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기수 인터뷰

  • 운영자 | 2017-03-1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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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호 기수 인터뷰>
나갈 수 있겠냐고 묻지 마시고 나가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언제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컨디션은 항상 좋다. 언제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기초 체력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안좋은 일이 있거나 기대 이하의 성적들이 계속 될때면 컨디션이 다운 된다. 이럴때 기초 체력 운동을 하고 강도를 올려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기분이 훨씬 나아진다.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때까지 뛰는 것이다.  

 좀 더 세밀한 컨디션 체크는 경주 당일날 첫번째 기승하는 경주에서 확실히 알 수가 있다. 컨디션이 정말 좋을때는 첫번째 마필에 기승하자마자 경주마의 구체적인 상태가 정확하게 느껴진다. 감각이 예민해진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날은 성적도 잘 나올뿐 아니라 성적이 좋지 않아도 기분이 상당히 좋다. 원하는데로의 시도를 해볼 수 있고 배우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에 컨디션은 중요하다. 







어느새 데뷔한지 9년이 되었다. 
 벌써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실제로 경주마에 기승한 기간은 4년여 정도 되는 듯 하다. 9년의 반이 채 되지 않는다. 군대를 다녀왔고 크고 작은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했다. 휴식기는 의미없는 시간이 아니었다. 나를 되돌아보는 좋은 시간들이었다. 그런 시간들이 있어서 나태해지지 않고 한길만을 똑바로 나아갈 수 있는 듯 하다.  

 주 단위로 사이클이 이루어지다보니 한주 한주 집중 하다보면 어느새 한달, 그리고 일년이 지나버린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러하듯 특수 직업군인 기수도 마찬가지 이다.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도 있을 정도로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월요일 새벽조교에 런닝과 웨이트, 화요일은 런닝과 스트레칭, 수요일 새벽조교에 런닝과 웨이트, 목요일은 새벽조교 후 출마등록과 투표가 있고 런닝과 스트레칭, 금요일 새벽조교후 주행심사와 스트레칭, 토요일과 일요일은 새벽조교와 경주. 틀에 짜여진 생활의 반복이지만 그안에서 보람을 찾고 내 꿈을 이어가고 있다. 

 9년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긴 시간이겠지만 마음가짐 만큼은 항상 시작에 불과하다. 내 자신에게 만족할때까지 차근 차근 조금씩 나아갈 것이다. 항상 부족함을 먼저 생각하고 그 부분을 채워가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작년부터 계약기수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에 일년동안 프리기수로 활동을 했었다. 군대를 전역하면서 몸과 마음이 최상이었고 자신감도 가득차 있었다. 기승 두수가 많아지면서 자연적으로 성적도 좋아졌다. 당시의 생각으로는 나에게 기회가 찾아 온 것이었고 체력적으로 무리하면서까지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그정도로 욕심을 내는 성격이 아닌데도 그때는 희한하게 한두라도 더 기승을 하고 싶었고 한번이라도 더 우승을 차지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시기였다. 다승 순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앞만 보고 달렸다.  

 하지만 결국 프리기수로 활동한지 7개월만에 과부하가 걸렸다. 차후 기대치가 높았던 망아지를 서둘러 순치하다가 손가락을 크게 다쳤다. 5개월을 쉬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5개월이 있어 지금처럼 한발짝 물러나 자만하지 않고 차근 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는 마음가짐으로 바뀐 것이다. 내가 처음 기수를 하고 싶었던 이유와 데뷔 했을때의 각오, 기수로 얻는 보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게 되었다.   

 2016년 1월부터는 계약기수로 복귀를 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던가. 급할일도 없겠지만 초조해하지 않는다. 현재의 기수 생활에서 얻는 보람을 꾸준히 느끼고 싶다. 훈련시킨 마필과 경주에 함께 출전해서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정확하게 착착착 맞아 떨어지면 거기에서 얻는 만족감과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우승만이 답이 아닌 최하위 마필이라도 한순위 두순위 따라잡으면 같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래서 기수가 좋다.   







여러마방의 부름을 받고 있다. 
 저를 찾아주시는 모든 마방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능력이 좋은 마필이 아니더라도 잊지 않고 불러주시는 것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최근에 49조 마방에서 기회를 주셨고 믿어주시는 54조를 시작으로 16조와 27조, 35조, 41조, 45조 33조, 6조, 7조. 기억나는 마방만 해도 꽤 많은 마방에서 한두라도 기회를 주시려고 해서 기쁘게 기승을 하고 있다. 

