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기수 인터뷰>
내게는 단 두 가지의 법칙만이 존재한다.
첫째, 절대로 포기하지 말 것. 둘째, 첫번째 법칙을 절대로 잊지 말 것.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전역후부터 컨디션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체중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군대를 입대하기 전에는 몸무게가 54kg에서 55kg을 왔다갔다 했었는데 현재는 50kg을 항상 유지하고 있다.
55kg의 체중으로는 기승할 수 없어 경마날만 되면 4kg에서 5kg을 감량해야 했다. 하루종일 굶는 것은 기본이고 계속 뛰고 수분까지 빼내기 위해 몇시간씩 사우나를 해야했다. 체중을 급작스럽게 빼버리니 당연히 몸에 힘이 없어지고 경주마를 밀어내는 힘이 없어 경주 결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현역으로 GOP에서 군생활을 했다. 군생활이 잘 맞았는지 몸의 체질이 바뀌면서 체중도 빠졌고 관리가 쉬워졌다. 이제는 굶지 않아도 된다. 굶지 않으니 힘이 붙기 시작했고 어느정도의 근육도 단련 시킬 수 있었다. 몸에 힘이 생기니 말몰이도 훨씬 편하고 강해졌다. 당연히 컨디션이 최고 일수밖에 없다.
가장 어린 기수이다. 군대도 일찍 다녀왔다.
처음 기수로 데뷔했을때 가장 어린 나이였고 군대를 다녀왔음에도 아직은 가장 어린 나이이다. 군대를 빨리 다녀오게 된 계기가 있었다. 경마 교육원 3년차쯤에 군대를 일찍 가려했으나 시기를 놓쳤고 기수 데뷔를 하고나서 1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경험을 하고 입대를 결정했다.
입대전의 기수 생활은 정말 힘들었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번은 한 듯 하다. 체중 감량 때문에 힘이 없고 의욕도 없었고 어려서 그랬는지 기수라는 직업에 회의감을 느꼈다. 꿈을 잃은 것이다. 그러던 중 2014년 자키 메모리얼 행사를 시행하다 실신을 했다. 체중 감량이 원인이었다.
일반 사람보다 심장이 약간 비대한 일명 스포츠 심장을 가지고 있는 나였지만 당시에는 오히려 해가 되었고 3개월 동안이나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때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음이 분명하다. 나의 진로에 대해 다시한번 고민을 해야했다. 차라리 군대를 가서 실컷 고민해보리라 마음 먹었고 입대 지원을 하게 되었다.
전역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나 자신이다. 최전방에서 군생활을 했고 근무시간이 많아 그만큼 생각할 시간도 많았다. 과연 내 꿈은 무엇이고 내가 기수 생활을 하면서 무엇을 했고 무엇을 원하는지. 2년여의 군생활은 나에게 뜻 깊은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알수 없었던 나를 알게 되었다.
입대 초기에는 무작정 먹었다. 체중이 58kg 까지 급격하게 불었지만 될데로 되라는 식이었다. 상병을 달고부터 똑같은 생활을 했음에도 체중이 빠지기 시작했다. 병장이 되니 체중은 53kg였고 각오를 새로이 다지고 나자 50kg로 유지되기 시작했다. 군생활의 끝은 나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표정에서도 달라짐이 보이나보다. 주위에서 달라져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친한 관리사 형은 군대를 다녀온 것이 신의 한수였다는 말씀까지 해주셨다. 모든것이 달라졌다. 체중 문제를 해결하고나니 각오가 남달라졌고 복귀하고 나서도 경주 중 푸쉬에 자신감이 붙었다. 이제야 비로소 기수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꿈을 향해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군입대 전하고 조교와 경주 페이스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새벽 조교는 예전의 압축 구보에서 훨씬 강도 높은 조교로 바뀌었고 경주에서는 초반 페이스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단거리 경주에서는 따라가기 바쁠 정도였다. 2016년 10월 19일에 전역을 했고 5개월 정도의 생활을 하면서 적응을 하고나니 체력과 각오와 힘까지 변해서인지 성적도 조금씩 나아지는 듯 하다.
17조 마방과 소속 계약을 맺었다.
