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리 기수 인터뷰

  • 운영자 | 2016-10-26 17:13
  • 조회수5672추천1





'무지개를 보려면 비를 견뎌야 한다.'




■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많이 좋아졌다. 얼마전 두달정도 쉬고 나왔더니 몸상태가 한결 가벼워졌다. 다른 운동선수에 비해 허리가 강한 편은 아니었는데 언젠가부터 조교 두수가 많아졌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교에 좀 더 집중하다보니 요추 4,5번 협착증이 생겼다. 실제 경주에 기승할때는 전혀 무리가 없는데 조교때는 가끔 허리가 불편할때가 있다. 이번에 병가로 쉬면서 허리 강화 훈련을 하고나니 지금은 조교든 경주든 잘 소화하고 있다.   

슬럼프도 별로 없었던 것 같고 워낙 성격이 긍정적인 편이라 컨디션은 잘 맞추고 있다. 지금 기억 나는것은 재작년쯤 슬럼프가 한번 찾아왔던 것 같다. 40승을 하기 직전 39승 이후이다. 조급한 성격이 아닌데도 당시에는 빨리 40승을 해서 감량을 떼고 싶어 초조해 했었다. 여러번의 기회가 있었는데도 아쉬운 2착을 반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지나가는 승수였는데도 답답한 나머지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슬럼프 극복이나 컨디션 조절에 딱히 나만의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경주때의 성적이 좋지 않아도 조교때 기승하는 마필과 대화를 하다보면 금새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벼워진다. 말이라는 동물은 왜이리 귀엽고 예쁜지 보고 만질때마다 애정이 간다.


■ 37조로 소속조를 옮겼다. 마방 분위기는 어떤가. 
예전 20조에 소속된 기간이 상당히 길어서인지 새로 둥지를 튼다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 마방 식구들이 불편해 하지는 않을지, 조교사님과의 의사 소통은 잘 이루어질지, 많은 고민과 부담이 있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조교사님 뿐만아니라 마방 오빠들도 환영 해줬고 즐겁게 반겨주었다. 모두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 적응하는데 어렵지 않았고 함께 일하는게 재미있다.

5년차의 기수생활 동안 어떻게 보면 소속조를 많이 옮긴 편에 속한다. 최초 기수 데뷔때 10조에서 활동했었고 22조로 옮기게 되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터라 모든게 신기했고 알아갈수록 신이 났다. 이후에 20조에서 3년정도 계약을 맺고 활동을 해왔다. 20조에서는 몸은 좀 힘들었어도 나만의 스타일을 갖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명문 마방들을 거쳐오며 많은 경험과 배움을 갖게 되었다. 

이제 37조로 이적을 하며 부담감은 커졌지만 한편으로 할수 있다라는 자신감까지 더해져 목표를 조금더 위로 올리고 싶다. 각 마방들만의 특징들을 잘 배워왔고 37조에서도 배울 것들이 많을테니 배움을 이어가며 지금 보다 한층 더 성장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 여성기수지만 남자기수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해야한다. 
인터뷰를 할때면 항상 받는 질문이다. 성별만 다를뿐 나는 안효리기수이지 여자기수가 아니다. 남자들보다 힘이 부족할지언정 근성과 목표는 똑같다. 오히려 여자만의 섬세함과 순발력이 있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는 않는다. 경주를 분석할때도 상대 마필을 분석하고 이기려하지 상대 남자기수를 이기려 하는것이 아니지 않은가. 여성기수라고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봐서는 안됀다. 

여성기수라고 특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감량이점도 똑같고 정식기수가 되는 조건도 똑같다. 물론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선천적인 불리함을 가지고 있지만 선의의 경쟁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부족한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여성으로 기수의 길을 걷기는 힘든 부분이 많다. 기수의 꿈을 키우는 여자 후배에게 한마디.
경마기수라는 직업이 남자들이 많고 여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나역시도 쉬운 길은 아니었고 선배 여성기수나 후배 여성기수도 마찬가지이다. 다들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헤매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부산에 여자 후배가 두각을 보이며 잘 해내고 있다. 또 한명의 여자 후배도 후보생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마사고 출신의 남자 선배들이 서울 경마장에서 잘 해주고 있는데 마사고 출신의 여자기수는 현재 나 혼자 뿐이다. 하지만 마사고 출신의 후배 여자기수가 지금 제주 경마장에서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그 친구와는 자주 연락을 주고 받고 있고 조언을 해주고 있다. 힘들고 어려워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꼭 기수로 데뷔하길 바라며 좋은 기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기수의 꿈을 갖고 있는 여자 후배들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을 했으면 좋겠다. 나도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다보니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기수 후보생 시절에 두번의 큰 부상을 당하고도 기수의 꿈을 접겠다는 생각은 단한번도 하지 않았다. 어깨 골절과 신경 마비로 일년여의 재활치료 기간이 있었고 일년 후 무릎 부상으로 또다시 일년을 재활 치료로 허비해야 했다. 그런데도 도전해 나갔다. 결국 기수로 데뷔할 수 있었고 경주에 출전할때마다 행복하고 우승까지 차지할때면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새벽조교때 내가 맡은 마필을 훈련시키고 경주에 출전해 조금씩 나아지는 기록을 만들면 그것처럼 기분 좋고 보람찬 것이 없다. 원래 꿈은 경찰 공무원이었는데 경마 기수가 되면서 한번도 후회한 적 없고 기수가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유난히 애착 가는 마필이나 기억에 남는 경주가 있다면.
애착 가는 마필은 상당히 많다. 한번 호흡을 맞출때면 정을 많이 주는 편이다. 조교때 교감이 잘 되야 경주때도 훨씬 편하고 능력 발휘가 더 된다. 그래도 한두를 꼽으라면 항상 말씀드리듯이 단연 20조의 '케이맨'이라고 말씀 드린다. 

