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중간에 군대를 다녀오긴 했지만 벌써 10년이 지났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빨리 흘렀다. 데뷔 했을때가 엊그제 같다. 흘러간 시간이 몸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아직도 처음 경주에 출전했을때의 기분이 남아 있는데다가 하루 하루 열심히 해야한다는 열정이 그대로여서 그런가보다. 후배들이 많이 들어오며 해마다 시간이 흘러감을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은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속에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컨디션은 항상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7년이 되면서부터 상당히 좋아졌다. 어찌보면 10년이라는 세월이 나도 모르게 저절로 컨디션 조절을 하게끔 만들어 준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기승 시간이 늘어나면서 몸이 먼저 반응을 하게 되고 신체의 모든것들이 경주에 맞춰지게 되었다.
컨디션도 컨디션이지만 갈수록 말 타는 것이 재미있다. 새벽 조교부터 기승하는 마필과 함께 운동을 하는 것이 행복하고, 경주에 기승을 할때면 물론 이기면 좋겠지만 지더라도 한순간에 모든것을 쏟아부어 경주에 임하는 한경주 한경주가 나에게 큰 의미가 되어있다. 학창시절에 육상 선수로 활동을 하다가 마사고로 진로를 결정했을때 많은 고민을 했었지만 당시의 선택은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일이려니 하는 마음가짐 보다는 나 자신이 즐겁게 기승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군입대 전과 전역을 하고나서의 일년정도가 가장 힘든 시간이었는데 지나고나니 그런 시간들이 있어 앞으로 나아갈수 있는 방향이 생기고 각오가 새로워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당장 경주마에 기승을 하고 경주에 출전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
■ 118승을 기록했고 올해의 승률이 상당히 높아졌다.
승수에 대해 연연하지 않는 편이다. 118승을 했는데 실제 기승한 기간을 대입했을때 일년에 평균 20승 가까이 했기 때문에 총 승수에 더 큰 욕심이 생기진 않는다. 올해들어 승률이 올라간 것은 기승 두수가 많이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비율이 올라간 것 뿐이다. 그래도 승률의 수치가 올라간 것은 나쁘지 않다.
승수에 연연하지 않아도 승수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히 기분 좋은 일이다. 승수를 쌓기 위해 기수 생활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역시 이기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승수에 대해 너무 신경을 쓰다보면 이겼을때는 좋은지언정 졌을때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반대의 경우가 더 많아 승수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 조용한 성격인데 경주때 만큼은 야무지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기승할때의 모습에 놀라는 분들이 계셨다. 하지만 기수들은 모두들 기본적으로 승부욕이 있는 운동 선수이다. 기승하는 경주마의 능력을 떠나서 일단 기승을 하다보면 어떻게든 이기려 노력을 한다. 다른 기수들은 모르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경주마에만 기승하면 아무런 잡생각이 나지 않는다. 경주마에 나의 몸을 맡기고 하염없이 뛰고만 싶다. 밀다가 잡아주며 힘안배를 하고 직선주로에서 채찍을 대주며 탄력을 붙일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가 없다.
새벽조교시에 기승하는 마필을 편하게 해주는 편이다. 악벽이 있는 마필들은 당연히 임의로 제어하고 순치를 해야하지만 순한 마필들은 하고 싶은데로 놔주면서 서로 호흡을 맞춘다. 이 마필이 얼마만큼의 힘이 있는지 내가 어떻게 해야 이 마필이 자신의 힘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경주에 출전했을때 그 힘을 이끌어내서 우승을 차지하게 되면 보람은 배가 된다.
하루 하루가 참 재미있다. 새벽조교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면서 서로 다른 경주마들의 성격을 알아가고 호흡을 맞춰가는 것이 나에게는 최고의 기쁨이다. 그렇게 열심히 훈련을 소화하고 경주에 나가는 경주마들이 자신의 힘을 쓰려고 하는데 기승하는 내가 맞춰주지 못하면 안된다. 그래서 나역시 체력단련에 힘을 쓰고 있고 경주 중에는 뛰고 싶어하는 경주마에 맞춰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경주마와 함께 이기기 위해서이다.
■ 부상이 없는 편이다.
