을 피하고 4위권의 선입작전을 구사하여 선두권이 결승선상에서 무너지는 틈을 정확히 노린 김효섭 기수의 영리한 경주전개도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김효섭 기수의 최대장점은 자신이 출전하는 경주를 읽어내는 우수한 능력, 마필의 힘을 정확히 안배하면서 무리가 없는 얄미울 정도의 경주전개, 돌발적인 상황에대한 뛰어난 대처능력 등이다. 물론 어지간한 마필로도 선행을 받아내는 발군의 스타트 능력도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수자리를 다투고 있는 박태종 기수의 동물적인 경주감각과 탱크같은 추진력 등과는 달리, 냉철한 이성의 모습이 번득이는 장점들을 살려 현재 최고의 활약상을 펼치고 있다.

2004년 화려한 비상의 시작

김효섭

올해 김효섭 기수의 성적을 보면 놀랍지 않을 수 없다. 현재 71전 16승 2착 14회의 성적으로 승률 22.5%, 복승률 42.3%를 기록 중이다. 1997년 92승, 1998년 82승 등의 성적을 생각한다면 별다를 일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부정경마에 연루되는 부침이 있었던 2000년 하반기부터 2002년 상반기까지 근 2년간 경주마에 기승하지 않은 것을 생각할 때 정말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2002년 20승을 거두면서 복승률 36.4%의 확실한 복귀신고를 헸고 2003년 다승 1위 기수에 오르면서 절정의 기량을 과시, 2004년에는 꽃망울이 터져버린 화려한 비상을 하고 있다.

제대로 뛰어볼 판이 벌어진다

현재 과천경마장 상위권 외국산마들의 전력은 예전에 없던 개별수입마로 인해 질적으로 향상되었고, 자유로운 각질의 마필들 다수로 구성되었다. 예전 '신세대' 처럼 시원하게 한바퀴를 돌아버리는 선행 일변도의 마필들이 적어진 것이고, 혹 어떤 마필이 이를 시도하면 선입권 마필들이 그냥 놔두질 않는다. 이점이 결국 김효섭 기수가 제대로 날아볼 판이 된 것이다. 강력한 추진능력과 매서운 채찍질, 저돌적인 경주전개와 달리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것이 경주를 보는 눈, 레이스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는 냉철함, 유리한 기회를 포착해내는 능력 등이며 이것들을 고스란히 김효섭 기수가 가지고 있다. 국산마 경주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 김효섭 기수는 스타트 능력이 타기수에 비해 처지는 것도 아니며, 결승선 상에서 마필의 남아있는 힘을 탄력으로 살려내는데 남보다 부족하지도 않다. 결국 하위군과 상위군에 서로 다르게 필요되는 기수의 조건들을 모두 구비한 탄탄한 기수이다. 앞으로 김효섭 기수의 승승장구는 불의의 부상이나 느닷없는 슬럼프가 아니라면 계속될 것이다.

최고의 라이벌 '1000승 기수' 박태종

2003년 YTN배 동착 우승 시상식

승부의 세계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전혀다른 모습의 라이벌도 있다. '1000승 기수' 박태종. 한결같은 성실함이 바탕이되어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기수이다. 1996년 102승을 비롯하여 1998년부터 이어지는 70승 이상의 성적이 올해도 무난할 것이다. 현재 19승으로 다승부문 2위를 기록 중이고, 2월의 부진을 씻어내는 '말타는 기계' 박태종의 모습도 확실히 되살려내고 있다. 김효섭 기수만의 장점들을 갖고 있지는 못하지만 과천의 어떤 다른 기수도 보여주지 못하는 강력한 파워도 분명히 지녔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저돌적인 승부감각과 최고 수준의 출발 능력, 경주내내 마필을 가만내두지 않는 추진력 등도 박태종 기수의 강력한 무기이다. 1승을 올리는 순간마다 한국경마장의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는 박태종 기수. 올해 다승과 MVP 부문에서 김효섭 기수와 용쟁호투를 벌일 최고의 라이벌이다.

더이상 신인이 아니다

문세영 이동국

현재까지 다승부문 1위는 20기인 이동국 기수다. 4월 11일까지 20승을 기록중이며 마필 자원이 풍부한 49조에 소속, 지용철 조교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있어 올해 다승부문 경쟁에 치열함을 가지고 올 것이다. 아직 중견기수에 비해 부족함이 보이기는 하지만 젊음을 무기로 계속 성장해 나가기에 지나친 걱정은 필요없어 보인다. 2004년 승률 18.7%, 복승률 24.3% 도 정상급의 수준이다.

2003년 기수 부문 MVP인 문세영 기수도 다승 경쟁에 빠지지 않을 후보이다. 2004년 승률 15.6%, 복승률 19.5%로 통산성적보다 다소 떨어지고 있지만, 중견기수와 비교해도 흠잡을 점이 거의 없는 완성되어 있는 특급기수이다. 더군다나 김효섭 기수의 장점들을 보유하고 있어 무대는 더없이 어울린다. 박태종 기수의 '1000 승'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을만큼 뛰어난 능력과 젊음도 가지고 있기에 작년과 같은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올해 경마가 마무리되려면 아직도 8개월이 남아있다. 이 시점에서 무언가를 결정지으려는 것이 어리석어 보이지만, 위 네 기수의 성적이 너무나 두드러져 성급함을 부른다. 물론 전혀 다른 기수가 앞으로 대활약을 펼쳐 2004년 기수부문 MVP가 될 수도 있다. 어찌됐든 2001년 데뷔하여 아직은 신인으로 불려지는 이동국 문세영 기수의 활약도 기대되고 '1000승 기수'인 박태종과 물오른 기승술을 뽐내고 있는 김효섭 기수의 라이벌전도 관심가는 흥미진진한 2004년의 기수 다툼이 될 것 같다.
/최정암 (burami@hanafos.com) (사진출처: 한국마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