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없어 말(言)많은 '농촌장학재단'

  • 운영자 | 2004-07-1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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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마사회가, 생색은 농림부가.'

한국마사회 특별적립금을 재원으로 설립될 장학재단의 명칭을 놓고 마사회와 농림부가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농림부가 오는 8월 말께 '농촌 장학복지재단'(가칭)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할 장학재단은 농업인 자녀 학자금 지원 및 복지사업, 국내외 연수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며 재원은 전액 마사회의 특별적립금으로 충당된다.

특별적립금이란 마사회의 당기순이익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을 말하는데, 그 규모는 350억원(2003년 기준)에 달한다. 이 돈은 그동안 '새마을 장학기금' '농어촌 청소년 육성재단' '임업인 장학재단' 등 농어촌 관련 50∼60개 항목의 사업비로 쓰여 왔는데 최근 농림부가 통합운영하기 위해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

그러나 장학재단의 모든 재원이 한국마사회의 경마사업을 통해 마련되는 현실을 무시한 채 재단 명칭에는 경마관련 단어가 전혀 언급되지 않아 한국마사회와 경마팬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마사회 노동조합(위원장 노병준)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마사회는 한해 평균 1조3,000억원가량을 국가에 납부하는 최대 공익기업이지만 세금이나 기금과 같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이뤄져 사회적 인지도가 낮다"며 "경마 수익금의 사회기여도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신설 장학재단의 명칭에 반드시 '경마'나 '마사회'란 단어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로또와 강원랜드 등 경마와 유사한 사업체들이 2∼3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로또 공익재단' '강원랜드 복지재단' 등의 이름으로 공익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반면 경마는 82년의 역사를 지녔음에도 이렇다 할 공익단체를 운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대다수 경마팬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10년째 경마를 즐기고 있다는 김모씨(56·경기도 과천)는 "신설 장학재단은 연인원 1,600만명에 달하는 경마팬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운영되는 만큼 경마팬들에게 뭔가 공익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안겨주기 위해서라도 명칭에 경마와 관련된 단어가 명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경마팬인 고모씨(48·서울 관악구)도 "그동안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취미가 경마란 말을 못하고 지냈다"며 "장학재단 명칭에 경마와 관련된 단어가 포함된다면 나름대로 공익에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 : 굿데이스포츠 류원근 기자(wongun@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