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기수들, 경마기수노조 설립 추진
8일 노조창립 총회 열고 초대 위원장에 오경환 부경기수협회장 선출
한국마사회, 언론의 지적에 반박자료 내고 해명 나서
부산경남기수들이 자체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고 문중원 기수 사고로 불거진 진통이 쉽게 사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경남기수들은 지난 8일 경마기수노동조합 창립총회를 개최했는데, 부경기수노조 창립 총회는 부산경남경마장 소속 기수들의 노동3권 확보를 위한 노조 설립 신고를 목적으로 개최됐다.
이번 부경기수노조 창립 총회에는 소속기수 34명 중 19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조 창립에 대한 의견을 나눈 뒤 투표로 초대 위원장을 선출했다. 초대 위원장에는 현 부산경남경마장기수협회장(한국경마장기수협회 부산경남지부장)인 오경환 기수가 선출됐다.
부경기수협측은 “태풍이 와도 말을 타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간 마사회에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전달할 기회가 사실상 없었다”며, “단체 교섭권으로 정당하게 기수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노조를 설립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그동안 부경기수들이 조합원으로 소속됐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선 부경기수노조 설립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측은 지난해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조 설립이 가능하다는 판결이 연이어 나오면서 한국마사회 영향아래 있는 기수들의 노조 결성도 큰 무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경기수노조는 늦어도 내주 초엔 노조 설립 신고를 부산시와 고용노동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부경기수들은 2018년 공공운수노조 산하에 경마기수지부를 꾸렸지만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라 노조 설립신고는 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배달앱 ‘요기요’ 소속 라이더들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했고, 마찬가지로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된 재택위탁집배원들도 지난해 4월 대법원으로부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판결을 받았다. 학습지 교사 역시 2018년 6월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는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택배·대리운전 노동자들도 노조설립을 신고하고 노조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한편, 부경기수노조의 창립총회 과정에서 마사회가 이를 막아서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공공운수노조,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에 따르면, 공공운수노조 간부와 지역 연대단체가 총회에 참석하려 하자, 부경마사회본부는 마사회법을 근거로 총회가 열리는 건물의 출입을 막아섰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들은 마사회의 출입통제에 거세게 반발하며, 해당 건물에 대한 출입은 이전부터 상시적으로 이뤄져왔는데, 이번 마사회의 출입통제 행위는 기수노조 결성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부산경남본부 관계자들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9일 고 문중원 기수 건과 관련한 언론들의 무분별한 부당 지적에 대해 반박 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마사회는 경마가 다단계 하청 구조로 시행된다는 지적에 대해 마사회는 경마를 주최하는 기관이며, 경주에 참여하는 마주는 구단주, 조교사는 감독, 기수는 선수의 역할을 하므로 이에 따라 상호간 계약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일각에서 주장하는 다단계 하청구조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한 5착내 입상해야 상금을 받으므로 기수들의 생계 보장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기수가 받는 전체 소득 중 경주성적에 따라 지급받는 순위상금은 전체 기수 소득의 45%에 불과하며 나머지 55%의 소득은 경주 성적과 무관하게 경주에 출전하면 받게 되는 기승료와 경주마를 훈련시킨 대가로 받는 조교료 등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수들의 평균 소득은 연간 1억 2000만원을 상회하며 성적 하위권 기수들도 기승료, 조교료 등의 수입을 통해 평균 소득이 약 7000만원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새롭게 1인당 일 기승횟수를 7회로 제한한 것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1월 첫째 주 금요일의 경우 1인당 평균 기승횟수(약 6회) 미만으로 기승한 기수의 비중이 전년 동기간 대비 22.8%가 감소했고, 일요일에는 21.3%가 감소하는 등 기승 독식 방지의 제도적 효과가 현저히 나타났다며, 이는 하위권 기수들에게도 기승기회가 많아진다는 의미이며 이에 따라 5위 안에 들지 못하더라도 기승료 수입이 증가하므로 소득의 안정성은 더욱 높아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순옥 | 경마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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