'케이맨'은 생긴 것만 봐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앞머리는 일자에 눈은 땡글땡글하다. 얼마나 똑똑한지 기승자의 마음을 다 아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 이외의 기승자들한테는 무심하다. 내가 기승을 했다하면 즐거워하고 신나한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 능력과 여건이 된다면 '케이맨'은 집에 데려가서 평생 함께 있고 싶다. 하지만 아쉽게도 경주마의 생명이 다 한것 같다.  앞으로 '케이맨'같은 마필을 만날 수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가장 애착이 가는 마필은 나에게는 '케이맨'이다. 좋은 곳으로 가서 남은 인생 즐겁게 살길 빌어주고 싶다.    


■ 차후 기대치 있는 신예 마필은.
최근 37조에 소속되어 전담하고 있는 마필이 있다. 국5등급의 '듀앨폭풍'이라는 마필이다. 원래 다른 마방에 있었는데 37조로 이적을 했고 처음 37조에 들어와 맡고 있는 마필이다. 처음 만났을때부터 타조에서 이적했다는 것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부상으로 공백기를 가지고 있던터라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심혈을 기울여 조교에 임했다. 나와의 호흡이 잘 맞았고 첫 기승부터 실전에서 변화를 보여줬다. 이후에도 조금씩 컨디션이 좋아져 우승은 못했지만 전보다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 

'듀앨폭풍'은 꾸준히 좋아지고 있는 마필이다. 손에 잘 들어온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주에 출전을 할텐데 상대를 잘 만난다면 좋은 성적도 기대해볼 수 있는 마필이다. 이외에도 몇두 호흡을 맞추고 있어 앞으로 훨씬 나은 성적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이다.   


■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너무 많아서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경주가 끝날때마다 음료수를 챙겨주시거나 이름과 함께 화이팅을 외쳐주시는 분들이 많아 일일이 인사를 드리고 싶다.

 기억에 남는 팬 한분이 계시다. 부산에 거주하는 남자분인데 기수 데뷔하던 첫번째 경주를 보고는 멋졌다고 하시더라. 그후로 바로 팬까페를 개설해주셨고 사진들을 엮어서 책자까지 만들어 주셨다. 부산에서 마음이 맞는 팬분들을 모아 한달에 한번씩은 서울로 원정 응원까지 오셨던 분이다. 지금까지도 팬까페 관리와 응원을 해주신다. 그 팬분이 요즘 결혼때문에 많이 바쁘시다고 하던데 결혼 준비 잘하시고 행복한 결혼 생활 하시길 바란다.     



■ 앞으로 기수로서 계획이나 목표는. 
가면갈수록 해야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들도 많아졌다. 가장 먼저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37조로 소속조를 옮기면서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러운데 기대하는 만큼 부응할 수 있도록 좋은 성적으로 보여드리겠다. 

앞으로 기수로서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칠지 모른다. 하지만 거기에 대비해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해오고 있고 어떠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목표라 한다면 여자기수가 아닌 안효리기수로 인정 받기 위해 끈임없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기수 활동 이외에도 현재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말산업 관련 대학 승마학과에 재학중인데 졸업을 하고 나서도 대학원까지 진학해 석사 과정을 밟을 것이다. 내년부터 시간적 여유가 조금씩 생긴다면 조련사 자격증과 조교사 면허도 시험 준비를 하려한다. 계획대로 진행이 될지 잘 모르겠지만 어떠한 일이든 현재에 충실하며 계속해서 도전할 것이다.   


■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검빛 사이트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새벽조교 동영상을 매일같이 찾아보고 있다. 앞으로도 유용한 정보들을 많이 표출해주시길 바란다. 

저를 잊지 않고 계시는 팬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예전보다 확실히 기승하는 횟수도 줄었고 좋은 성적도 보여드리지 못하고 있는데 매경주때마다 안효리 화이팅을 외쳐주시는 분들이 계시다. 이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예시장에서도 항상 저를 보며 예쁘다고 소리쳐 주시는 분들도 너무나 감사하다. 사실 하이바와 버프등으로 얼굴이 잘 안보일텐데 예쁘다고 말씀해주시더라. 이런 응원의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앞으로도 저를 잊지 말아주시고 힘찬 응원 부탁드린다. 그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항상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란다. 감사합니다. 


**  안효리기수 인터뷰는 차주 검빛 특집 동영상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굽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