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높은 점프도 긴 점프도 아니다.
성공은 마라톤의 발걸음들이다.
| 김동수 기수 인터뷰
■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최근 컨디션은 매우 좋다. 주 단위로 사이클이 진행되기 때문에 매주 컨디션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매일 스트레칭만으로도 어느 정도 컨디션 조절이 가능하고 비타민 같은 영양제를 챙겨 먹었더니 요즘은 큰 차이 없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더위를 많이 타고 그나마 추위를 덜 타는 체질이라 그런지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경주 때나 새벽 조교 훈련 시 더 힘이 나는 것 같다.
또 한가지, 얼마 전 다시 한 번 새로운 각오를 다지면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고 그 일로 정신무장이 되면서 최근에는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더욱 집중하고 열심히 노력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항상 응원하던 지인이 어느 순간 경주를 보시고 부진형 마필에 기승할 때 너무 빨리 포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책을 하셨다. 뚜렷이 기억을 하는 경주였다. 당시 내측으로 치우치는 마필을 한 손으로 고삐를 움켜쥔 채 치우침을 막은 상태로 채찍을 대느라 강하게 밀지 못한 것에 대한 설명을 해드리자 그제야 수긍을 하셨다. 후에 경주 동영상을 돌려보니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오해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경주에 기승을 하더라도 체력적으로 전혀 무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인기마든 비인기마든 우승을 목표로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기승자와 보는 분들로서는 충분히 다른 각도로 해석되고 이해할 수 없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별것 아닌 한 번의 경주일지는 몰라도 나 자신에게는 큰 고민으로 다가왔다.
인기마에 기승했을 때 종반 싸움에서 두세 마리의 경주마들이 경합을 펼칠 때와 최후미권에서 경주를 펼칠 때의 기승 모습이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몸과 마음에서 나오는 힘의 차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해버리고 열심히만 기승하고 있다고 자기만족을 하고 있었다. 다른 시야로 봤을 때 객관적인 판단이 나올 수 있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나도 모르게 경주를 포기하고 느슨하게 기승했던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되었다. 오해에서 비롯된 한마디의 질책이었지만 그 한마디가 나를 독려하는 좋은 채찍질이 되었다.
몇 가지 일들을 겪고 심리적인 정리가 되어서인지 현재의 컨디션은 올해 들어 가장 좋은 것 같다.
■ 군대를 다녀온 후에 기수 데뷔를 했다. 각오가 남다를 듯하다.
경마교육원 입학이 좀 늦었다. 일 년 교육을 받던 중 영장이 나와서 고민 없이 먼저 다녀왔다. 그로 인해 기수 데뷔도 늦어졌지만, 오히려 늦은 데뷔였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예전에도 말씀드린 기억이 나는데 애초부터 경마기수가 꿈은 아니었다. 포항에서 고등학교 졸업 이후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사장님의 지나가는 권유를 귀담아듣고 나이제한에 걸리기 직전 경마교육원 합격을 할 수 있었다. 교육을 받아갈수록 경주마에 대한 매력에 푹 빠져버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꿈속에서까지 경주에 기승하는 꿈을 꾸는 정도였다.
어떤 일을 하든지 끝장을 보는 편이다. 도중에 포기를 고민한 적도 없을 정도로 한 가지에 빠지면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10년 전 처음 경마교육원 원서를 제출할 무렵부터 지금까지 나의 머릿속에는 온통 경주마가 자리 잡고 있다. 향후 몇 년간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당장 기승하고 있는 마필에 대한 생각으로 다른 어떤 것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내 성격 자체가 한 가지밖에 하지를 못한다. 그 한 가지가 경마 기수 생활이다.
■ 3년 차의 기수 생활인데 훨씬 존재감 있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좋은 이미지로 봐주셔서 감사드린다. 어느덧 3년 차가 되었고 후배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기수로 보이기 위해서는 꾸준한 성적과 신뢰감이 따라줘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지금까지 900전 가까이 기승하면서 만족할만한 경주가 몇 경주 되지 않는다. 안정감 있는 기수가 되기 위해 노력해가고 있다.
존재감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실력보다는 꾸준히 경주에 모습을 보여드려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운이 좀 좋아서 그런 것인지 기수로 데뷔한 이후 횡돌기 금이 간 부상 외에 큰 부상이 없었다. 몇 주간의 해외 연수를 제외하고는 3년 동안 하루도 기승을 하지 않은 날이 없다. 기승 정지를 포함해 부상과 해외연수를 따져도 한 달 내내 경주에 기승하지 않았던 달이 없었다. 개근한 것 같아 뿌듯함도 있다.
그것이 존재감이 드는 이유일 것 같다. 묵묵하게 성실하고 꾸준한 모습으로 계속 개근하며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 올해 6월부터 프리기수로 전향했다.
딱 한 가지 생각만 하고 프리기수로 전향을 결정했다. 경주의 경험이다. 5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체력적으로 전혀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조교 두수와 경주 기승 두수가 많아지면서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어서 좋고 각기 다른 성격의 경주마를 경험하는 것이 재미있고 신이 난다.
프리기수로 활동을 하면서 새로이 인연을 맺은 마방도 생겨나 더욱 많은 것을 배울 기회까지 맞이하고 있다. 계약일 때와 비교해 승률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긴 해도 현재의 경험이 차후에 더 나은 실력과 노하우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내년에도 프리기수로 유지할 생각이다.
