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권 기수 인터뷰]
맡은바 모든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왔다.
 
■ 군대를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적절한 시기에 잘 다녀온 것 같다. 2008년에 데뷔를 해서 2014년도까지 정말 전진만 했었던 기간이다. 만6년동안 앞만보고 달리다보니 심신이 지쳐있었고 휴식과 나를 뒤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무기력해지던 찰나에 입대를 했었기 때문에 다행스럽기도 하다. 
 뒤돌아보면 책임감과 의무감, 여기에 사명감까지. 모두 비슷한 단어지만 각기 다른 상황에서 각기 다른 의미로 철없던 시절의 나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두형제중 둘째였어도 장남의 성격을 가지고 있던 나는 타인에게 항상 모범이 되고 싶었고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했다. 그런 성격인데다 마사고 1기 졸업생이었으니 후배들에게 얼마나 귀감이 되는 선배이고 싶었겠는가. 
 부상을 당하더라도 골절이 아닌 이상 이를 악물고 마필에 기승했었다. 밤새 끙끙거리며 몸이 아파도 일어설 힘만 있으면 새벽조교에 참여를 했다. 성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떠한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수없이 많은 낙마에도 일어서야 했다. 한곳만 응시하고 달렸기 때문에 지쳐서 나태해지고 무기력해지고 거기에 삶의 회의까지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난 함께 하고 함께 잘되는 것을 좋아한다. 남과 이기고 지는 경쟁 자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경마 기수를 직업으로 선택한 것 자체가 모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주마 기승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고 이기든 지든 경주에 출주하는 것이 너무 좋기 때문에 천직이라 생각하니 참 아이러니 한 것이다.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에 정신적으로 여러 고민과 갖가지 스트레스가 뭉쳐 폭발하기 직전에 군대라는 공백기를 가지게 되었다. 너무나 시기적절했고 이 모든것을 2년동안 모두 정리함으로써 현재는 마음이 매우 가볍고 편안해졌다. 군생활 기간은 나 자신의 정신적인 터닝 포인트 였다. 지난 5월 6일에 복귀후 처음 새벽 조교를 시작했다. 첫번째 마필에 기승하는데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설레임과 기쁨, 행복, 편안함을 포함한 복합적인 감정.
 마치 몇십년동안 잃어버렸던 소중한 뭔가를 찾은 듯한.       
■ 군생활중에도 경마에 관심을 두었는가.
 아무리 군복무 중이라도 경마 기수가 직업이기 때문에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나 자신의 정신적인 성장을 위한 기간이었지만 틈틈히 그랑프리 대상경주나 그레이드급 대상경주라던지 관심있는 경주마가 출주할때는 직접 결승선에서 경주를 관람했다. 지금이야 괜찮지만 한때는 경주마 기승에 회의를 느꼈었는데 막상 기분 전환겸 경주를 보고 있자니 몸이 근질근질 하더라. 참 재미있는 일이다. 
 때로는 휴식도 취하고 휴가때는 여행도 다니고 경마 이외의 것들을 많이 즐겼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시간이 좀 흘렀다 생각되면 경주 동영상을 나도 모르게 클릭해보고 있었다. 의식적으로 한동안 경마를 잊고 멀리 두려 했지만 한달에 한번꼴로 지난경주 동영상을 모아서 전부 보게 되더라. 결국 2년치 경주를 빠짐없이 보게 되었다.    
■ 전역 소감과 복귀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군대를 다녀온 분이라면 모두 똑같지 않을까. 군 제대는 정말 기쁘다. 특히나 복잡했던 마음이 정리 되었고 심신이 더 단련 되었기 때문에 신인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훨씬 더 의욕적이고 열정적인 것 같다. 무척이나 설레이지만 억누르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천천히 나아갈 것이다.
 전역하기 4개월전부터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체력보다 정신상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먼저 정신무장을 마치고 체력 보강에 들어간 것이다. 기본적으로 도전을 좋아한다. 그래서 복귀전에 나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어차피 운동으로 몸을 만들어 놔야 하는데 내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일부러 체중을 불려가며 나를 극한으로 몰아 시험해보았다. 57kg까지 먹어서 살을 찌웠고 복귀전까지 먹을거 다 먹어가며 49.5kg까지 줄였다. 근육량은 그만큼 배로 늘었다. 
 아무리 4개월동안 근육을 만들어도 첫주 새벽조교는 힘들었다. 허벅지가 터질것 같은 근육 통증이 오더라.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2년의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한주 지나니 말타는 것을 언제 쉬었는지 모르겠다.   
 군입대전과 비교했을때 기수 생활에 대해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한국경마의 파트2 진입 소식과 기수 후배들이 늘어난 것. 외국인 기수들이 들어온 것 이외에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적응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 전역후 14조와 계약을 맺었다. 
 전역하기 얼마전 안좋은 소식을 접했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중 한분인 51조 조교사님의 불미스러운 일이었다. 복귀후 51조와 계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마방이 활동 정지가 되면서 이래저래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결론이 어떻게 나던지 51조 조교사님은 나에게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주신 분이다. 고민을 하던차에 14조 이신영조교사에게서 연락이 왔고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되었다. 
