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서울경마장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일부 민노총 조합원, 경마장 관람대에서 유인물 1만장 살포
일부 경마팬, ‘우리 권리는 누가 찾아주냐’ 항의
한국마사회와의 집중교섭 결렬을 알리며 전방위적인 마사회 압박에 나선 민노총이 8일 서울경마장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경마장 관람대에서 유인물을 뿌리고 경찰들과 대치를 하는 과정에서 경마장을 찾은 경마팬들이 진입로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지난 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서울경마장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회에 앞서 경마장 관람대내에 진입해 경마팬에게 유인물을 뿌리고, 경마장 출입구와 마사회 본관을 막아선 경찰과 마사회측에 항의하고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마사회 측은 이날 오전부터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정문과 북문 일부를 폐쇄했다. 경찰은 경마공원 내에 대형버스 34대 등을 동원해 경력을 투입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일부는 낮 1시50분께 경주가 끝난 시점, 관람대에서 그간 마사회 비리를 알리는 유인물 1만장을 뿌리며 “71년 적폐권력 마사회 해체하라”, “김낙순을 처벌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유인물에는 마사회가 △2017년 워커힐호텔 화상경마장 내 외국인 도박단 활동을 묵인해 200억원의 세금회피 등 국부유출을 방조해왔다는 보도내용과 △임직원의 성폭력과 사문서 변조 등에 면죄부 징계해왔다는 지난해 국정감사 결과 △부산경남경마공원 내 7명의 자살을 묵인해온 사실 등을 담았다.
한국마사회는 경마가 열리기 전부터 당일 민주노총의 집회가 있음을 관람대내 경마팬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렸고, 5경주 후부터 관람대내에 민노총 조합원 일부가 들어왔다며 경마팬에게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500여명은 이날 낮 2시께 과천 경마공원 내 김낙순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마사회 본관 앞에 모여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찰 측은 본관 유리 정문을 버스로 가로막은 뒤 양쪽에 경력을 배치해 30여분 충돌이 이어졌다.
마사회 본관 앞에 앉아 발언을 하던 민노총 조합원들은 발언을 마친 뒤엔 정문 기둥에 ‘마사회 해체’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걸었고 같은 내용의 스티커를 문 앞 버스와 마사회 본관 입구 등에 붙이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본관 앞 집회에 이어 오후 3시경 경마장 정문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정부는 마사회 적폐를 도려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 정부 관리감독을 강화하도록 한국마사회법도 개정해야 한다. 살인기업이 돼가는 마사회 적폐를 정부가 방치한다면 정부도 공범”이라고 말했다.
고 문중원 기수의 아버지 문군옥씨는 “한국마사회는 부산에서 일어난 일이니 부산경마장 관계자와 얘기하라 한다. 그리고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답하겠다고 한다. 수사도 두 달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속수무책”이라고 토로했다. 문씨는 “우리 유가족 모두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지고 독하게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바란다”며 “우리의 요구는 부산경마장 내 죽음을 멈추려면 서울과 제주경마장과 같은 구조로 변해야만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경마장 집회에 대한 경마팬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났는데, 대부분의 경마팬들은 고문중원 기수의 사망에 대해 마사회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유가족에게 적절한 보상과 재발방지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민노총 관계자들이 관람대내에서 유인물을 뿌리고, 집회로 인해 경찰들이 경마장 진입로를 일부 폐쇄하는 등 불편이 이어지자, 제3자인 민노총이 협상을 주도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목소리들이 커지기 시작했다.
결국 오후에 접어들면서 경마장을 찾은 경마팬들이 정문을 이용하지 못하고 북문 등으로 돌아서 들어오는 불편을 겪고, 경마장을 나가려는 경마팬들도 불편을 겪게 되자 이에 대한 항의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적지 않은 경마팬이 ‘우리의 권리는 누가 찾아주냐’는 볼멘소리로 항의를 했다.

권순옥 | 경마취재기자
저작권자ⓒ 검빛닷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