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희 기수 인터뷰

  • 운영자 | 2016-12-0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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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면, 
그 문을 먼저 만들어라.
| 정정희 기수 인터뷰



■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예전보다 조금 다운된 기분이었는데 요즘은 조금씩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다. 최근에는 나의 컨디션 보다 기승하고 있는 마필들의 컨디션이 걱정이 된다. 전담하고 있는 마필들이 좋아지다가도 정체기를 보여 온 신경을 집중해 컨디션 조절에 힘쓰고 있다. 

 기수 데뷔한 지 3년 차의 생활이다. 오랜 경력은 아니지만, 이제는 조금씩 노하우도 생기고 있고 자신감도 더욱 높아졌다. 주위 분들에게 인정받아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낄 때가 있다. 아직 배울 것들이 많이 있지만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포기하지 않는 노력으로 꿈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 얼마 전 세계 수습 기수 초청경주 예선에서 우승했고 두바이에서 결승전을 치렀다. 
 좋은 기회가 찾아왔었다. 매년 전 세계를 돌며 `IFAHR 아랍말 세계 수습 기수 초청경주`가 열린다. 아랍의 마필로만 경주가 치러지고 많은 분이 잘 알고 계시는 세계적인 갑부 `만수르`가 주관자이다. 세계 각국에서 예선전이 시행되고 우승한 기수들만 다시 모여 두바이에서 결승전이 펼쳐진다. 

 한국 수습 기수 대표로 추천되어 이탈리아 로마의 `카파넬레 경마장`에서 예선전을 치르게 되었다. 1,600m 거리의 잔디 주로였고 기승 마필은 추첨제이다. 운이 좋아 가장 많은 인기의 마필에 기승하게 되었다. 선행으로 경주를 주도하며 그대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카파넬레 경마장`의 직선주로 길이가 800m였다는 것이다. 처음 기승하는 상황에서 직선주로에 들어서자마자 추진을 시작해 800m를 밀자니 죽을 맛이었다. 결국, 12마신차로 우승을 차지했고 두바이의 결승전에 참가할 기회를 얻었다. 

 두바이에서의 결승전도 1,600m 잔디 주로였다. 기승 마필도 랜덤형식이었다. 어느 정도 인기를 끌어주는 괜찮은 마필을 뽑아서 은근히 기대를 많이 했다. 순발력이 좋은 마필이었고 선행 나선 마필을 바짝 뒤쫓아 선입 전개를 펼쳤다. 직선주로에 들어서자 페이스가 너무 빨랐는지 힘이 조금씩 빠지는 것을 느꼈다. 아쉽게도 8착의 순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잔디 주로를 경험해 본 것과 세계적인 마필에 기승을 해 본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우리나라와 반대 방향으로 경주가 펼쳐지는데 각국의 명성이 자자한 수습 기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본 것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 이탈리아와 두바이 경마장에서 경주를 기승하고 느낀 점은.
 외국과 우리나라는 많이 다르다. 이탈리아를 먼저 말씀드리면 국제적인 대회라 그런지 수십 명에 이르는 기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한국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다. 특히 페로비치 기수를 잘 알고 있다는 것에 많이 놀랐다. 이탈리아에서 유명했던 기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경마팬들도 다가와 포옹과 사진을 요청하는데 너무 많은 분의 요구에 당황스러웠다. 우승의 기쁨과 많은 분의 축하에 보답하고자 한분 한분 일일이 요청을 전부 들어드렸다. 

 베팅이 제한된 두바이의 경마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그날은 모든 경주가 국제 대회였다. 세계 최고의 경주마들이 뛰는 곳답게 볼거리도 풍성하고 분위기 자체가 페스티벌이었다. 두바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출전하는 모든 경주마와 기승자의 장구들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검사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져간 장구들이 조금 뒤처졌는지 계속 질문들을 던졌다. 그곳의 장구를 한가지 빌리기도 했다. 

 이탈리아나 두바이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곳의 경마는 축제 분위기라는 것은 배워야 할 점인 것 같고 기수들의 인기를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갈 길이 먼 한국 경마이지만 한발씩 나아가다 보면 시간이야 오래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세계적인 경마장이 되리라 생각한다. 색다르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 최근 아쉬운 성적을 보인 경주가 많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이다. 오히려 체력도 훨씬 좋아졌고 경주 기승에만 집중할 수 있는 현재의 상태가 성적을 올리는데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경주 때는 생각처럼 잘되지 않고 있다. 기승하는 마필에 공들이며 철저히 준비하고 있지만, 실전에서 걸음이 덜 나오거나 결정력 발휘가 안 되고 있다. 아쉬운 부분이다. 

 최근 풀리지 않는 경주들을 되돌려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지난해부터 뭔가 잘못 풀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 기수를 데뷔하고 나서는 성적이 괜찮은 편이었다. 한 달에 한승은 항상 해왔고 한주에 2승씩 하며 상승세를 탈 무렵 호주로의 연수를 떠나게 되었다. 마침 손가락 인대를 다치는 바람에 한 달을 쉬고 호주 연수를 3개월 동안 다녀오게 되었다. 다녀와서 한 달 정도 적응을 하며 공백기를 가졌는데 합산하니 총 5개월을 쉬게 되었다. 

