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M 단거리 경주인 만큼 초반부터 경주는 치열하게 전개됐다. ‘플라이톱퀸’(미국, 5세)과 ‘조이럭키’(한국, 5세)가 선두경쟁을 벌이다, ‘플라이톱퀸’이 초반 경주를 이끌어갔다. ‘에스메랄디나’는 선두마의 바로 뒤에서 기회를 엿봤다. 경주로 안쪽 자리를 차지한 뒤라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4코너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한 ‘에스메랄디나’는 2마신 정도 앞서 있던 ‘플라이톱퀸’을 무섭게 뒤쫓았고 결승점 250M 앞에서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속도를 올려 3마신의 거리를 두고 제일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1분 23초 9의 기록은 작년 제1회 아시아첼린지컵에 출전한 싱가vhfm의 ‘엘파드리노’가 세운 한국 최고기록에 단 0.1초 모자란 것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에스메랄디나’는 한국 최초의 국제오픈 경주 우승의 영광을 안게 됐고, 총상금 4억원 중 2억2천만원을 차지하게 됐다. 호흡을 맞춘 후지이 기수는 한국에서 자국 시행체 소속의 경주마에 기승해 우승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
2위로 결승점을 통과한 ‘뉴욕블루’(미국, 4세)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으로 서울은 또 한 번 체면을 구기게 됐다. 렛츠런파크 서울 소속 마필로 기대를 모았던 ‘천년동안’(한국, 5세)은 8위에 그쳤고, ‘빛의정상’(미국, 4세)과 ‘마이데이’(한국, 5세)가 3위와 4위를 차지해 서울의 자존심을 지켰다.
우승의 주역인 후지이 기수는 경주 직후 인터뷰에서 “3년간의 활동으로 한국 경주마들이 충분히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승점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고 소감을 밝히고, “배를 타고 한국까지 온 ‘에스메랄디나’의 컨디션 회복에 중점을 두어 훈련했고, 뜻대로 충분히 회복한 것 같아 결과가 좋았다. 게이트번호가 2번이어서 작전구사가 비교적 쉬웠고, 선두 바로 뒤에서 체력을 비축한 후 직선주로에서 승부를 보는 작전이 통했다.”고 경주전개를 설명했다.
먼 길을 배로 이동한 ‘에스메랄디나’의 컨디션을 끌어올린 장본인 사이코 마코토 조교사는 “두근대는 마음이었지만 우승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면서, “후지이 기수가 한국에서 기승경험이 많기 때문에 의견을 많이 들었고, 작전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한국 최초의 초청경주에 응해 우승을 차지한 바 한국을 재방문할 의사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음에 열릴 국제오픈경주에서도 JRA 소속 마필들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제 27회 뚝섬배(GⅢ)는 대상경주는 한국경마의 국제화라는 측면에서 진일보를 이뤘다는 평가다. 국제초청경주가 아닌 국제오픈경주, 외국에서 자비로 경주에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참가 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JRA 소속의 수준급 경주마가 출전해, 경마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던 것이 사실이다. ‘에스메랄디나’가 소속된 JRA는 호주의 ‘멜번컵’, 프랑스의 ‘개선문상’, UAE의 ‘두바이월드컵’ 등에 경주마들을 출전시키는 세계적인 경마시행체이다.
한국경마의 국제화 노력은 2013년 최초의 국제경주 한일경마교류전에서 시작된다. 당시 경주능력의 격차를 걱정하는 관계자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과천벌 안방에서 일본의 ‘토센아쳐’에 우승을 내줬지만, 일본에서 열린 리턴매치에서는 렛츠런파크 서울의 ‘와츠빌리지’가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보다 한 수 위로 자평하던 일본경마계에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한국마사회는 작년 싱가포르를 초청하며 대회를 AAC로 명명했다. 한일전으로 시작한 한국경마의 국제경주에 싱가포르가 출전한 것은 국제경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가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국제경주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경마연맹(IFHA : International Federation of Horseracing Authorities)에서 공인하는 경주마의 능력지수가 최소 ‘110’을 넘어서야 하는데, 당시 싱가포르의 출전마 3두는 모두 이 수치가 ‘110’ 이상이었다. 특히,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경주마 ‘엘파드리노’는 국제공인 능력지수 ‘115’로 중동의 경마중심지인 두바이에서 열리는 국제경주에 초청된 바도 있다.
