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프> 속 놀라운 승마 액션,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 조인성이 3개월간 훈련해 CG 없이 소화한 〈호프〉의 승마 액션
- 말의 속도와 지구력, 2인 기승, 마상 낚아채기까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영화적 허용일까?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극장가를 달구는 가운데, 관객들 사이에서 유독 화제가 된 장면이 있다. 배우 조인성이 말을 타고 숲과 국도를 질주하는 추격 시퀀스다. 조인성은 이 장면들을 위해 3개월간 매주 2~3일씩 승마 훈련을 받았고, 주요 액션 장면을 CG의 도움 없이 직접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스크린 속 그 장면들은 실제로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 한국마사회가 관객들의 궁금증을 풀어봤다.
■ Q1. 극 중 말의 속도는 얼마나 될까?
영화 속 말의 품종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 경주마 품종인 '서러브레드'의 평균 최고 속도는 시속 60km 정도다. 서울경마공원의 2,000m 경주 최고 기록 2분 4초 3을 시속으로 환산하면 약 58km가 나온다.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른 경주마 최고 속도는 70.35km다.
다만 영화 속 무대는 경마장이 아니다. 평탄한 모래 주로가 아니라 나무와 바위가 뒤엉킨 숲이고, 시야가 막힌 험지에서의 전력 질주는 실제 승마에서는 극히 위험해 반드시 속도를 제한한다. 마사회 관계자는 "숲길에서 낼 수 있는 현실적인 속도는 경마장 기록보다 상당히 낮을 수밖에 없다"며 "자동차만큼 빨리 달리는 외계인이 말 한 마리를 놓치는 것은 영화적 허용"이라고 말했다.
■ Q2. 그 속도로 계속 달릴 수 있을까?
없다. 이것이 영화와 현실의 가장 큰 차이다. 말은 마라토너라기보다는 폭발적인 단거리 주자다. 경마 경주 거리가 대부분 1,000~3,000m대에 머무는 것도 이 때문으로, 최고속도에 가까운 질주는 체력소모가 크기 때문에 오랜시간 지속하기 어렵다.
즉, 현실의 말 추격전은 시종일관 전력질주가 아니라 질주와 감속을 반복하며 호흡을 고르는 형태에 가깝다. 조인성 배우가 말한 "말과 호흡을 맞추는 어려움"에는 말의 체력을 읽고 배분하는 감각도 포함된다.
■ Q3. 달리는 말 위에서 사람을 낚아채는 것이 가능한가?
극 중 어촌계 리더 현호(서범식 분)가 말을 몰며 조인성을 낚아채는 장면은 “저게 가능한가”라며 많은 관객의 입을 벌어지게 한 대목이다. 한 손으로 고삐를 쥐고, 다른 한 손으로 성인 남성을 들어 올리는 동작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극히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이다. 근거는 뜻밖에도 한국의 전통 무예에 있다. 조선시대 '마상재(馬上才)'는 달리는 말 위에서 서기, 눕기, 몸을 옆구리로 숨기기 등을 겨루던 종목으로, 기병의 기마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군사 훈련 종목이자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선보이던 국가 대표 기예였다. 달리는 말 위에서 상체를 크게 움직이는 동작은 훈련된 사람과 말에게는 수백 년 전부터 실재한 기술이었던 셈이다.
배우의 이력도 설득력을 더한다. 현호 역의 서범식은 무술감독 출신의 베테랑 배우이며, 영화의 첫 티저 포스터에서 말을 타고 등장한 인물도 그였다. 다만 마사회 관계자는 "훈련된 배우와 촬영용 마필, 안전 관리 인력이 갖춰진 통제된 환경에서만 가능한 동작이다. 일반적으로 쉽게 따라할 수 없다"고 전했다.
■ Q4. 말 한 마리에 두 사람이 타고 질주할 수 있나?
극 중에는 한 마리 말에 두 사람이 함께 올라 달리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짧은 거리는 가능하지만 말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크기 증가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승마 방식으로 권장되지는 않는다. 말이 감당할 수 있는 하중은 말의 품종과 체격, 근육량, 훈련 정도뿐 아니라 안장과 장비의 무게, 이동거리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승마 업계에서는 통상 말 체중의 20% 이내를 권장 기준으로 삼는데, 500kg인 말이라면 사람과 안장을 합쳐 100kg 안팎이 권장된다. 성인 남성 두 명이 타면 무게는 단숨에 150kg 안팎으로 뛴다.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장거리 이동은 말의 부담과 안전 위험이 매우 커진다.
■ Q5. 말 위에서 총을 쏠 수 있나?
이 역시 전통에 답이 있다. 달리는 말 위에서 활을 쏘는 '기사(騎射)'는 마상재와 함께 우리 조상들이 겨루던 대표적 기마 무예였다. 관건은 사람보다 말이다. 포식자로부터 도망치도록 진화한 말은 큰 소리에 극도로 민감해, 총성에 놀라지 않도록 하는 '둔감화 훈련'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촬영에 투입되는 말들은 이런 훈련을 거친 전문 마필이다.
