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향해가다 비참한 실패를 할지라도,
희망이 있는한 다시 일어나 끊임없이 도전하면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황종우 기수
소속조: 17조(김점오)
생년월일: 1982/07/18 (33세)
데뷔일자: 2007/05/19
기승중량: 51kg
통산전적: 620전(23/30/40/43/42) 승률: 3.7% 복승률: 8.5% 연승률: 15.0%
최근 1년: 45전(1/2/1/2/6) 승률: 2.2% 복승률: 6.7% 연승률: 8.9%
고 - 2016년 1월 1일 부로 부산에서 서울로 이적했다.
황 - 심사숙고한 결정이었다. 어찌보면 2007년에 기수로 데뷔해 지금까지 10년 가까운 기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고 가장 어려운 결정을 한 것 같다. 그 결정의 중심에는 가족이 있었다.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가장으로서 가족을 위해 결정을 해야했다.
한참 기승할 마필도 없고 조교할 마필도 없을 무렵 서울로의 이적에 대해 신청을 받았고 지인과 잠깐 상의를 통해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내와 두아이의 아버지로서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던 어느날 한순간에 확신이 섰다.
거실에서 네식구가 티비를 보고 있었다. 코미디 프로그램 이였는데 아내와 두아이가 티비 바로 앞에 앉아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뒤의 소파에 혼자 앉아 있던 나는 티비는 보이지않고 고민에 고민이 꼬리를 물다 물끄러미 아내와 두아이의 뒷모습을 보았다. 순간 숨이 막혔고 가슴에 묵직한 무언가가 복받쳐 올라왔다. 가슴이 울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두아이는 해맑게 웃고 있지만 겉으로 웃고 있던 아내도 가슴속으로 울고 있었을 것이다.
한주에 한두 기승하기도 어려웠던 나에게 아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역시 믿음을 줄 수도, 허세를 부릴 수도 없는 처지였다. 이대로 가다간 나 혼자가 아닌 가족 모두가 굶게 생겼다. 무엇이든 해야했다. 이직을 위해 조련사 자격증도 따보았고 여기저기 다른 직업까지도 알아보았다. 하지만 나에겐 오직 기수라는 한 길 뿐이었다. 선택을 해야했고 가족들의 뒷모습이 결론을 내주었다.
이번에도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세상물정도 모르고 할줄 아는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기수라는 외길만 쫓는 나에게 아내는 유일한 내편이고 버팀목이다. 그래서 더욱 서울로의 이적을 자신있게 결정할 수 있었다. 가족들은 아직 상황이 여의치 않아 서울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고 나혼자 서울생활을 하고 있다.
고 - 부경에서의 9년을 정리한다면.
황 - 친척분이 부산경마장에 터를 잡고 계셨다. 그분의 영향으로 경마 기수의 꿈을 키웠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경마 교육원에 입학했다. 일년 재학중에 군대를 다녀왔고 중간에 교육원의 시간 터울이 있어 일년정도 승마를 배웠으며 다시 2학년으로 복학해 기수로 데뷔 했다.
데뷔초에는 이런 상황까지 올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나름 성적도 나오고 있었고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의욕이 앞섰는지 몸사리지 않고 앞만보고 달리던중 부상이 앞을 가로막았다. 초조해서 완치전에 복귀를 하다 또다시 부상을 당했고 한번 부상을 당하면 크게 당해 마필에 기승하지 못하는 시간만 길어졌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수습기수의 감량이점이 사라졌다. 감량이점의 후배들이 매년 들어오고 나는 점점 도태되어가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지금까지도 아쉽고 후회된다. 감량 이점이 있던 시기에 차분히 부상 당하지 않고 기승횟수와 승수, 경험을 늘렸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데뷔는 부경의 예전 15조 마방에서 시작했다. 그이후로 여러 마방을 다녔고 많은 것들을 배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마방은 21조와 19조이다. 아시다시피 명문 마방들이고 기수의 한단계 성장을 도와주는 마방들이다. 지금의 노하우와 자신감을 배운 고마운 마방들이고 조교사님들과 관리사 형들의 체계적인 마방 관리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익혀왔다.
부경에서의 9년동안은 어렵고 힘든일도 많았고 후회되는 일도 많았다. 나자신에 대해 원망도 많이 했다. 하지만 9년의 시간동안 배운것도 많고 느낀것도 많다. 부경의 기수생활은 내가 앞으로 서울에서 새로이 시작하기 위한 발판이고 최고의 밑거름이다. 실패가 있기에 성공이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것을 배웠다.
고 - 서울에서 4개월을 보냈다. 적응은 잘 했는가.
황 - 서울은 나에게 낯선 곳이다. 몇몇 친했던 기수 동료들이 있지만 조교사님들이나 관리사분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 서울에서는 신인이지만 신인의 감량이점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외국 용병에 가깝다. 처음 서울에 도착한 순간부터 나 자신을 외국인 용병기수라 생각하고 다짐했다. 첫날부터 일일이 마방을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아무도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4개월이 지난 지금도 낯선 마방에 인사를 드리러 가면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신다. 당연한 처사라 실망하지도 주눅들지도 않는다.
