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세영 기수 인터뷰

  • 운영자 | 2017-08-2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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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세영 기수 인터뷰] "그 여정이 바로 보상이다."


국 최초 싱가포르 터프클럽에서 정식면허를 부여받아 3개월 계약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9년전쯤 이었나. 싱가포르에서 큰 대상경주가 열렸고 견학을 다녀온 적이 있다. 기수 한명 한명 출장을 할때마다 수십명의 취재기자들이 달라붙어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했다. 경주가 끝나고나서 우승한 기수는 수많은 꽃다발과 모든 사람들의 갈채를 받았다. 그 모습과 경마 환경을 보고 언젠가는 이 곳에서 기수 생활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거의 10년만에 기회가 찾아 왔던 것이다.

 싱가포르 진출은 빨리 결정이 되었지만 비자 발급이 늦어져 5월에 출국을 할 수 있었다. 두 딸아이는 부모님들께서 돌봐주시기로 했고 아내와 함께 싱가포르로 향했다. 나에게 싱가포르행은 돈을 벌기 위한 것도 아니었고 과시나 자신감 때문도 아니었다.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어쩌면 한국경마에서 현재의 위치 때문에 느껴보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현지에서 통역을 구했지만 마필 관련 업무를 하지 못했다. 영어로 소통이 잘 되어서 아내가 통역을 해주었다. 무슬림 문화가 약간 섞여있어 여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도 아내는 항상 웃으며 당당하게 생활을 해주었고 석달동안 새벽 5시에 기상하는 새벽조교에 한번도 빠진적이 없었다. 소통이 있던 마방에서 만큼은 여성에 대한 인식을 조금은 달라지게 만든 장본인이다. 아내 덕분에 기승 기회를 얻은 마필이 두배로 늘어났다. 기꺼이 함께해 준 아내가 너무나 고맙다.

 싱가포르에 가서 기수 면허 신청서를 작성하는데 조건란에 세계 여러 나라가 표기되어 있었지만 한국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싱가포르가 파트2 국가였지만 파트1 국가인 호주 기수를 주축으로 운영이 되어서 그런지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조금은 남아있어 환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원하는 바였다. 가장 아래에서부터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다. 세계 곳곳의 베테랑 기수들과 겨뤄보고 싶었고 배우고 싶었다.

 싱가포르 크란지 경마장의 시스템에 적응하기까지 2,3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 듯 하다. 처음에는 기승 기회를 전혀 얻을 수 없었다. 한국과 달리 좋은 마필이든 좋지 않은 마필이든 한 두에 기승하려면 섭외 전쟁을 치러야 한다. 기수가 직접 발로 뛰고 연락을 통해 기승할 수 있는 마필을 찾아야 한다. 세계적인 추세이고 문화적 차이인지라 매주 마필 한 두를 더 기승하기 위해 펼쳐지는 섭외 전쟁이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싱가포르에서의 총 전적은 82전 4승이고, 2착 5회, 3착 6회를 기록했다. 성적을 떠나 나 자신은 정말 잘 다녀온 것 같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좋은 마필에 한 번도 기승을 하지 못했지만 크란지 경마장에 적응하며 성적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마지막 7월에는 나름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매주 화요일마다 축구를 할 정도로 외국 기수들과 많이 친해졌고 한국 경마에 대해 알릴 수 있었다.

 터프 클럽에서 연장 신청서를 전해주며 계속 머무를지 물었지만 아내와 고심 끝에 한국으로 돌아가자 마음 먹었다. 귀국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두 딸아이 때문이었다. 검빛 인터뷰를 통해 솔직하게 말씀 드리자면 싱가포르에서 12월까지 연장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고민을 하다보니 가족들을 내버려둔채 너무 내 욕심만 챙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연장에 대해 고민을 할때 쯤 7월 중순경에 한국으로 잠깐 들어왔다. 거실에 달력이 걸려 있는데 날짜 하나에 동그라미가 크게 그려져있었고 하루 하루 지날때마다 체크가 되어있었다. 동그라미의 날짜는 내가 연장을 하지 않았을때의 귀국 날짜였다. 큰 딸아이가 체크를 해놓은 것이었다. 매주 영상 통화를 할때는 '아빠 난 괜찮아, 재미있어, 할아버지 할머니하고 잘 놀고 있어.' 라고만 했던 아이인데 내가 돌아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들어 가장 슬픈 날이었다.

