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완 기수 인터뷰

  • 운영자 | 2017-02-0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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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 속에서 이루어진다.
- 유승완 기수 -


◆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한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았었는데 최근들어 매우 좋아졌다. 새벽조교를 마치고 나면 몸은 피곤하지만 기분은 항상 상쾌하다. 2013년부터 프리기수로 활동하면서 기승 두수와 조교 두수가 많아졌고 갈수록 적응이 되면서 지금은 체력적으로도 소화를 잘 하고 있다. 몸이 지치더라도 마음이 지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버텨낼 수 있다. 사람처럼 경주마도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어 매일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 들어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작년 여름에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가 있었다. 야간경마가 시행되었고 8조의 '골드웨이브'라는 마필과 출전했다. 평소에 '골드웨이브'는 내측 진로로 경주를 펼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야간경마의 특성도 있고 종반 한발을 쓰기위해 외곽 진로를 선택하려 했었다. 그런데 자리가 여의치 않았고 '골드웨이브'가 힘을 쓰며 평소의 습관대로 내측으로 기대기 시작했다. 어쩔수 없이 내측으로 추진을 하는 찰나 너무 내측으로 기대는 바람에 펜스와 부딪혀 쓸려버렸다. 

 등자의 길이가 조금만 길거나 조금만 짧았어도 부상은 입지 않았을 것이다. 펜스와 '골드웨이브'의 마체와 닿는 면이 크지 않았는데 희한하게 그 사이에 딱맞게 발가락이 끼어서 골절상을 당했다. 핀을 박고 수술을 하면서 두달간의 공백기를 보내야 했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던 부상이었다.

 그때쯤 슬럼프가 찾아왔고 다른 동료들에 비해 슬럼프가 잦았던터라 빠르게 극복하면서 현재까지 꾸준히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다. 기수에게 부상은 육체적인것 뿐만아니라 정신적으로는 더 힘든 시간이다.     





◆ 일년이 채 되지않은 신혼이다. 아이 소식은 없는가.   
 작년 3월 1일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거의 일년이 되었는데 아직까지 작은 다툼 한번 없었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맞벌이 부부라 아이는 내년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 아내가 네일샾을 운영하고 있고 자신의 일에 대한 꿈을 조금이라도 더 펼쳤으면 싶어서 일단은 그렇게 계획을 세워보았다. 

 결혼을 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있고 여유로워진 듯 하다. 아직 신혼이라 그런지 책임감 보다는 편안함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예전에 혼자 했던 일들을 둘이서 함께 한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할 줄은 몰랐다.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직업이라 심리적인 안정감은 경주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경마를 잘 모르는 아내지만 혼자 이것저것 공부하면서 나를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부분이 너무나 감동적이다. 진작에 할 걸 그랬다.      





◆ 얼마전 시행된 '기수 오픈 챔피언십'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축하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먼저 드린다.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고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서울기수들과 부산기수들이 부산과 과천을 오가며 무작위 추첨을 통해 경주마를 배정받고 경주를 펼친다는 것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미리 호흡을 맞춰보지 않고 바로 경주에서 첫기승을 해야 한다는 것에 긴장감과 설레임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결과가 좋아 최초로 치러진 챔피언십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 지금도 기쁨을 감출 수 없다.    

 부산에서 추첨을 통해 경주마를 배정 받았을때 좋은 마필을 뽑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기대를 하지 않았다. 부산에서의 경주 경험이 세번정도 있었는데 인기마에 기승을 했었어도 성적이 좋질 않아서 나와의 스타일이 잘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산 마필들의 특징을 모르는 상태에서 경험에 큰 의미를 두기로 마음 먹었다. 

 2조의 '새벽바다'라는 마필에 기승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서울 마필들과 달랐다. 서울 마필들은 힘을 한번만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4코너 이후에 치고 나오지 못하면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 그에 반해 부산 마필들은 초반에 힘쓰고 따라가다 종반에 힘을 한번 더 쓰는 경우도 있고 초반에 밀리거나 추진 타이밍이 늦어도 직선거리가 길어 충분히 올라 올 시간적 여유가 있다. 부산 마필들이 강하긴 하다.  

 뒤이어 부경 10조의 '강자대로'라는 마필과 3위를 기록했다. 뚝심이 좋은 마필이고 강자를 만났지만 준비 상태가 상당히 좋았다. 8조의 '골드라인'이라는 마필과 세번째 경주를 펼쳤다. 좋은 마필이었고 강력한 인기마필이었지만 아쉽게 입상에는 실패했다. 부산에서의 경주 기승은 좋은 경험이었다. 다른 기수들에게도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서울에서의 경주도 추첨의 운이 좋았다. 36조의 '차밍굿'을 만나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20조의 '성은강자'와 호흡을 맞춰 순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실력보다는 운이 많이 따라줘서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최초로 시행된 '기수 오픈 챔피언십'이어서 그런지 완벽한 준비는 아니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나아지리라 생각하고 기수 뿐만아니라 경마팬들께도 의미있고 재미있는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 어느덧 10년차의 기수 생활이다. 
 기수로 데뷔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차가 되었다. 뒤돌아보면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가 많았던 것 같다. 소극적인 성격이라 혼자 고민하고 걱정하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고 혼자서 삭힌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시간이지만 데뷔초와 기수를 준비하던 시간이 생생히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여유가 생겼어도 초반에는 기수를 그만두고 싶어 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선배들이 잡아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좋은 시간들은 없을 것이다. 

