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산업, 말산업의 화수분인가?

  • 권국장 | 2018-01-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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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산업, 말산업의 화수분인가?

농축산부 새해 첫 날 ‘제2차 말산업육성종합계획’ 발표

경마산업 육성책은 미비, 소요비용 충당은 경마산업 책임






 무술년 새해가 밝자마자 정부가 제2차 말산업육성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말산업 육성을 위해 오는 2012년까지 총 7619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영록)는 지난 1일 제1차 말산업 육성 종합계획의 성과 및 문제점을 분석하고 관계기관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제2차 말산업 육성 종합계획’(4대 분야 18개 과제)을 발표했다.

 


농축산부에 따르면 앞선 2012년부터 2016년 사이 1차종합계획 시행으로 승마시설은 2013년 331개소에서 479개소로 매년 15%의 높은 증가세이며 정기승마인구 47,471명, 체험승마인구 890,951명으로 매년 7% 규모 성장했다.


또한, 말 사육두수는 27,116두로 연평균 3.6% 증가하였고, 말산업 사업체는 2,278개이며, 이 중 말보유 사업체는 1,960개로 86%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말산업규모는 3조 4,120억원으로, 농업생산액 45조원의 7.6% 수준, 일자리는 2만 4천여개 수준, 직·간접적으로 창출된 부가가치 총액은 2조 5,850억원 가량으로 나타났다.


국내 말산업 활동으로 창출된 총 취업인원은 23,797명으로 2012년 17,963명 대비 5,834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였고 승마산업은 2012년 785억에서 2015년 1,111억으로 지난 3년간 산업규모가 41.6% 증가해 국내 말산업 발전의 견인 역할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농축산부는 1차 종합계획을 통한 말산업 외연 확대에도 불구하고 승마의 사회공익적 역할 수행 미흡, 인력양성·자격제의 취업연계 미비 등 말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문제점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농축산부는 승마의 접근성 취약, 말산업의 부정적 인식 상존 등 문제점을 보완하여, 말산업의 지속 성장이 가능하도록 ‘말산업 육성을 통한 국민 삶의 질 향상, 농어촌 경제 활성화’라는 방향에 따라 4대 분야 18개 과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제2차 종합계획의 4대 분야는 ▲수요확충 및 연관산업 육성 ▲말산업 기반조성 ▲말산업 경쟁력 강화 ▲지속성장 체계 구축 등이다.

 


우선 수요확충을 위해 ▲승용마 조련 및 유통체계 구축 ▲승마대중화 및 품질제고 ▲연관산업 육성 ▲말산업 관련 수출시장 개척 등이 추진된다. 또한 또 말산업 기반조성을 위해 ▲승마시설·복합단지 조성 ▲말산업특구활성 ▲말고기 생산·유통기반 조성 ▲전문인력양성·취업지원 ▲컨설팅지원·표준모델보급 등이 본격화 된다. 말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전문생산농장 지원 ▲우수馬 도입, 스타馬 도입 ▲경마선진화 및 국산 경주마 수준 향상 ▲경마 레저문화조성 방안이 적극 검토된다. 지속성장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승마시설 여건개선 ▲말산업 R&D, 통계조사 ▲방역 관리치계 구축 ▲말 개량 목표 설정·운영 ▲교류 및 홍보강화방안이 마련된다.

 


이와 별도로 제2차 말산업육성종합계획에 따라 2017년부터 2021년간 총 7,619억 원 수준의 투·융자 계획을 마련했다.

 


농축산부는 2차 종합계획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향후 5년간 축산발전기금 5% 수준인 1,959억, 마사회 5,553억을 포함하여 7,619억원 수준을 지원할 예정이며 매년 시행계획 성과에 따라 투입규모 등 중장기 계획과 연계하여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2차 말산업육성 종합계획이 발표됐지만, 경마계와 말산업 현장에서는 그리 별다를 것이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2차 종합계획에 포함된 다수의 추진계획들이 이미 1차 종합게획에 포함되었던 내용을 되풀이 하는 모양이고, 많은 문제점을 나타낸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말산업육성종합계획이라고는 하지만 가장 굵직한 사업들이 여전히 승마산업에 치중되어 있고, 외양만을 키우는 추진계획만 보이고 있다. 1차종합계획을 거치면서 수많은 승마장이 난립하고 있지만 최상위층만을 위한 고급화와 경영적자에 허덕이는 부실 승마장으로 양극화된 현실을 타개할 적극적인 해결방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말산업 육성을 위해 앞으로 5년간 소요될 총 7,619억 원 중에서 경마계가 감당해야 할 몫이 마사회 5,553억 원과 축발기금의 5%인 1,959억 원으로 총 7,678억 원에 달한다. 결국 41억 원을 제외한 모든 비용을 경마산업이 책임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경마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은 미비하기만 하다. 물론 이번 2차 종합계획에는 말 수출 수요국 대상 검역협정 체결 및 수출 비용 보조, 국산마의 전략적 수출, 한국 경마상품 수출 활성화, 계절 전천후 실내언덕주로 신설, 우수 외국산마 도입조건 완화, 신규 경마장 설치, 국제경주 개최 및 해외 경마 원정 시행, 기초지자체의 레저세 수혜비율 확대, 전국 말에 대한 종합적 방역체계 구축, 말 질병 예방을 위한 백신지원, 24시간 응급구호 및 수술지원 네트워크 구축, 경주마 개량 지속 추진 등 경마산업과 직접 관련 있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지만, 반대로 경주퇴역마의 승용마 시장 진입 제한, 전자카드 비중 확대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경마는 아직도 국내 합법사행산업 중 최고의 매출을 굳건히 지키고 있고, 연간 매출액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수 년 전부터 사양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경마장을 찾는 팬들의 수가 줄어들고 불법도박·사설경마의 팽창에 밀리며 경주일·경주수 늘리기로 매출감소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는 것을 경마계 모두가 수긍하고 있다.

 


갬블성 강한 경마가 마사회가 수십 년 외쳐온 건전레저스포츠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말산업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무너진 농촌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말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가 그동안 경마에 대해서 철저하게 규제책으로 일관하고 있으면서도 말산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경마를 통해 충당하는 모순적인 정책을 유지해 왔다. 1차 종합계획이 만들어질 때 정부에서는 이미 공룡이 되어버린 경마산업은 현상 유지 또는 축소를 기본으로 삼아 경마를 제외한 여타 말산업, 특히 승마산업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 사실이다.

 


마사회는 수년 전부터 향후 10년 이내에 적자가 불가피하고 더 이상 축발기금을 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갬블성이 강한 경마산업은 분명 명과 암이 존재한다.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하게 소요되는 말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경마산업의 퇴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말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경마산업은 자금 마련을 위한 화수분 역할만이 아니라 말 소비와 순환시스템 마련, 그리고 승마 보급을 위해서도 반드시 적절한 육성방안(아니라면 규제의 최소화라도)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