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용병 다카하시 기수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10월 3일 3경주에서 인기 6위인 삼바페스티벌로 압승을 거두면서 복승식 38.5배 쌍승식 163.5배의 주역이 되었다. 10월 첫 주 3승으로 문세영 기수와 나란히 다승 공동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과천에서는 다카하시 기수를 빼놓고는 예상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다카하시 기수는 일본 지방경마(NAR) 소속으로 1987년 생 만 28세의 젊은 기수이다. 하지만 2005년에 데뷔해 기수경력은 10년차의 베테랑 기수이다. 통산 5,931전 431승(최근 3년 2,292전 196승)을 올려 일본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기수였다. 우리나라에서 7월에 데뷔한 다카하시 기수는 2주동안 14전 0/0으로 일본에서의 화려한 명성과는 달리 저조한 성적을 냈다. 다카하시가 기승한 말은 거의 변마급의 비인기마로서 애초에 입상을 기대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러다 8월 8일 인기순위 6위인 청계럭키로 2착하면서 첫입상에 성공했다. 그다음 인기순위 4위인 동촌아티스트로 2착, 인기순위 5위인 사자왕으로 2착을 하고 마침내 8월 16일 8경주에서 인기순위 6위인 락슈미로 32전만에 첫승을 신고했다. 이후 인기순위 8위 스루어돈으로 우승하면서 복승식 221.2배 쌍승식 884.9배의 초고배당을 냈다. 그동안 좋은 말을 안태워주니 비인기마로 고군부투하면서 고배당의 주역이 되었다. 능력마를 안주니 복병마로 만들어서 입상하는 눈물겨운 노력을 하였다.
다카하시 기수의 능력이 검증되자 마침내 18조에서 8월 22일 7경주에 인기 1위마 로드힐을 태워주었다. 이때가 처음으로 인기마를 타고 우승한 경주다. 이후에는 여러 마방에서 그를 믿고 능력있는 인기마를 태워주어 입상률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렇다고 다른 특급기수처럼 인기마를 주로 얻어탄 것은 아니다. 인기 6위 필승예찬으로 2착, 인기 5위 점입가속으로 우승, 인기6위 클레이샷 우승, 인기 7위 완승불패 우승, 인기6위 삼바페스티벌 우승 등 비인기마로도 계속 입상하면서 고배당을 많이 내고 있다.
다카하시 기수의 기승술을 보면 자세가 안정적이고 말몰이가 부드러워 마필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있다. 페로비치 기수가 주로 선행 선입마의 힘안배에 능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다카하시 기수는 선행마는 물론 추입마로도 자주 입상하면서 선추입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능력이 떨어지는 복병마로 자주 입상을 하면서 고배당을 많이 내고 있다. 다른 에이급 기수들이 비인기마로 거의 입상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다카하시 기수가 말 능력 끌어내는 것이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부경과는 달리 서울은 용병기수에 다소 배타적이다. 페로비치 기수도 34전만에 첫승을 올려서 다카하시 기수가 32전만에 첫승을 거둔 것은 그리 이상한 것이 아니다. 부산은 용병기수가 오면 되는 말을 주어 테스트하는 편이고 서울은 변마를 주어 테스트해보는 경향이 있다. 서울도 좀 더 개방적인 자세로 용병기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면 한국 경마의 질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샛노란 기수복으로 눈에 잘 띄는 다카하시 기수는 마치 노란 악마가 경주로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드러운 말몰이와 매경주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자세로 다카하시 기수가 한국경마에 새로운 자극제가 되고 있다. 페로비치 기수와 더블어 두 용병이 있어 서울경마가 더 재미 있게 되었다. 다카하시 기수의 분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