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우 기수 인터뷰>
돈만이 재산은 아니다. 지식도, 건강도, 재능도 재산이다.
그러나 의지는 다른 어떤 것 보다도 큰 재산이다.
전역 후 8개월이 지났다. 적응을 잘한 듯 보이는데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늦은 감이 있지만 인제야 적응을 한 것 같다. 전역하기 몇 달 전부터 몸만들기에 돌입했었고 나름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경주마에 기승하는 근육과 일반적인 생활에서의 운동 근육이 판이해서 기수의 근육을 이제야 만들어 낸 것 같다.
경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경주의 페이스가 완전히 달라졌고 진로의 감을 잡기 어려워서 전역하고 3개월 정도는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새로이 시작하는 상황인지라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더욱 압박해왔다. 정신적으로도 힘이 들었는데 몸까지 따라주질 않으니 어떻게 해야 될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이 악물고 버티다 보니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고 뭔가 해볼 수 있는 자신감도 생겼다.
변하고 싶었다. 군대라는 터닝포인트를 거쳤고 내 꿈을 쫓기 위해 완전히 달라져야 했다. 그런데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서둘렀던 것 같다. 올해 들어 욕심을 버리고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밟아나가자고 생각하니 오히려 적응이 빨라졌고 몸도 어느새 만들어져 있었다. 몇 가지 부족한 것들을 더 보강하면서 조금씩 나아갈 것이다.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고민이 많다기보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한 살을 더 먹어서 그런 것인지 군대를 다녀와서 철이 들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군대 생활 때부터 생각이 많아졌다. 그때는 앞으로의 진로와 각오에 대한 것들이었다면 지금은 현재의 내 위치에 대한 생각과 단기적인 계획에 관한 것들, 그리고 경주 흐름에 대한 것들이다.
능력이 있는 마필이든 부진형 마필이든 한 두에 기승하여 한 개 경주를 뛰면서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니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경주를 기승했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갈수록 전개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얼마 전에는 경주 전개에 대해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돌아오는 답변은 이제 좀 성장하는 것 같다는 말뿐이었다. 직접 겪어서 헤쳐나가야 한다. 어떤 분야든지 알아갈수록 더 어렵다고 했던가. 계속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최근 들어 조교 두수와 기승 두수가 조금씩 늘고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준비가 되어있어야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노력을 해야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안되면 될 때까지 노력을 하려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주의 경험이다. 기승 두수를 늘리기 위해 조교 두수를 먼저 늘려야 한다. 아직 조교 두수가 많지 않아 기회를 만들기 위해 나 자신에게 변화를 주고 있다.
새벽 조교가 모든 것의 시작이다. 하루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경주마가 잘 뛰기 위한 기초를 다지고 우승을 하기 위한 훈련이다. 새벽 조교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리고 새벽 조교가 끝나고 나서도 여러 마방을 돌아다니며 인사도 드릴 겸 마필의 관리를 눈여겨 지켜본다. 사향 관리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입대 전에는 기회가 없어도 노력하지 않았다. 의욕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 자신의 고집에서 한 발짝 물러나게 되었다. 뒤로 물러나서 나를 바라보니 지금까지 해왔던 것은 만족감일 뿐 노력이 아닌 것 같았다. 노력과 배움에는 끝이 없는 것이다. 자신을 낮추고 한발씩만 나아갈 것이다.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조금씩 준비가 되는 것을 주위에서 아시는지 한 두씩 조교와 기승 기회를 주려고 하신다. 믿고 맡겨 주시는 것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노력을 보여드리겠다.
기승 정지 이후 많이 차분해졌다.
기승 정지는 나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군대 전역하고 몇 달이 지나자 자신감이 붙었고 과욕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때의 기승 정지가 있어서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을 수 있었다.
스타트가 잘 나와서 출발 후 100m 이내 진로 변경 금지 사항을 지키지 못해서 정지를 받았고 먼저 추진하고자 상대 마필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정지를 받았다. 10m의 거리를 착각한 것과 서두른 것이 원인이었고 불만이 생길만한 심판 내용이었지만 이내 수긍하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예전에는 4코너를 돌기도 전에 무조건 외곽으로 빼서 승부수를 띄웠다. 지금은 참는 연습을 하다 보니 참는 동안 생각할 여유도 생기고 기승하는 마필의 한순간 폭발력도 더 이끌어 낼 수 있는 듯하다. 조금은 더 과감할 필요성이 있다는 조언을 들을 정도로 참는 연습의 성과를 내는 것 같다. 어디 내세울 정도의 성적은 아니지만 올해 들어서 조금씩 성적이 나아지고 있다.
최근 기승한 마필들 중 기억에 남는 마필이 있다면.