 후보생때부터 교관님이 포기하고 짐싸서 집에 가라 할 정도로 소질이 없었다. 장애마술을 포함한 기본마술을 어느하나 잘해낸 것이 없었다. 이때부터 선배들의 위로가 도움이 되었다. 이를 악물고 버텼고 경주마술에서 조금씩 칭찬을 받기 시작했다. 기수로 데뷔한 초기에도 마찬가지 였다. 늦발은 기본이고 상대 마필을 방해하는 바람에 위험을 초래한 적도 많았다. 항상 힘들어 할때쯤엔 선배들이나 조교사님 또는 관리사 형들중에 조언자가 나타났다. 어떻게 보면 인덕이 좋은 것인지 참고 버티게 되었다.  

 유리멘탈이라 쉽게 낙담하고 자책한다. 10년차가 될때까지 버티면서 오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 지금도 완전히 바뀐것은 아니다. 여유가 생겼고 노하우가 생긴것 뿐이다. 아직도 말이라는 동물에 대해 이것이다 저것이다 감이 잡히지 않는다. 과연 나의 경주 방식이 옳은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새벽조교를 잘하고 있는 것인지 잘못된 방향인지.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고 기승을 한다. 말에 대한것은 평생가도 알수 없을 것 같다.   

 슬럼프가 자주 오는 편인데 군대를 전역하고 바로 찾아 온 슬럼프를 마지막으로 애지간한 슬럼프는 아무생각없이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것으로 극복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슬럼프 기간이 짧아지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 듯 하다. 

 10년이나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10년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도 모르는게 너무 많고 배울게 많이 있다. 





◆ 최근 기승한 마필들 중 애착이 가거나 기억에 남는 마필은. 
 항상 애착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마필들이 있다. 40조의 '선록'과 '실버울프'이다. 두마필 모두 능력이 있는 마필들이고 더 뛸 여력이 있다. 

 '선록'은 순발력과 지구력을 겸비했고 결정력 또한 좋은 마필이다. 거리를 넘나들며 1등급까지 올라왔고 현등급에서 경쟁력도 보일 수 있겠다. 최근 아쉬운 순위권에 머무르고 있는데 '선록'에 기승할때면 생각이 많아진다. 더 나올 걸음이 분명 있는 마필이라 어떤식으로 경주를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실버울프'는 마체가 크지 않지만 힘과 근성이 좋은 마필이다. 특별경주에서 우승 경험이 있고 1등급에서의 입상 경험도 있다. '뚝섬배'대상경주와 'KNN배'대상경주, '경남도지사배'대상경주등의 교류 경주까지 출전 하면서 강자들과 경험을 쌓았고 전혀 기죽지 않은 걸음을 보여줬다. 5세의 암말이지만 묵직함과 믿음감이 생기는 마필이다.     

 이외에도 많은 마필들이 있는데 '선록'과 '실버울프'를 우선적으로 꼽아보았다. 유난히 애착이 많이 가는 마필들이다.  





◆ 차후 기대치가 높은 마필이 있다면. 
 요즘 기승하는 마필들 중에 말씀 드리면 14조의 '황금소리'가 기대가 된다. 처음 대면했을 때부터 느낌이 좋았던 마필이다. 주행심사시 가능성을 보여서 데뷔전부터 기대를 했었다. 강한 마필들을 만나면서 입상에 실패했고 3전만에 직전경주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황금소리'를 훈련하면서 16조의 '천구'라는 마필과 이미지가 많이 겹쳤다. '천구'와 부마가 같은 형제마이어서 더욱 그러한 듯 하다. '천구'같은 경우는 초반에 늦발하고 이후에 속력이 붙어 탄력을 보였던 마필이었는데 발주와 가속력에 신경을 많이 써서 선행마로 각질이 바뀐 케이스이다. '황금소리' 역시 '천구'처럼 만들고자 초반에 조금은 무리를 했었다. '천구'의 이미지에 사로잡혀 따라가려 했던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던 것 같다. 

 직전경주는 선입견을 버리고 추입습성을 살려봤다. '황금소리'에 가장 잘 맞는 것은 참고 한발을 쓰는 추입인 것이었다. 잠재력이 풍부한 마필이고 앞으로 잘만 성장 해준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마필이다. 

 또 한두 말씀드리면 조심스럽지만 6조의 '호크아이즈'를 기대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호크윙'의 자마들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뛰지 않으려는 단점을 가진 마필들에 기승해봐서인지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호크아이즈'는 조금 다르다. 예전에 50조의 '그레이드캡틴'이라는 '호크윙'의 자마중에 이름을 날린 마필을 생각나게 한다. 지금은 휴양중에 있지만 기대가 되는 마필이다.                 





◆ 앞으로 기수로서 계획이나 목표는. 
 예전부터 누군가 존경하는 선배를 물었을때 한결같이 문정균기수를 언급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존경하는 선배이다. 항상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수행한다. 20년동안 변함이 없다는 것이 멋지게 보인다. 나 역시도 앞으로 외길만을 묵묵히 걷고 싶다. 성적에 대한 큰 욕심은 없다. 좋은 마필이든 안좋은 마필이든 꾸준하게 경험을 이어가고 싶다. 

 매경주 최선을 다하면서 기승하는 마필이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처럼 보람있는 일이 없을 것이다. 기승하는 마필들과 함께 성장하며 부상없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꾸준함이 가장 힘든 것이지만 노력한다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2017년도 어느새 한달이 지났다. 구정 연휴를 잘들 보내셨길 바란다. 올 한해 모든 복들이 검빛의 팬분들께 전부 몰려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기수가 되겠으니 성적이 좋든 좋지 않든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린다. 건강하시고 가정에 사랑과 평안이 가득하시길 바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