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그랑프리 ‘별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서울·부경 대표마 10두, 2300m 최장거리에서 격돌
'문학치프','실버울프','청담도끼','투데이' 박빙의 승부 예고
한국 최강마를 가리는 그랑프리 대상경주가 8일 서울경마장에서 열려 내로라하는 장거리 강자들이 격돌하게 된다.
올해 그랑프리는 출전두수가 비록 10두로 최고 대상경주라는 타이틀에 비해 부족한 감은 있지만 확실한 우승마로 지목되는 경주마가 없을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예고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그랑프리 대상경주는 1982년 뚝섬경마장에서 12월 26일 핸디캡 특별경주로 1회 대회가 탄생한 이후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대상경주 중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외산마와 국산마의 능력차가 컸던 과거 한국경마의 특성상 창설 이후 대부분 핸디캡으로 시행되다가 2007년부터 산지별, 연령별, 성별로 부담중량을 차등 적용하는 별정중량 방식으로 전환돼 시행됐다. 이후 2015년부터는 우수마 발굴이라는 취지를 구현하기 위해 마령중량 방식으로 변경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랑프리는 제1회와 제2회 2연패를 달성했던 ‘포경선’을 시작으로 ‘차돌’, ‘가속도’, ‘신세대’, ‘새강자’, ‘동반의강자’, ‘감동의바다’, ‘경부대로’, ‘클린업조이’, ‘트리플나인’까지 수많은 명마들이 자신의 명예에 방점을 찍은 대상경주가 됐다.
2009년 서울경마장과 부경경마장의 오픈경주가 시행됐는데, 첫 해 서울의 ‘동반의강자’가 우승컵을 안았지만 이후 작년까지 10번의 대회에서 부경마가 7회 우승을 차지하며 우위를 보여 왔다.
그랑프리는 국산마의 질적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기록도 가지고 있는데, 국산마 생산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던 1999년 당시 최고의 국산마로 꼽히는 ‘새강자’가 국산마 최초로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했고, 2000년 ‘즐거운파티’가 2년 연속 국산마 우승을 일궈내며 국산마 생산계에 큰 호재를 안겨줬다. ‘새강자’의 그랑프리 우승 이후 ‘즐거운파티’(2000년), ‘플라잉캣’(2006년), ‘미스터파크’(2010년), ‘인디밴드’(2103년), ‘경부대로’(2014년), ‘파워블레이드’(2017년), ‘트리플나인’(2018년) 등 걸출한 국산마들이 외산마들을 제치고 그랑프리 우승컵을 안은 바 있다.
총상금 8억원으로 치러지는 올해 그랑프리 대상경주는 막대한 우승상금은 물론 당해연도 최고의 경주마라는 타이틀이 걸려 있어 한마디로 부와 명예가 모두 걸려있는 빅매치라 할 수 있다.
올해 그랑프리는 상당한 빅매치가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올해초 두바이에서 활약을 펼쳤던 ‘돌콩’이 재기의 모습을 보이다가 훈련 도중 부상으로 인해 출전을 하지 못했고, 최종 출전두수가 10두에 그치면서 조금은 맥이 빠진 대상경주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최고 타이틀을 노리는 말들에겐 절대강자가 없는 호기가 되기 때문에 상당한 격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을 대표하는 경주마 중에선 한국말 중에선 최초로 코리아컵 우승을 차지한 ‘문학치프’를 필두로, 올해 5번의 대상경주에 출전해 파죽지세로 5연승을 달성하며 퀸즈투어 2번째 싹쓸이 최우수마에 오른 ‘실버울프’, 코리아컵 국제경주와 KRA컵 클래식에서 연속 2착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청담도끼’가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올해 우승 기록은 없지만 추입력이 좋은 ‘샴로커’와 국산 2등급마지만 장거리 추입력 좋은 ‘샤크대장군’도 막판 역전을 시도할 복병으로 지목된다.
서울 경주마에 비해 전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부경을 대표하는 경주마 중에선 작년 싱가포르 원정에서 3착을 기록했던 ‘투데이’와 역시 부경 19조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동반 출전하는 ‘뉴욕망치’, 작년 그랑프리 5착 경험이 있고 최근 장거리 2연승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그레이트킹’이 우승에 도전하겠다.
그리고 현재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2016년 7월 1등급에 오른 이후 풍분한 경주경험이 있고 2017년 그랑프리 2착 입상을 했던 ‘동방대로’와 최근 주춤한 성적이지만 올해 초반 장거리에서 강세를 보였던 ‘점보블레이드’도 기회를 엿볼 전망이다.