 당시의 문제가 아니었다. 5개월의 공백기 동안 전담 기수가 바뀌면서 기승할 수 있는 마필이 없어졌고 5개월 동안 만져본 망아지들이 없어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기대마필이 없었다. 기수 데뷔할 때보다 조건이 안 좋은 상황이었다. 최초 데뷔 때는 기승 경험을 위해 도움을 주는 분들이 계셨지만 감량이점이 어정쩡한 나에게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처음처럼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했다. 지금도 힘든 시기이지만 어린 마필들에 공을 들이고 있어 내년 초쯤에는 다시 기대해볼 만할 것 같다.

 현재 기승하고 있는 마필들이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거나 걸음 정체기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공을 들이다 보면 조만간 좋은 결과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쉬운 성적은 안타깝지만 나 자신을 탓하면서 다음을 기약하겠다.





■ 유난히 아쉬운 경주나 마필이 있다면. 
 최근 한 달 정도 기승한 마필들은 전부 아쉽다. 6조의 `진격의왕`과 23조의 `온니고`. 40조의 `오픈뱅크`와 `그레이트조이`등의 마필들이 너무나 아쉬웠다. 경주를 다시 뛰었으면 싶을 정도로 안타까운 마필들이다. 여기에 43조의 `금강제국`과 23조의 `햇빛나`도 아쉬운 마필들이다. 

 6조의 `진격의왕`은 지난 경주를 준비하면서 이렇게 좋았던 마필이었나 싶을 정도로 상태가 많이 올라와 있었다. 23조의 `온니고`는 변화가 오기 시작한 마필이고 상대가 강하지 않았기에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었다. 두 마필 모두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나름 선전한 모습을 보면서 차후를 기대해야 했다.

 최근 가장 아쉬운 마필들은 40조의 `오픈뱅크`와 `그레이트조이`였다. `오픈뱅크`는 준비가 정말 잘 되어있었고 상대가 강했지만, 기대를 많이 하고 출주했다. 미리 상대마들을 분석해서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놓았고 강력한 상대를 잘 제쳤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마필이 날라오며 우승을 놓쳤다. `그레이트조이`는 상대도 잘 만났고 상태도 좋아 우승할 기회였는데 조금 더 서두르지 못한 것이 패인인 듯하다. 생각할수록 아쉬운 마필들이다. 




■ 기대되거나 애착 가는 마필은.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못하거나 능검도 치르지 않은 마필들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당장보다 내년을 바라보고 있는 마필들이라 다음에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고 현재 뛰고 있는 마필들 중 애착이 가는 마필은 55조의 `무후대제`와 43조의 `금강제국`이다. 

 먼저 55조의 `무후대제`는 직전경주 송재철 기수가 기승을 했는데 1군 승군전에 2,300m의 장거리에서 3착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3군에서 한동안 걸음 정체기를 보였던 마필인데 최근 들어 확연히 또다시 성장하며 1군 입성에 성공했다. 상태가 계속 좋아지고 있어 앞으로도 기대된다. 이번에는 `그랑프리`대상경주에 출전할 예정이다. 상대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좋은 경험이 되길 바란다. 

 43조의 `금강제국`은 가장 예뻐하는 마필이다. 외모가 예쁘다. 마체가 작고 귀엽게 생겼다. 하지만 몸은 근육으로 뒤덮여 울퉁불퉁하다. 똑똑하고 강단 있는 마필이다. 직전 승군전에서는 버거움을 보였는데 컨디션은 여전히 양호하다. 외측 게이트를 받으면 순위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참 예쁜 마필이다. 





■ 앞으로 기수로서 계획이나 목표는.
 시기적으로는 지금이 기수 데뷔하고 가장 힘이 드는 것 같다. 당장보다 차후를 보며 망아지를 훈련해서이고 성적도 생각같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적 지주인 선배가 있다. 송재철 기수이다. 프리 기수로 전향하면서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을 텐데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하면서 뭔가 보여주고 있다. 처음 데뷔했을 때부터 송재철 기수가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었다. 현재 인대 부상으로 쉬고 있는데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나 자신에게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선배들 덕분에 잘 이겨내고 있는 듯하다. 이외에도 마방 관리사 형들이나 조교사님들도 많은 도움을 주셔서 잘 버텨나가고 있다. 소속 조인 23조 유재길 조교사님을 시작으로 40조 송문길 조교사님과 43조 서정하 조교사님께서 잊지 않고 기승을 시켜주신다. 힘든 시기에 기승도 하지 못하면 더욱 좌절과 실망을 할 것이다. 최근에 55조와도 인연을 조금씩 맺어가고 있다.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렇게 믿어 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힘이 나는 것 같다. 계획과 목표는 한결같다. 믿고 맡겨주시는 분들께 기대하는 만큼의 결과를 안겨드리고 싶다. 어제보다는 오늘 더, 오늘 보다는 내일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승수에 대한 목표도 있다. 아직 감량을 달고 있는데 40승을 넘겨서 정식기수로 새롭게 도전을 하고 싶다. 많이 늦어졌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최선을 다해 나아가겠다.





■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성적을 떠나 항상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해외 연수 등으로 자리를 비운 기간이 좀 많았었는데 이제는 자주 경주로에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물론 성적도 중요하지만, 성적 이상으로 모든 경주에 최선 다하는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항상 모든 경주에서 최선의 노력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릴 테니 잊지 않고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한다. 

 이렇게 어수선한 시국일수록 팬분들께서는 본인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난 뒤 기분 전환 겸 경마공원을 찾아주시어 재미있게 즐기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항상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라며 추운 날씨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란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