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를 보통 선행마놀음이라고 한다. 전개상 앞선에 있는 말이 입상확률이 높아서 발주기가 열리면 대체로 입상마의 윤곽이 드러난다. 인기마가 늦발을 할 경우 여기저기서 탄식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입상이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후미에 있을 경우 진로가 안열리는 등 손해를 볼 수가 있어 대부분의 말이 선행이나 선입으로 승부를 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추입으로 막판에 역전을 하는 경주도 많이 있었으나 최근에 들어서는 오해의 소지도 있고 전개상의 불리함도 있어 앞선에서 끝나는 경주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말에 따라서는 초반이 느려 어쩔 수 없이 추입을 해야하는 말도 있고 기수의 특징상 추입을 선호하는 기수도 있다. 요즘은 대부분 성적이 좋은 기수는 선행마를 잘 타는 기수이거나 선추입이 모두 능한 기수이다.
예전에 선행마의 귀재는 이성일 기수이고 추입마의 귀재는 현32조 조교사 김윤섭 기수였다. 김윤섭 기수가 아침누리를 타고 후미 외곽에서 치고 올라오면 경마장 여기저기서 함성소리가 진동했다. 최근 막판 역전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추입형의 말몰이가 대가 끊겼는가 싶었는데 조한별 기수가 부상에서 돌아와 추입으로 두 번이나 고배당을 터트리면서 추입의 진수를 보여줬다. 두 번 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비인기마여서 더더욱 깊은 인상을 주었다.
조한별 기수는 1991년 생으로 만24세이다. 정규 31기로 이찬호 송재철 김태훈 권석원 등과 동기이며 2013년에 데뷔했다. 동기인 이찬호 기수는 경마집안이 화제가 되어 데뷔때부터 주목을 받았고 7월6일 현재 89승으로 잘나가는 프리기수이다. 송재철 기수는 아름다운동행으로 YTN배 대상경주에서 우승하는 등 31승을 올리고 있다. 부산 권승주 조교사 아들인 권석원 기수도 32승으로 기본은 하고 있다.
반면 조한별 기수는 현재 22승으로 동기에 비해 다소 뒤진 성적을 내고 있다. 그 이유는 기승술의 부족이 아니라 해외연수와 부상 등의 이유로 2014년 10월부터 2015년 5월까지 근 8개월간의 공백이 있어서였다. 부상에서 돌아와 금년 5월30일부터 기승을 시작했지만 오랜 공백의 여파로 주로 비인기마를 얻어타는 처지였다. 한달간 적응기간을 거치더니 6월 27일 8경주에서 인기순위 13위인 홍바오로 우승하면서 복승 852.4배 쌍승 1910.1배 삼복승 5919.3배의 초고배당을 터트렸다. 이어 그다음주인 7월 4일 인기순위 8위로 팔린 토르브라운으로 우승하면서 복승 76.2배 쌍승 245.5배를 터트렸다.
조한별 기수가 복귀한 후 우승한 말을 보면 두 번 다 비인기마로 이렇다할 특징이 없는 말이었다. 이런 변마를 가지고 힘안배를 잘 한 다음 마지막 불같은 추입으로 역전승을 했다. 조한별 기수는 선행형보다는 힘을 아낀다음 직선에서 막판 한발을 쓰는 추입형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직선에서 밀어주는 힘도 대단해서 말의 잠재능력을 100%이상 뽑아내고 있다. 두 번이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앞으로 추입형 말을 얻어탈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추입의 묘미는 짜릿한 막판 역전극이다. 추입마를 응원할 경우 조마조마하면서 지켜보다가 막판에 불같은 추입으로 올라오는 말에 소리소리 지르며 응원하는 묘미가 있다. 조한별 기수는 이런 점에서 스타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해서 남다른 칼라를 가지고 좋은 성적을 낸다면 일류기수로 가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기수의 분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