기수를 데뷔하고 나서 소속되었던 마방 조교사님들이 원하는 만큼의 반절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실망을 안겨드렸다. 지금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전부터 알고 지내던 17조 마방에 찾아가 소속되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 예전처럼 하면 절대 안된다는 말씀과 함께 죽을 각오로 다시 시작해보라는 허락을 받았다. 각 마방마다 특징들이 있는데 17조 마방은 체계가 잘 잡혀있고 친 가족처럼 잘 대해주신다. 잘 한것이 있으면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고 혼날때도 매우 엄하게 혼내신다. 배울 것들이 많은 마방이고 마필 수급도 좋아서 신뢰를 쌓아가며 기대해주시는 만큼 좋은 결과를 안겨드리고 싶다.
최근 기승한 마필들 중 기억에 남는 마필이 있다면.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기승 했던 마필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고 대부분의 마필들이 아쉽다. 그중에서 꼽으라면 먼저 17조의 '강성대국'을 말씀 드리고 싶다.
'강성대국'은 직전경주 처음으로 긴거리에 출전했다. 마필의 컨디션은 좋았지만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었다. 내측에서 '후리바람'이라는 강자가 선두권을 치고 나갔는데 '강성대국'의 초반 탄력이 너무 좋아 제어를 하면서 힘싸움을 하느니 그냥 선행을 나가자는 판단을 했다. 첫번째 코너에서의 순간적인 판단으로 직선주로까지 버텨내면서 2착을 차지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이런 판단을 전혀 하지 못했다. 아무런 생각없이 기승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힘이 없어 의욕적이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경주 시작전부터 전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와 경주중에서의 생각도 많아졌다. '강성대국'의 직전 경주는 내 자신이 한단계 성장하고 있다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인 것 같다.
40조의 '위즈스피드'라는 마필은 전역하고나서 첫승을 안겨 준 마필이다. 순발력과 지구력을 겸비했고 원하는데로 잘 따라줘서 기승하기 편했다. 18조의 '합작품'이라는 마필은 작전대로 전개를 잘 풀었던 마필이다. 우승을 차지하면서 자신감을 북돋아 준 고마운 마필이다. 이외에도 17조의 '두만강'이나 7조의 '금소화'. 그리고 23조의 '슈퍼펀치'라는 마필들은 뛸 걸음이 많은 마필들인데 더 나은 성적을 내지 못해 아쉬운 마필들이다.
차후 기대되는 신예 마필은.
전역후 기승 두수가 많지는 않지만 최근 기승한 마필들 중에는 17조의 '롱웨이'라는 마필이 기대가 된다. 직전경주 데뷔전 치른 신예 마필이다. 주행심사시 기본기를 갖췄고 가능성을 보였다. 공을 많이 들이면서 데뷔전 준비를 해와서 나름 좋은 모습을 기대했었는데 초반 힘안배에 실패하면서 나 자신에게 화를 많이 냈었다. 잠재력이 풍부한 마필이라 경주 경험을 쌓으면서 점차 좋은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40조의 '클린업히어로'라는 마필은 직전경주 우승을 함께 했다.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마필이고 마체가 워낙 당당하고 힘이 좋아 갈수록 더 잘 뛰어줄 수 있는 마필이다. 지구력 보강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듯 한데 당장의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앞으로 기수로서 계획이나 목표는.
이제 처음 시작한 신인이나 다름이 없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빠짐없이 배워야 되는 시기이다. 당장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배워나가는 것이 가장 큰 계획이다. 군 입대전 상대적으로 도태 되었던 경험을 하고나니 보통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기수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죽을 각오로 부딪혀 보겠다.
현재 2kg의 감량 이점이 있다. 감량이 남아 있는 동안에 나만의 안정감 있는 기승 자세와 스타일을 확실히 찾아서 수습기수를 뗐을 때도 무리 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 할것이다. 많은 시간이 지났을때 인정 받는 기수가 되고 싶다. 성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전역 후 복귀를 하고 나서 나를 모르는 팬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부터는 팬들의 머리속에 잊혀지지 않는 기수가 되도록 노력 할것이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가짐이니 갓 데뷔한 신인으로 알고 계서도 좋다. 지켜봐 주신다면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어느덧 겨울이 지나가고 마지막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환절기가 건강 유지에 가장 주의하셔야 되는 때이다. 항상 건강하시고 경마 공원에 자주 놀러 오셔서 힘찬 응원을 부탁드린다.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란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