 과연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달리는 것일까. 나에게 되묻는다.

 부모님들께 두 딸아이를 떠맡긴 것 같아 너무 죄송했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두 딸아이와 함께 했던 시간이 많지 않았다. 내년이면 큰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 듯 하다. 입학전까지 두 딸들과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 문세영기수 보다 도원이아빠, 지원이아빠로 불리우는 것이 더 행복하다. 꿈을 멈추는 것이 아니다. 잠시 천천히 가는 것 뿐이다.

 지금까지 말 타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앞만 봤고 위로만 올라가려 노력했다. 그리고나서는 이룬것을 지키기 위해 나를 혹사 시켰고 다른 것들은 희생되어야 했다. 당연한 것으로만 여겨왔다. 3개월의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경마 기수가 된 이후로 최근 3개월이 가장 좋은 시간이었을 수도 있겠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알게 되었고, 17년전의 아무것도 아닌 나로 돌아가볼 수 있었다.

 이번을 계기로 해외 진출 기회가 많아지길 바라고 있다. 후배들에게 적극 권장을 할 것이다. 기수로서의 성장도 도움이 되겠지만 기승 이외의 마음가짐에도 큰 도움이 될것이다. 싱가포르는 잘 다녀온 것 같다.



 싱가포르와 한국 경마를 비교한다면.
 같은 파트2 국가라 할지라도 문화적 차이와 경마장의 시스템이 전혀 다른 부분이 많아 비교를 하기에는 애매하다. 한국 경마는 한국 경마만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시켜 나가면 되는 것이다. 시스템이 많이 달라도 경주마 기승 관련해서는 큰 차이가 없다.

 싱가포르 크란지 경마장에 대해 몇가지 말씀을 드리겠다. 세계 전체적인 경마의 인기가 조금씩 하락하는 것처럼 오히려 9년전보다 인기는 떨어졌지만 워낙 규모가 큰 곳이고 체계가 잘 잡혀 있다. 7개의 주로에서 시행되는 새벽조교는 장관이다. 경마장의 부지가 넓어서 각 마방의 경주마들을 관리할 수 있는 장소 역시 한국의 2배 가까이 되는 듯 하다.

 기승을 하는 동안 가장 철저히 지켜야 되는 것이 한가지 있었다. 새벽조교시의 경주마 구간 타임이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조교때 구간 타임을 재고 타임에 맞춰서 조교를 실시하는데 싱가포르는 워낙 예민하고 철저해서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예를 들어 600m를 36초에 주파하라는 조교사의 지시가 있으면 화롱 구간별로 12초,12초,12초를 정확하게 주파해야지 빠르거나 늦으면 조교사가 엄청 화를 낸다. 조교 두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한두 한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출전주기를 맞추거나 주행심사를 하는 것도 한국과 많이 다르다. 한국처럼 스케쥴에 맞춰서 출전하는 것도 아니고, 주행심사는 조교를 하는 도중에 시간이 되면 준비된 마필이 테스트 경주를 한다. 경주로도 달라서 경주 흐름이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기록도 잘 나온다. 너무 빠르다 싶을 정도로 뛰다가도 4코너 이후에 독려하면 또 한번 더 뛰는 마필들이다. 전체적으로 순하고 튼튼한 마필들이 많다. 새벽조교나 경주운영에 있어서는 다행히 빠르게 적응을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해외 진출 의사가 있는가.
 물론이다. 싱가포르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한번 가고 싶다. 경주마에 기승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연장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다면 도전을 할 것이다. 한국 경마 기수들도 만만치 않음을 알리고 싶다.