이 대회를 계기로 렛츠런파크 서울의 대표적인 강자로 떠오른 ‘원더볼트’가 2위를 차지하며 한국경마가 세계시장에 도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역량을 갖추었다는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 오는 8월에 열리는 ‘아시아챌린지컵(GⅢ)’에는 두바이까지 참가할 예정이다. 대상이 확대된 국제초청경주가 렛츠런파크 서울의 경주로에 중동의 모래바람을 일으키게 됐다. 두바이와 인연이 있던 싱가포르의 ‘엘파드리노’는 1400M 최고기록(1분 23초 8)을 수립하며 한국경마사에 이름을 새겼다. 이제 두바이에서는 어떤 경주마들이 렛츠런파크 서울의 경주로에 중동의 모래바람을 일으킬지 기대를 모으게 됐다.
한국마사회는 우리나라의 ‘국격(國格)’을 높이는 차원에서 한국경마의 국제화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다. 국제경주분류표준위원회(ICSC : International Cataloging Standards Committee)는 우리나라를 경마시행국에 부여하는 등급 중 제일 낮은 PARTⅢ로 분류하고 있다. 영국, 미국,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독일, 일본 등의 선진국들이 최고등급인 PARTⅠ으로 분류된다. 한국마사회는 일단 PARTⅡ 국가로 승격을 목표로 삼고 있어, 이미 ‘두바이월드컵’이라는 국제적인 경주를 주최하는 두바이와의 교류가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마사회 이종대 경마본부장은 “우리의 국제화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3년 만에 벌써 국제오픈경주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국제초청경주는 두바이까지 참가국을 넓혀가고 있다.”며, “한국경마의 국제화를 위한 한국마사회의 노력을 관심있게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 37년 만에 ‘트리플 크라운’! ‘아메리칸파로아’에 전 미국이 들썩!
- 3세마가 3개 경주를 우승해야 하는 ‘트리플 크라운’, ‘아메리칸파로아’가 37년만에 달성
- 미국 주요 언론들이 관련 대소사 대서특필하는 등 전 미국이 들썩
미국 경마에서 37년 만에 3대 주요대회를 연이어 우승한 '삼관마'(The American Triple Crown)가 탄생했다. 암갈색의 3세 수말 ‘아메리칸파로아’(American Pharoa)가 그 주인공이다. 바로 직전 삼관을 달성한 ‘어펌드(Affirmed)' 이후 반세기의 세월을 뚫고 등장한 ’삼관마‘다.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상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내면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말을 쓰지만 원래는 경마에서 나온 말이다. 그 ‘트리플 크라운’이 마지막으로 달성된 것은 1978년, 무려 37년의 세월 동안 매해 5월 켄터키더비는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5월 첫 주 켄터키주 루이빌 처칠 다운스 경마장의 켄터키 더비(2000M), 셋째 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핌리코 경마장의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1900M), 6월 벨몬트 스테이크스(2400M)로 구성된 트라플 크라운 레이스의 첫 관문이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캘리포니아크롬’이 앞선 두 경주를 따낸 후 벨몬트 스테이크스에서 우승을 내주며 삼관달성을 실패한 바 있다.
'아메리칸파로아‘의 통산 기록은 8전 7승으로 데뷔전을 제외하고는 출전하는 경주마다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겨우 3세인 이 말은 ’삼관달성‘이라는 대기록을 등에 업고 엄청난 교배료를 받게 될 전망이다. 포브스(Forbes)지에 따르면 씨수말로서 ’아메리칸파로아‘의 교배료는 최고 10만달러(약 1.1억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씨수말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한 해에 100마리를 생산한다고 했을 때 ’아메리칸파로아‘는 연 매출 100억원을 보장하는 셈이어서, 삼관레이스가 있었던 지난 40일여 만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삼관을 달성한 ’제이에스홀드‘가 씨수말로 활약 중이다.
경주마 '아메리칸파로아'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도 미국 유수의 언론들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그 중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이 ‘파로아’(Pharoah)가 사실은 '파라오‘(Pharaoh)의 오기라는 것이다. 이집트계 미국인인 마주 아메드 자얏(Ahmed Zayat)은 ’아메리칸파로아‘의 부마 ’파이오니어오브나일(Pioneerof the Nile)'[나일강의 개척자]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어 ‘아메리칸파라오’로 이름 붙이려 했다. 오기를 깨닫고 이를 수정하려 했지만, 이미 등록된 이름은 수십 개의 연계 시스템에 전송된 뒤였고 마주는 시행체로부터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렇게 미국 역사상 12번째 삼관마의 이름은 에피소드를 하나 달고 다니게 됐다.
기수 Victor Espinoza 또한 화제다. 그는 2002년에 켄터키 더비를 우승한 적이 있고, 작년에도 ‘캘리포니아크롬’과 함께 삼관레이스를 동행했다. 올해 세 번째 도전 만에 ‘삼관기수’가 된 셈이다. 멕시코 출신의 이 기수는 ‘트리플 크라운’ 달성의 기회를 3번이나 잡은 역사상 첫 번째 기수다. 2014년과 2015년, 켄터키더비와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 두 대회를 2년 연속 우승했는데, 이 역시 대단한 기록이지만 그에 앞서 5명의 기수가 기록한 바 있다.