 거기에 따르는 단점도 있다. 여러마방에서 부름을 받고 있다보니 한주의 기승 두수를 가득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당연히 꽉 차 있을줄 알고 아예 물음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나서서 기회를 얻으려는 성격이 아니다보니 말 못하고 아쉬울때가 있다. 그래도 어느정도의 기승 두수가 채워지고 있어 우승에 대한 열망은 크지만 기승 기회에 대한 큰 욕심은 내지 않고 있다. 열심히 하다보면 기회는 자연적으로 찾아오리라 믿는다. 항상 준비가 되어있다. 언제든 기회를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최근 기승한 마필들 중 애착이 가는 마필이 있다면. 
 너무나 많다. 말이라는 동물 자체를 좋아하다보니 기승했던 마필은 더 좋아할 수 밖에 없다. 가장 애착이 가는 마필을 꼽으라면 35조의 '투케이'와 54조의 '베스트가이'를 우선적으로 말씀 드리고 싶다. 

 35조의 '투케이'는 망아지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함께해 온 마필이다. 기본기도 있고 잠재력도 풍부하다. 뚜렷하게 월등한 능력이 있는 마필은 아니지만 준비를 잘하고 상대를 잘 만나면 언제든지 능력 발휘를 할 수 있는 마필이다. 54조의 '베스트가이'는 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혀 하락세의 마필이 아니다. 아직도 더 뛸 여력이 있다. 최근 '세계일보배'대상경주와 '서울마주협회장배'대상경주에 연속으로 출전하며 순위권을 기록해줬다. 1등급에 올라와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잘 뛰어주고 있는 마필이다.

 27조의 '검진'도 말씀 드리고 싶다. 너무나 안타깝고 아쉬운 마필이다. 능력은 있는데 현등급에서 계속 결정력 발휘를 하지 못하고 순위권만 기록하고 있다. 이제는 정이 들어 아쉬움이 배가 되었다. 뼈나 인대는 정말 튼튼하고 강한데 호흡이 문제다. 호흡이 거칠고 부자연스럽다. 하지만 호흡도 차츰 나아지고 있고 아직 더 나올 걸음이 많은 마필이라 차후 기대가 되는 마필이다.







차후 기대치 높은 마필은. 
 기대하고 있는 마필이 몇 두 있는데 그중에서 한두만 말씀 드리면 41조의 '티타니아'가 가장 기대가 된다. 직전경주 데뷔전을 치른 신예 마필이다. 마체가 작은 단점이 있지만 강단이 있다. 뛰려고 하는 의욕이 앞서있는 마필이라 차후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직전 데뷔전에서도 근성을 보이며 입상을 기록했다. 순발력과 지구력을 겸비해 차츰 성장하면서 능력을 보여줄 수 있겠다.  

 이외에도 경주 경험을 쌓으면서 나아질 마필들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성장세를 말씀 드리겠다. 마필들도 사람처럼 컨디션에 따라 성적이 크게 좌우되고 성장이 빠르거나 주춤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앞으로 기수로서 계획이나 목표는.
 단기적으로 구체적인 계획은 지금처럼 체력 단련을 소홀히 하지 않고 꾸준하게 열심히 하는 것이다. 항상 준비 되어있는 기수가 되기 위해서이다. 경험을 해봤으니 큰 욕심을 부리고 초조해하거나 서둘지 않을 것이다. 묵묵히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와 많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중장기적인 목표라면 300승을 하고 싶다. 꿈은 클수록 좋다고 했지만 좀 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편이라 앞으로 기수 생활을 하는 동안 300승은 꼭 달성 하고 싶다. 지금까지 기승해 온 시간보다 앞으로 기승해야할 시간이 더 많이 남아있다. 현실적인 목표가 점점 상향되길 바라면서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부상이 없었으면 좋겠다. 인력으로 막기 힘든 부분이 있고 운이 좀 따라줘야 하겠지만 모든 기수가 그렇듯 부상은 기수 생활의 큰 난관이다. 나뿐만아니라 모든 기수가 부상이 없길 바란다.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하마대나 예시장에서 유난히 이름을 많이 불러주시는 것 같아 이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기승 두수가 많지 않고 성적도 들쑥날쑥한 상황에서 잊지 않고 많은 분들의 응원을 들으니 절로 힘이 났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열렬히 응원해 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다. 일일이 답변은 못해드리지만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잊지않고 꾸준한 응원을 부탁드린다. 계속 지켜봐주신다면 더욱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게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란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