 매년 1월에서 4월까지는 두바이에서 페스티벌이 열린다. 세계 각국의 명마들과 명기수들이 경주를 펼치는 축제기간이다. 기회가 된다면 그 시즌에 두바이에서 활동을 하고 싶다. 경주를 많이 출전하지 못하더라도 아랍에미리트 왕족들의 경주마 전용 관리소인 '고돌핀'소속의 기수가 되어서 그곳의 경주마들을 경험해보고 싶다. 새벽조교만의 기회가 찾아 오더라도 도전할 것이다.



 복귀 후 바로 적응을 한 듯 하다.
 싱가포르에서도 마지막까지 기승을 하고 왔기 때문에 실전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진 않았다. 하지만 경주마의 느낌이 달라서 복귀한 경마주간에는 우승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고 일단은 한국 경마에 적응을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새벽조교부터 경주에 이르기까지 싱가포르는 빠듯한 시간 스케쥴이 아니었고 출퇴근시 여유있게 걸어다니며 순응도가 높은 경주마에 기승을 해서 그런지 허리 통증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다시 허리 통증이 조금씩 재발해 복귀 첫날에는 성적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경주마에 기승을 하고나니 몸이 먼저 반응을 했다. 아무리 석달을 다른곳에서 경험했다 한들 17년의 경험을 몸이 모를리 없었다.

 '라온킹덤'과 '서울퀸'의 우승이 나에게는 시너지 효과를 낸 듯 하다. 이튿날은 발주전까지도 우승까지는 기대를 하지 못했던 '마이티와'와 '새벽이'. 그리고 '파이널보스'의 5승을 할 수 있었다. 적응을 빨리 하게 해준 고마운 마필들이다. 싱가포르에서 신인의 마인드를 되돌려 준 것도 한 몫 했다.



 앞으로 기수로서 계획이나 목표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이제는 앞만 보고 달릴것이 아니라 가끔은 뒤를 돌아보는 시간과 경마 이외의 것에도 마음을 쓰고 싶다. 물론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오니 여유가 생겨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것도 사실인 듯 하다. 한편으로 걱정도 된다. 말 타는 것밖에 할줄 아는 것이 없는데 나중에 기수를 그만두고 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차 더 고민을 해보겠고 향후 몇년간은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 도전 기회가 찾아 온다면 언제든 다시 도전을 할 것이다.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3개월이란 짧은 기간이지만 반갑게 맞아준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쓴소리든 응원의 목소리든 역시나 한국에 와서 한국말을 들으니 좋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전까지 더욱 열심히 노력할테니 계속 지켜봐 주시길 바라겠다. 요즘 장마 같은 비가 내리고 있다. 덥지 않아 좋긴한데 항상 건강을 잘 챙기시길 바란다. 이번주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감사합니다.






고태일 | 검빛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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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마의진화 08/24 14:42
    문기수 수고많았어요.
    아내도 국위 선양을 위해 고생이 많았겠네요.

    참고로 아이들 초등준비는 이런 저런 장르를 가리지 말고 책 많이 읽어 주세요.
    낮에 열심히 말 타고 졸리면, 무릎을 꼬집어 가면 서라도 읽어줘요.

    아이들이 책 읽는 모습을 보면 부모가 놓치지 말고 칭찬만 늘 해주면,
    나머지는 공부든, 학교 생활이든 알아서 잘 할거예요.
    그런데 몇 권? 1만권 이면 좋지만, 5천권 이라도...^^!~
  • 순야 08/25 13:36
    저도 문세영기수 좋아합니다 늘~건강하시구 행
    복하세요
  • 운봉 08/26 08:13
    문세영 입상가능마에 문기수기승이면 안심베팅인데.ㅋ 긴가민가하는 마필에 문기수기승이면 돈이 더...ㅋ 무튼 문기수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