특히 올해 그랑프리에서 흥미를 끄는 것은 최근 2년 연속 국산마가 우승을 했는데, 과연 올해도 여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올해 그랑프리에 출전하는 국산마는 ‘투데이’와 ‘샤크대장군’인데, 우승권에 보다 가까운 말은 ‘투데이’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부경의 김영관 조교사가 그랑프리에서 2012∼2013년 2연승과 2017∼2018년 2연승을 기록했는데, 과연 그랑프리 3연승과 더불어 그랑프리 개인 통산 6회 우승을 기록할 수 있는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그랑프리 역대전적을 보면, 암말이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마사회 경주기록이 전산화(1985년 이후)된 이후 34회 동안 6회에 불과한데, 유일한 암말 출전마인 ‘실버울프’가 암말 우승을 차지하는가도 중요한 이슈다.
‘실버울프’의 경우 올해 대상경주에만 5회 출전해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미 통산 대상경주 최다우승을 경신한 상태에서 대상경주의 끝판왕인 그랑프리 우승으로 자신의 커리어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가에 따라 값어치가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데뷔 6년차를 맞이한 송문길 조교사(40조)는 ‘실버울프’가 우승할 경우 2016년 자신의 첫 대상경주 우승인 그랑프리(‘클린업조이’) 우승을 재현할 수 있게 된다.
재수생(?)들의 인생역전 가능성도 관심을 끌 수 있다. 우선 ‘청담도끼’가 재작년 4착에서 작년 준우승을 한 이후 올해 3회 연속 출전을 하면서 3수생 신화에 도전하고 있고, ‘동방대로’는 2016년 8착, 2017년 준우승을 차지한 후 작년에는 출전하지 않았다가 3번째 도전에 나서고 있다. ‘투데이’·‘그레이트킹’·‘문학치프’(이상 2018년 출전)와 ‘실버울프’(2017년 출전)도 재수생들이다.
그랑프리가 시행되는 8일에는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8일 하루동안 무료입장이 시행되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중문광장과 잔디광장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만나볼 수 있다.
올해 대미를 장식하는 대상경주 그랑프리 품격에 맞게 20명 규모 크라운 마칭밴드의 화려한 퍼레이드쇼가 펼쳐지며, 2020년 새해 소원을 적어 크리스마스트리에 걸면 추첨을 통해 202명에게 송년선물을 증정하는 ‘소원트리 이벤트’도 열린다.
또한, 크리스마스 데코와 귀여운 말 캐릭터로 꾸며진 이색 포토존에서는 추억의 순간이 담긴 폴라로이드 사진을 선착순 2020명에게 증정한다.
역대 우승마, 경주 성적 등 그랑프리의 역사를 활용한 OX퀴즈, 우승마 맞히기 등 경품이 걸린 퀴즈 이벤트도 준비돼 있고, 그랑프리가 시작되는 오후 4시 45분경에는 가로 127m 규모의 대형 전광판 ‘비전127’을 이용해 생중계로 이색 응원 이벤트도 펼쳐진다.

<그랑프리 우승컵, 전통을 만든다>
한국마사회는 한국 경마의 상징을 만들기 위해 ‘그랑프리’ 우승컵 제작을 결정했으며, 한국의 미(美)와 경마의 정통성을 담은 영구 트로피로 제작했다. 한국마사회 말박물관과 작가 최용훈의 협업으로 디자인했다. 14K 도금이며, 천마와 왕이 등장하는 한국 전통 모티프들을 사용하여 ‘그랑프리’의 권위를 상징하도록 했다.
상부의 잔은 고려시대 국화문 상감 마상배(馬上杯)에서 형태를 가져왔으며 바닥이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마상배는 기마민족들이 사용한 뿔잔에서 기원하며 왕이 전장에 나가는 말 위의 장수에게 술을 하사할 때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잔의 배부분 정면에는 신라 천마총 출토 다래에 그려진 천마를 음각하였고, 양 측면에는 마상배에 장식된 국화문 대신 한글 ‘그랑프리’를 꽃잎처럼 새겼다. 가운데 부분에는 삼국의 재갈 4조를 세로로 세웠고, 하부 좌대의 붉은 목재와 금속 라인은 말의 굽과 편자를 나타낸다.
한국마사회 김낙순 회장은 “한국의 우아한 아름다움과 대회의 권위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100년을 바라보는 한국 경마에 ‘그랑프리’ 우승컵이 멋진 아이콘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권순옥 | 경마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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