나에게 서울 경마장의 적응이라는 단어는 없다. 마지막 승부수고 마지막 도전이고 마지막 기회이다. 어느덧 4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단 하루도 긴장없이 잠을 잔 적이 없다. 원래 잠이 없는 편이기도 한데 한두라도 나에게 기회가 찾아오면 밤을 설칠 정도로 긴장하고 분석하고 또 구상한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되는 시기이다. 깨지더라도 나자신에게 실망하고 자책하지 않을 정도의 의미있는 노력과 그 과정을 만들고 싶다.
요근래에 들어 어깨 부상을 입어 또다시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기회가 없더라도 그 시간에 체력과 근력보강에 힘 쓸 생각이다. 기회가 주어졌을때 그 기회마저 잡지 못한다면 부경생활의 반복이 될 것 같아 하루하루 이를 악물고 마필에 기승하던 하지않던 모든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 - 지금껏 기승한 마필 중 기억에 남는 마필이나 경주는.
황 - 부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마필은 첫승을 함께한 예전 15조의 '동쪽의빛'이라는 마필이다. 1400m의 경주거리였고 추입으로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유독 '동쪽의빛'이라는 마필이 마음에 드는 것은 첫승이라는 타이틀도 있지만 많은 정성을 쏟아서 이기도 하다.
'동쪽의빛'은 선천적으로 다리가 튼튼한 마필이 아니었다. 조교를 살살해도 다리가 부어 오를 정도로 약했다. 몇십분 조교하고 들어와서 바로 냉찜질을 해야했고 매일 반복해야 했다. 그래도 전혀 싫거나 지겹지 않았다. 나에게 주어진 마필이라 책임감도 들었고 촉촉한 눈망울과 마주치면 안쓰럽고 사랑스러웠다. 조교 강도가 올라가면 찜질하는 시간도 늘어갔다. 결국 6개월동안 6전의 도전속에 첫승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이런 마필을 어찌 기억에 남기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동쪽의빛'은 지금도 만나고 싶은 마필이다.
서울로 이적하고 난 후 만난 마필들중에는 17조의 '선데이드리머'가 가장 애착이 가는 마필이다. 서울에서의 데뷔전이었고 1300m 경주에서 함께 3위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처음 기승한 마필이고 좋은 성적을 내주어서 고마운 마필이다. 연속 호흡을 맞춰오며 우승까지 기대했던 마필인데 지금은 다리를 다쳐 휴양중이다.
17조의 '밝은내일'이라는 마필도 마음에 든다. 첫기승 이후에 공들인 조교로 성적이 상승하고 있다. 어깨 부상으로 최근 경주에는 기승하지 못했고 다음경주에도 기승을 장담하지 못하지만 단거리만큼은 경쟁력 있어 좋은 성적을 내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만나는 마필들도 기억에 남을 수 있게 정성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고 - 앞으로 기수로서 목표나 계획은.
황 - 특별히 장황한 목표나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보다는 내일에 희망을 갖고 사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기회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승 기회를 얻는 것이 목표이고 그전에 조교 기회를 얻는 것이 먼저이다. 그럴려면 황종우라는 기수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할 것 같다.
시간이 나는데로 마방을 돌며 인사를 다닌다. 밤잠을 설치더라도 가장 먼저 일어나 준비를 한다. 조교가 없는 날에도 조교날처럼 가장 먼저 일어나 체력단련을 한다. 경주 기승이 없는 날에도 영상을 보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기승자세를 더욱 안정화 시키려 한다.
이같은 노력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고, 이어가다보면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 기회를 잃고 싶지 않다.
고 -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황 - 서울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고마운 팬분이 생겼다. 예시장이나 주로 출장중, 경주 끝나고 하마대에서 이름을 불러주고 응원해주시는 분이 계시더라. 몇분이 계시는데 그중 한 아주머니가 기억에 남는다. 매경주 나갈때 황종우 화이팅을 외쳐주시고 하마대에 올때까지 기다리다 음료수까지 주는 분이시다. 너무 고마워서 화이트데이때 사탕을 선물로 드렸다.
부경에서 9년동안 기수 생활을 하면서 이런 팬분을 만난적이 없다. 그런데 서울 생활 4개월만에 팬이 생겼다. 타지에서 온 낯선 기수를 이렇게 응원해주시다니 감격했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부산에 있을때도 검빛 사이트를 즐겨 봤다. 검빛 팬분들께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은 성적이 좋지 못한 기수들에게도 많은 응원을 해주십사 말씀 드리고 싶다. 이제 새로 시작한 늦깍이 기수지만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할테니 꼭 지켜봐 주시고 성원과 격려 부탁드린다. 감사합니다.
[취재기자: 고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