■ 기회가 있었지만, 아직 대상경주 우승 경험이 없다.
너무나 아쉽다. 경마 기수라면 대상경주 우승에 대한 목표가 모두 있을 것이다. 대상경주에 출전 경험은 많아졌는데 아직 우승이 없다. 우승의 기회는 몇 번 있었으나 아쉽게도 준우승만 3번을 기록했다.
그중 가장 아쉬웠던 마필은 37조의 `위너스글로리`라는 마필이다. 작년 10월의 `과천시장배`대상경주였고 2세마 한정이었다. 강력한 인기마 중 한 두였고 준비도 잘 되어있는 상태에 출전해 기대감이 높았다. 일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쉬운 경주였다.
`위너스글로리`는 상대 마필에 붙어야 더 뛰는 마필이고 혼자 뛰게 되면 덜 뛰려는 경향이 있다. 1,200m 단거리 경주였고 코너 이후 직선에서 다른 마필들을 모두 제쳤다. 종반 혼자가 되자 `위너스글로리`는 힘을 다 쓰지 않았는데도 걸음이 서기 시작했다. 순간 `와이키키`가 날라왔고 아쉽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위너스글로리`와 꼭 함께 우승하고 싶었지만, 너무 조급했었는지 아쉬운 결과를 보였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났던 것은 당시 `위너스글로리`는 직선주로에서도 힘이 남아있었고 상대 마필과 붙여서 뛰었다면 분명 우승이 가능했었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 후회하고 자책했다. 꽤 오랜 시간 머릿속을 맴돌았고 지금은 이것 또한 성장통이라 생각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세계일보배`대상경주에서 37조의 `올웨이즈위너`와 준우승을 차지했다. `위너스글로리`때와는 다른 느낌의 경주였다. 강한 상대들과 붙었기 때문에 큰 기대 없이 출전했었다. 하지만 뜻밖에 `올웨이즈위너`는 경주에서 너무나 잘 뛰어주었고 막판 한발 싸움에서 목차로 `글로벌퓨전`에게 덜미를 잡혔다. 너무 잘 뛴 것도 어이가 없었는데 막판에 잡힌 것도 어이가 없었다.
대상경주도 차츰 경험을 쌓다 보면 또다시 기회가 올 것이고 그 기회를 잡는 날도 오리라 믿고 있다. 항상 모든 경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 최근 기승한 마필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마필이 있다면.
2세의 망아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경주에 출전하면 말씀을 드리겠고 최근 기승하고 있는 마필들은 전부 좋아하는 마필들이다. 42조의 `찬마`와 37조의 `심바`. 그리고 16조의 `백산`과 37조의 `위너스글로리`등이 꾸준히 기승하고 있는 마필들이고 애착이 많이 간다. 모두 많은 것을 알게 해 준 고마운 마필들이다.
가장 최근 기승한 마필들 중 기억에 남는 경주가 있다. 53조의 `완전무결`과 함께 했던 경주이다. 11월 6일의 1,700m 경주였다. 우승하든 꼴등을 하든 내가 생각한 데로 전개를 풀어나가기는 쉽지 않다. 워낙 실전에서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중 가장 생각대로 잘 풀리고 잘 뛰었던 경주가 `완전무결`과 함께 했던 경주이다. 직선에서 내측으로의 치우침 때문에 기승 정지를 받았긴 해도 최근 들어 가장 만족스러운 경주였다.
`완전무결`은 허리와 허리 뒤쪽으로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마필이다. 한동안 걸음 정체기를 보이다가 최근 들어 힘이 차면서 안 좋았던 부분들이 단단해졌고 걸음이 올라오고 있다. 앞으로도 기대된다.
■ 앞으로 기수로서 계획이나 목표는.
어쩌다 보니 기수가 되었고 기수로서의 꿈을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 성격적으로 짜임새 있게 생활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구체적인 계획은 항상 없었다. 당장 오늘 조교할 마필의 상태가 궁금하고 당장 이번 주 출전하는 마필의 상대가 궁금할 뿐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늘을 열심히 살고 싶다.
장기적인 목표도 뚜렷하지는 않다. 아직은 조교사 면허에 대한 욕심도 없고 부산경마장이나 해외연수 계획도 없다. 덧붙이자면 군대는 다녀왔고 결혼 계획도 없다. 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기수라는 직업이 천직일 수도 있겠다. 이외의 다른 생각은 전혀 들지를 않는다. 언제까지 기수 생활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동안에는 항상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가지, 모든 분께 믿음 가는 기수가 되고 싶다. 인정받는 기수가 되고 싶다. 이것뿐이다.
■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기대하시는 만큼의 성적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있는데도 응원해주신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 더욱 힘이 난다.
인기마에 기승했을 때 실망을 안겨드릴 때면 나 역시도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아주 속상하다. 비인기마에 기승했을 때 뒤에서 어떻게든 이겨보고자 노력해도 안 될 때 나 자신을 질책한다. 나 자신을 위한 노력도 있지만 마방 관계자들과 경마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오해 없이 계속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한다.
추운 날씨에도 경마공원을 찾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 드리고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란다. 항상 웃는 모습으로 뵈었으면 좋겠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