‘아메리칸파로아’는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에 10월 켄터키 렉싱턴에서 열리는 브리더스컵 클래식에 출전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의 보도에 따르면 ‘아메리칸파로아’의 교배권이 2세마 챔피언을 따낸 2014년에 이미 팔렸다고 해 흥미를 끈다. 다만 경주출전권은 여전히 마주가 가지고 있어, 삼관경주에 출전하고 우승을 일궈낸 것이다. ‘아메리칸파로아’는 2015년까지만 경주에 출전하고 은퇴할 계획이어서 경주로에서 삼관마를 볼 수 있는 기간은 이제 겨우 반년 정도 남은 셈이다. ‘아메리칸파로아’는 한 동안 미국의 경주로에 많은 취재진들을 몰고 다닐 전망이다.
한국에서는 한국마사회가 지난 2007년부터 경마계획에 삼관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원년인 2007년 시즌 ‘제이에스홀드’가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삼관경주(농림부장관배, 코리안더비, 뚝섬배)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바 있다. 그 후 올해까지 삼관마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삼관 레이스(KRA컵마일, 코리안더비,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에서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 ‘라팔’이 KRA컵마일을 차지해 삼관달성의 기대를 품게 했으나, 5월에 열린 코리안더비에서 ‘영천에이스’에 우승을 내주며 트리플 크라운은 또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하지만 세 경주의 결과로 2015년도 최우수마를 선정하기 때문에 7월 19일(일)로 예정된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 대상경주는 여전히 전문가들과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대군황’, 코리안더비(GⅠ) 후 첫 출전 관심집중!
- 서울 자존심 지킨 ‘대군황’, 코리안더비 후 첫 출전으로 렛츠런파크 서울 관심 집중
- 코리안더비(GⅠ) 부진 털고, 렛츠런파크 서울 최강자 면모 보일까?

오는 6월 13일(토) 렛츠런파크 서울 제10경주(산지통합 2등급, 1700M, 레이팅81-95)가, 연승행진을 달리다 코리안더비(GⅠ)에서 주춤한 렛츠런파크 서울의 스타마 ‘대군황’의 출전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군황‘이 다시 한 번 연승행진을 펼칠지, 기량을 쌓아 오는 7월에는 서울-부경 오픈경주인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GⅡ)에서 서울에 승리를 가져다 줄지, 경마전문가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대군황‘과 ’뉴화이트삭스‘는 코리안더비에도 출전한 바 있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군황(한국, 수, 3세, 레이팅 91, 김태성 마주, 4조 박윤규 조교사)
지난 5월 코리안더비(GⅠ)에 출전해 4위를 기록, 5위 이내의 성적을 낸 유일한 서울 소속 마필이다. 서울에서 5연승을 이어가다 기록한 아쉬운 성적이라 렛츠런파크 서울의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선두권에서 경주를 이끌며 4코너를 선두로 통과할 때만 해도 서울 팬들은 ‘대군황’의 우승을 기대하며 함성을 멈추지 못 할 만큼 인상적인 레이스를 선보였다. 우승가능성에 있어서는 낙관적이나, 코리안더비(GⅠ)에서 출전마들의 부담중량이 같았지만, 이번 경주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56.5Kg을 부여받은 점은 고려해야 할 점이다.
(통산전적: 7전 5승 2위 1회 3위 0회, 승률 71.4%, 복승률 85.7%)
▶뉴화이트삭스(한국, 수, 3세, 레이팅 83, 김창식 마주, 14조 이신영 조교사)
12위로 부진했지만, 코리안더비(GⅠ)에 출전해 강자와의 대결을 경험했다. 승률 62.5%로 안정적인 전력을 보이고 있다. 성장세에 있는 어린 마필이라는 점, 부담중량이 57Kg에서 52.5Kg으로 크게 준 점, 1800M 출전 직후 1700M 경주 출전으로 거리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지우기 어렵다.
(통산전적: 8전 5승 2위 0회 3위 0회, 승률 62.5%)
▶일기당천(한국, 수, 4세, 레이팅 92, 명인환 마주, 17조 김점오 조교사)
가장 높은 레이팅으로 출전해 57Kg의 최고 부담중량을 부여받았다. 선행형으로 경주를 전개하는 마필이어서 경주의 흐름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출전마 중 3세마들이 선두력을 갖추고 있어 경합을 이겨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통산전적: 22전 4승 2위 3회 3위 3회, 승률 18.2%, 복승률 31.8%, 연승률 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