많은 마필에 기승하고 있지 않아서 기승한 모든 마필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더욱 세밀하게 알아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마필은 7조의 `더블제이`와 19조의 `봄비스킹`. 그리고 13조의 `대일신화`이다.
7조의 `더블제이`는 지난 2월 4일 경주에서 오랫만에 입상을 차지했다. 너무나 아쉬운 경주였다. 2014년도 처음 데뷔전을 치를 때 기승을 해봤던 경험이 있었지만 3년 만이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동영상 지난 경주를 통해 참고 한발을 썼을 때 조금 흔들림이 보였고 초반 무리해서라도 최대한 앞쪽에 가야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당시 인기 1위였던 마필을 제쳐서 우승을 기대했지만, 또 다른 마필에게 덜미를 잡혀 준우승을 기록하게 되었다.
19조의 `봄비스킹`은 유난히 애착이 가는 마필이다. 처음 `봄비스킹`을 만났을 때 심장이 쿵쾅거리며 설렘에 잠까지 설칠 정도로 기대되었다. 데뷔전도 치르지 않은 망아지에게 그런 느낌이 들 정도라면 보통 마필은 아니었다. 실전 경험을 네 번이나 치렀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더욱 아쉽다. 하지만 아직 어린 마필이다. 더 나올 걸음이 많은 마필이라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
13조의 `대일신화`는 종반 추입력이 위력적인 마필이다. 어떠한 경주를 만나더라도 한발을 쓸 수 있다. 추진 타이밍만이 관건이다. 한 번뿐인 기승이었지만 종반 탄력의 짜릿함은 아직도 손에 남아있다.
차후 기대가 되는 마필은.
당연히 19조 `봄비스킹`이다. 처음 만났을 때의 기대치보다는 성장 속도가 더디지만, 분명히 뛰어 줄 마필이다. 덩치와 뛰는 자세 등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다. `봄비스킹`은 똑똑한 마필이다. 기승자가 어떤 사람인지 간을 본다. 고집도 세서 제멋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다. 경주 경험을 쌓으면서 안 좋은 단점들이 잡혀야 하는데 더 심해지고 있다. 변화를 주기 위해 직전경주 이후에 거세했다.
실전에서의 `봄비스킹`은 항상 힘을 남겼다. 자신의 의지로 뛰지 않으려 한 것이다. 다른 조교자가 기승할때는 악벽까지 부리는 데 워낙 힘이 좋아서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내가 기승했을때는 악벽을 부리지 않아 호흡은 잘 맞는 것 같다.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해준다면 차후에는 많이 뛸 수 있는 마필이다. 거세를 한 것이 어떤 변화를 줄지 기대가 된다.
앞으로 기수로서 계획이나 목표는.
생각보다 적응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각오 등의 마음가짐은 훨씬 성숙해졌지만, 말몰이의 리듬감이나 센스는 오히려 예전이 더 나은 것 같아 그 부분을 보강하고자 여러 방면으로 시도를 하고 있다. 필라테스나 요가까지 배워볼까 고민 중이다. 적응기를 거쳐왔으니 이제는 실전에서도 노력의 성과를 보여드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부상은 당연히 없어야 하겠고 기승 정지도 없도록 해야겠다. 지금까지 기승해 온 시간보다 앞으로 기승 해야 할 시간이 더 많이 남아있으니 서둘지 않고 초조해 하지 않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갈 것이다. 후배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선배라고 해서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후배들에게도 배울 것이 많다. 항상 모든 경주에 사력을 다할 것이다.
장기적인 목표라면 몇 년 후가 될지는 몰라도 향후 프리기수로의 전향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나 자신을 꾸준히 단련시키겠다. 단기적인 계획도 마찬가지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성격이라 당장의 기승 기회를 얻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겠다.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나도 달라졌지만, 팬분들도 많이 달라진 듯하다. 비인기마로 깜짝 입상하던지 인기마로 입상을 하지 못하던지 항상 응원을 해주신다. 기대만큼의 경주력을 보여드리지 못했을 때 어떤 핀잔을 들을지 불안한 적이 있었는데 뜻밖에 힘내라는 응원을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잊지 못할 격려를 해주신 분도 계신다. 그럴 때면 더욱 힘이 난다. 성적이 좋을 때도 그렇지만 힘찬 응원을 받을 때야 비로소 기수로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계속 지켜봐 주시고 응원과 격려 부탁한다.
추운 겨울이 다 지났고 따뜻한 봄날이 오고 있다. 항상 가정에 평안과 사랑이 가득하시길 바란다. 검빛의 모든 팬이 매주 이기셨으면 좋겠다. 당장 이번 주도 최선을 다할 테니 지켜봐 주시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