한때는 성적도 좋지 않고 기승 기회도 많지않아 기수로서 운이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반대였다. 나의 성격과 체질에 맞는 기승이었고 큰 부상이 없는 것은 상당히 운이 좋은 것이었다. 부상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닌데 이정도로 쉼없이 기승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다행인 일이다.
몇달전에 부상을 당했었다. 올해초 2월달에 낙마 사고가 있었다. 35조의 '모닝맘보'에 기승을 했었는데 직선주로에서 앞서 달리던 유승완기수의 '클린업시드'가 넘어졌고 뒤따르다 피하지 못해 점프로 넘어 서면서 낙마를 했다. 나는 다행히 따라오는 마필이 스쳐지나가 정통으로 충격을 받지 않았지만 유승완기수는 큰 부상을 당해 이제서야 복귀를 할 수 있었다.
부상은 모든 기수들이 피해야 하지만 마음데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운이 따라줘야 한다. 그런면에서 운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잔부상으로 한두주 쉰 적은 있어도 큰 부상으로 몇달씩 쉬어 본적이 없다. 나도 그렇지만 모든 기수들이 부상없이 승부를 겨루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
■ 35조 마방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35조 조교사님은 나에게 은인이시다. 많은 가르침을 주셨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그리고 좋은 마필들을 만나게 해주신 고마운 분이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으셨지만 남은기간 동안 열심히 배울 것이다.
35조 마방은 전체적으로 체계적이고 활기찬 마방이다.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던 마필들이 순치와 관리를 통해 경주에서 잘 뛰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할 따름이다. 마방 관리사 분들도 워낙 긍정적이고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 통산전적으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방 답다. 앞으로도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 지금까지 기승한 마필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마필은.
기승 기회를 주시는 것만도 고마운데 의외로 좋은 마필들과 호흡한 경험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마필은 단연 35조의 '소통시대'이다. 군 전역을 하고 적응하기 힘들었을때 아무리 노력해도 뭔가 보여지는게 없자 자신감이 땅으로 떨어졌다. 그때쯤 만났던게 바로 '소통시대'이다. '소통시대'가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었고 2015년 '스포츠조선배'대상경주에서 함께 우승을 차지한 후로 뭔가 희망이 생기면서 기수로의 자존감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소통시대'는 제2의 은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소통시대'같은 마필을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도 잘 뛰어주는 것을 보면 너무나 기특한 마필이다. 아마도 상위군에서 외산마와의 통합 경주가 아니었다면 국산마 경주에서는 승승장구 했을 듯 하다. 6세의 마필이지만 아직 하향세를 평가하기에는 이르고 앞으로 얼만큼 더 뛰어줄지는 몰라도 정말 고마운 마필이다.
35조의 '와이키키'는 너무나 애착이 가고 아쉬운 마필이다. 망아지때부터 함께 했던 마필인데 초반에 뛰었던 것이 무리가 되었는지 성장을 하면서 호흡도 약간 거칠어지고 악벽으로 인해 쉬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데뷔초에는 경주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나서도 숨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좋은 마필이었다. 물론 아직 더 나올 걸음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데뷔초를 생각하면 조금은 아쉽다.
이외에도 꾸준히 호흡을 맞춰가고 있는 마필들이 몇 두 있다. 최근 기승했던 '해후'라던지 '파인투데이'와 '언제어디서나'등도 호흡이 잘 맞는 마필들이고 애착이 간다. 새로이 만나는 마필이 생긴다면 기회가 되었을때 다시 또 말씀을 드리겠다.
■ 앞으로 기수로서 계획이나 목표는.
지금까지는 큰 부상없이 묵묵히 잘 해온 것 같다. 앞으로도 부상없이 꾸준하게 활동을 하고 싶다. 장기적인 목표 보다는 단기적으로 어제보다 오늘 더 열심히 노력하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성적도 월등한 성적보다는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눈앞의 작은 목표를 하나씩 이루면서 성장해 나가겠다.
■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요근래에 비가 자주 와서 그런지 작년에 비하면 많이 선선한 듯 하다. 새벽과 밤에는 서늘하기까지 하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더욱 건강에 유의 하셔야 한다.
앞으로 경주로에서 자주 뵐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드리고 하시는 모든일이 잘 되시길 바라고 검빛의 모든 팬들이 이번주에 크게 이기셨으면 좋겠다. 항상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