■ 진짜 말을 만나는 법
영화 속 액션은 오랜 훈련과 철저한 안전 관리 위에서 완성된 결과물이다. 그러나 말을 만나는 경험 자체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한국마사회는 말과의 교감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신체 균형 회복을 돕는 '힐링승마'를 운영하고 있다. 2026년에는 전년 대비 300명 늘어난 약 4,000명 규모로, 소방관·경찰관 등 사회공익 직군과 취약계층은 물론 일반 국민도 참여할 수 있다. 하반기 과정은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되며, 신청은 8월 말 호스피아(horsepia.com) 홈페이지를 통해 받는다. 별도 심사 없이 자동 추첨으로 선발한다.
한국마사회, 여름철 경마 안전관리 강화
■ 경주마 고온 노출 줄인다… 8월 30일까지 경주 진행 기준 한시 조정
한국마사회는 이상고온에 따른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경주마와 경마관계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8월 30일까지 혹서기 경주 진행 기준을 한시적으로 조정한다.
이에 따라 경주마의 예시장 입장과 경주로 출장 시각이 각각 5분 및 2분씩 늦춰지며, 기수가 예시장에 나가지 않고 지하마도에서 기승할 수 있는 기준을 기존 경주 간격 25분에서 30분까지 확대한다.
이를 통해 기수와 관계자에게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 시간을 보장하고, 경주마의 고온 노출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조정 기준은 6월 27일부터 8월 30일까지 적용된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폭염은 경주마뿐 아니라 기수와 말관리사 등 경마관계자의 건강과 안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기온과 현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경마일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렛츠런파크 서울의 이색 직업 ‘경마 아나운서’
- 1998년생 MZ세대 이문용 아나운서, 지난 18일 데뷔전 치르며 경마팬들에게 첫 선 보여
- ‘전년도 경주영상 전수 분석’ 최종합격 비결로 꼽아...선배 아나운서 장점 밑거름 삼아 ‘나만의 중계 스타일’ 만들어 갈 것
한국마사회(회장 우희종) 렛츠런파크 서울에 새로운 목소리가 등장했다. 지난 2월 한국마사회에 공채로 입사한 이문용 아나운서가 약 4개월간의 훈련 끝에 경마 중계에 데뷔한 것이다.
이문용 아나운서는 18일 토요일 서울 2경주에서 차분하면서도 안정적인 목소리로 첫 중계를 시작했다. 출발부터 결승선 통과까지 경주 흐름을 놓치지 않고 전달하며 무사히 데뷔전을 마친 그는 ‘경마장의 꽃’으로 불리는 경마 첫발을 내디뎠다.
경마 중계는 정해진 대본이 없다. ‘추입’이나 ‘다크호스’ 같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경마에서는 경주 전개 중 순위가 뒤바뀌는 역전 드라마가 수시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또한 베팅 스포츠인 만큼 경주 상황과 출전마의 순위를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여러 마리의 말을 실시간으로 구분하면서 위치 변화와 승부처를 동시에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경마 아나운서들이 1분 남짓한 중계를 위해 출전마의 최근 성적과 주행 습성, 기수와 조교사 정보를 수십차례 반복해 분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마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직업이지만, 매 경주 실수 없이 중계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다. 화려해 보이는 모습 뒤에 끊임없는 분석과 연습, 긴장감이 공존하는 결코 쉽지 않은 직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8년생 MZ세대 이문용 아나운서가 경마 아나운서를 지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래는 그와의 1문 1답이다.
Q1. 경마 아나운서를 지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A1. 홋카이도 소도시로 여행을 갔을 때 경마 아나운서가 중계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목에 핏대를 세우며 열정적으로 중계를 한 후 환호하는 관객들을 향해 활짝 웃는 모습이 매우 행복해 보였는데,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한국마사회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고, 이건 운명이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지원하게 되었다.
Q2. 본인이 생각하는 합격비결은?
A2. 서류 지원기간부터 매주 렛츠런파크에 방문해 현장의 분위기를 읽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 경마팬과 친해져 경마 기본 상식부터 팬들이 생각하는 경마의 묘미를 경청하고 공감하려고 애썼다. 2025년도 경주영상을 모두 봤고 이동 중에도 라디오처럼 경마 중계를 들으며 친숙해진 것도 실무 면접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
Q3. 경마중계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역량은?
A3. 무엇보다 ‘순발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나운서’의 꿈을 갖고 준비하면서 연습했던 수많은 장르 중에 경마 중계가 단연 어렵다고 느끼는데 분당 발화가 많고 발음이 어려운 마명도 많기 때문이다. 해설위원과 함께하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오롯이 혼자 중계해야 하는 점도 부담감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자유자재로 컨트롤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순발력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Q4. 롤모델로 생각하는 경마 아나운서는?
A4. 앞서 말한 것처럼 2025년도 경주 영상을 모조리 봤는데, 모든 선배님들이 롤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 중계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나운서 선배님들 개개인의 장점이 각각 달라 그 매력들을 다 조합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력이 가장 긴 김수진 아나운서의 위트있는 표현, 경마에 대한 높은 이해도, 같은 남성인 박화중 아나운서의 폭발적인 샤우팅과 시적인 표현 등이 그 예이다.
첫 중계라는 긴장감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데뷔전을 마친 이문용 아나운서는 이제 막 출발선을 통과했다. 선배 아나운서들에게 배운 각기 다른 장점을 밑거름 삼아 경주의 박진감을 생생하게 전하는 자신만의 중계 스타일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렛츠런파크 서울에 새롭게 울려 퍼진 그의 목소리가 앞으로 경마팬들에게 어떤 설렘과 감동을 전하게 될지 기대를 모은다.
<자료 제공: 한국마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