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수하물 대란 사건'이 일어났다. 신정연휴를 맞아 사상 최대의 인파가 몰리면서 수하물 처리시설에 과부하가 걸려 비행기 159편이 늦게 출발했고, 승객들의 짐 5200개를 비행기에 실어 보내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0년 연속 공항서비스 세계 1위'라는 명성을 무색하게 만든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경마에서는 작년 11월 8일 일요일 4경주가 전산장애로 취소되는 보기 드문 사태가 일어났다. 전산장애로 경주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일이 몇 년 주기로 발생하지만 마사회에서는 그때마다 문제점을 해결해 다시는 그런 일이 안 일어날 것이라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똑 같은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한다.
인천국제공항의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의 건설 및 운영과 관리를 담당하는 공기업이다. 마사회도 공기업으로 닮은꼴이다. 공기업은 사기업과 달라 주인 없는 회사라 자칫 무사안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인천공항사태나 마사회 전산장애 같은 일이 사기업보다는 공기업에서 자주 일어나는 이유다. 또한 공기업에서는 적기에 해야할 투자나 시설개선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천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는데도 확장에 대한 투자가 안돼 수용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마사회의 여러 시설과 시스템에도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팬들이 불편한 부분이 많다.
마사회 사이트를 이용하다보면 사람이 많이 몰려 지금은 사용할 수 없다고 임시사이트로 유도하는 화면이 뜨는 경우가 있다. 즉 과부하가 걸린다는 얘기인데 주말에는 당연히 사람이 몰릴 것이므로 서버 용량을 충분히 확장해야 한다. 일반 사기업은 유저가 접속을 못하면 매출에 지장을 줄 것이므로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서버확장에 나선다. 하지만 마사회라는 공기업은 유저가 몰리니 서버접속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당연히 여기고 지금은 안 되니 한가한 시간에 다시 접속하라고 안내한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 정신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고도 무슨 서비스대상을 그리 많이 받는지 모르겠다.
필자는 2002년도 월드컵 때 경마공원에서 응원을 했다. 당시 마사회 전광판은 최고의 시설물 중 하나로 응원명소로 소문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경마공원에서 응원전을 하는 풍경은 없어졌다. 경마장 전광판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요즘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영화나 동영상 등이 고화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마사회의 경주 동영상은 고화질이라는 동영상마저 품질이 떨어진다. 부산 경마의 동영상은 더 심해서 기수의 복색과 모자색을 잘 구별할 수 없을 지경이다. 더구나 이마저도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는 버퍼링이 심해 동영상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경마팬들이 줄고 있는 마당에 서버 용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마사회가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다. 경마팬들의 컴퓨터는 갈수록 고사양이 되어가고 있지만 마사회 사이트의 화면은 몇 년전 수준 그대로이다. 세상 모든 사이트가 초고화질로 넘어가고 있어도 마사회 동영상은 조악한 수준의 어두운 화면이다.
마사회는 매출이 7조가 넘는 거대한 공기업이고 매번 청렴상 서비스대상 등을 휩쓰는 우수공기업이다. 겉으로 보면 화려하기 그지없으나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제대로 투자를 하지 않아 하루아침에 경주가 취소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고객들에게는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년에는 마사회가 외화내빈에서 탈피해서 내실을 기하는 투자를 하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