 14조 이신영조교사는 기수시절부터 많이 챙겨주던 선배이다. 마방 개업이후에도 한번씩 기회를 주었고 복귀후 내 고민을 해결해준 고마운 분이다. 아무리 친분이 있다할지라도 2년이라는 공백기가 있는 기수에게 마필을 믿고 맡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먹고 사는 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고 기수 한사람이나 조교사 한사람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소속감을 채워준 14조 마방 식구들에게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 복귀후 2승을 기록했다. 
 기수 데뷔할때도 성적이나 순위에 대해서는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2승을 한것에 만족하고 있다. 
 전역후 5월 6일부터 새벽조교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3주동안 조교만 실시했다. 경주마 기승에 적응하기 위해서였고 실제 경주도 2주 정도는 적응하기 위한 기간이라 나자신의 계획을 세웠다. 2주동안은 쎈 마필이라던지 크게 주목받고 있는 마필은 되도록 기승을 기피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기승한 마필에 대해서 욕심을 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항상 우승을 목표로 경주에 출주하고 우승을 기대했던 마필도 있다. 하지만 나 자신을 믿기 위한 적응기간이 있어야 했고 실전 적응이 안된 상황에서 무리하면 나뿐만아니라 다른 기수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복귀후 3주차부터 욕심까지 내기 시작했다. 다행히 2승을 기록할 수 있었다. 운도 좀 따라줬다. 지난 6월 12일 42조의 '블레이징스타'는 당일 기수변경으로 기승을 해서 따낸 우승이기 때문이다. '블레이징스타'는 처음 타봤지만 근성이 좋은 마필이다. 외측 기대는 단점이 있어 초반과 직선주로에서 크게 기댔지만 마필의 의욕이 대단했다. 
 복귀후 첫승을 함께한 14조의 '나봄캐슬'은 내심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다. 게이트까지 잘받았었고 선두권 무난 진출이 가능한 마필이었다. 하지만 막상 게이트 열리니 상대마필중 한두가 과감히 치고 나왔다. '나봄캐슬'이 아직은 따라가서의 검증이 필요했기 때문에 초반 밀려 따라가다 선두 치고나갈 기회만 엿보았고 4코너이후 추진 타이밍을 서둘렀다. 다행히 우승을 차지했고 계획대로 단계를 밟아 적응할 수 있었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어려서부터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천하는 것을 생활화 했다. 지금까지도 습관이 이어져 단기적, 장기적으로 나름 계획을 세워놓았다. 
 단기적인 계획은 군전역 직전부터 지금까지 잘 진행되고 있다. 몸을 만들고 조교적응부터 실전적응까지. 6월도 벌써 중순까지 지나왔는데 6월말까지는 이대로 유지하며 노력할 계획이다. 7월부터는 프리기수로 전향할 계획이다. 14조와도 이야기가 되어있고 적응을 위해 14조 마방 식구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복귀하자마자 고맙게도 마필을 맡겨주시는 분들이 몇분 계셨다.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면서 기승을 피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계속 자리잡고 있다. 7월부터는 프리기수로 전향하기 때문에 그분들과의 약속을 먼저 지키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더욱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 부산경마장에서 경험을 해보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서도 기승을 해보고 싶다. 서승운기수가 부산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잘 적응을 했고 부산경마장의 장단점을 전해 주었기 때문에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류경주때 부산에서의 경주 경험도 있어 적응에 무리는 없을 것 같다. 한국경마가 파트2 진입에 성공하면서 해외 교류경주가 필요하고 기수들도 해외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두주자로 나서고 싶다. 
 계획을 세운다고해서 백프로 이룰 수 없을지라도 최대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복귀하고 경주에 출주한 첫날부터 깜짝 놀랐다. 신인기수들이 많이 들어오고 외국인 용병기수들이 들어오면서 군대간 한국 기수를 신경이나 써주실까 하며 덤덤하게 예시장에 나갔다. 생각지도 못한 대환영이었다. 마치 국위선양이라도 한것 처럼 너무나 반갑게 나를 맞아주셨다. 몸둘바를 모를정도로 감격했고 하마터면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것이 나올뻔 했다. 한번으로 끝이 아니었다. 주로 출장에도 열렬히 환영해주셨고 2주동안이나 많은 분들이 환영과 응원을 해주셨다. 큰 감동이다. 
 잊지 않아 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응원에 힘입어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 약속 드리겠다. 앞으로 더욱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더위 유의하시고 항상 좋은 일들만 생기길 바란다. 감사합니다.     
※ 조인권 기수 프로필
 - 소속조 14조(이신영)                                        - 생년월일 1987/01/18(29세)
 - 기승중량 52Kg                                              - 데뷔일자 2008/06/18
 - 통산전적 2336전(336/246/235/242/195) 승률14.4% 복승률24.9% 연승률35.0%
 - 최근 1년 24전(2/2/3/2/2) 승률8.3% 복승률16.7% 연승률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