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 타임캡슐] 2016년 10월, 미국 브리더스컵부터 쇼미더머니까지

  • 운영자 | 2026-10-2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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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마 타임캡슐] 2016년 10월, 미국 브리더스컵부터 쇼미더머니까지
- ‘J. S. 초이스', 한국마사회 소유마 최초로 미국 브리더스컵 출전
- '무관의 제왕' 클린업조이, KRA컵 클래식서 첫 대상경주 우승
- 비와이·스윙스·박재범이 경마공원 무대에... '렛츠런파크 뮤직페스티벌'
 

2016년 10월, 한국경마는 안팎에서 새로운 무대와 얼굴을 만났다. 마사회가 미국에서 키운 경주마는 '경마 올림픽'으로 불리는 브리더스컵에 출전했다. 국내에서는 '무관의 제왕'으로 불리던 경주마가 마침내 서울 최강마로 우뚝 섰고, 경마공원은 영화관과 힙합 공연장으로 변신해 새로운 관객을 맞았다.

 

■ ‘J. S. 초이스', 브리더스컵 무대에 서다




2016년 10월 1일, 미국 뉴욕 벨몬트 경마장에서 열린 2세마 경주 ‘Pilgrim Stakes(미국 GⅢ)’에서 마사회 소유마 ‘J. S. 초이스'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J. S. 초이스는 이 준우승을 발판으로 마사회 소유마로는 처음 미국 브리더스컵 출전에 성공했고, 미국 현지에서도 놀랍다는 평가가 나왔다.
 

J. S. 초이스는 마사회가 2015년 미국에서 사들여 현지 조교사에게 맡긴 미국산 수말이다. 출전 세 번 만에 구매가(7만5천 달러, 당시 약 9,000만 원)에 맞먹는 상금을 벌어들였다. 이 말을 고른 것은 마사회가 자체 개발한 경주마 선발기술 '케이닉스(K-NICKS)'였다. 능력이 검증된 경주마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경주마의 DNA를 비교해 자마의 능력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J. S. 초이스는 우수한 말을 일찍 찾아내 현지 경주로 자질을 검증하는 케이닉스 사업의 첫 성과로 꼽혔다.

 
J. S. 초이스는 그해 11월 4일 미국 산타아니타 경마장에서 열린 '브리더스컵 주버나일 터프(GⅠ)’에 출전했다. 조련은 미국 명조교사 토드 플레처가 맡았고, 현지에는 한국 응원단이 대거 찾아 경주를 지켜봤다. 상대는 미국 각지의 대상경주 우승마들에 유럽 최강 마방인 아일랜드 에이단 오브라이언 조교사의 말들까지 가세한 세계 최정상급 2세마들이었다. 이들과 겨룬 J. S. 초이스는 1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세계 정상의 벽은 높았다. 그래도 마사회 소유마가 브리더스컵 무대를 밟았다는 것은 한국경마가 세계를 향해 내디딘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

 
5년 뒤 케이닉스는 더 큰 결실을 맺었다. 2021년 마사회 소유마 '닉스고(Knicks Go)'가 상금 600만 달러의 브리더스컵 클래식을 제패했다. 같은 해 페가수스 월드컵 우승까지 더한 닉스고는 2021년 '올해의 말'로 선정됐다. 그리고 올해 1월, 닉스고는 마사회 제주목장에 도착해 씨수말로 새 출발을 했다. 마사회는 국내 생산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닉스고의 교배 130두를 전액 무상으로 진행한다. 10년 전 브리더스컵 무대에 처음 선 케이닉스의 도전은 이제 한국 말산업의 혈통을 바꾸는 단계에 이르렀다.

 

■ 1만4천 달러의 반란, '무관의 제왕' 클린업조이



2016년 가을, 서울 경마팬들의 시선은 한 마리의 외산마에 쏠려 있었다. 서울 최고 레이팅마 '클린업조이'였다. 클린업조이는 그해 첫 세 경주를 내리 이기며 서울 최강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큰 무대에서는 늘 한 걸음이 모자랐다. 전년도 그랑프리에서는 3위, 그해 7월 부산광역시장배에서는 4위에 머물렀다. 실력은 최정상인데 대상경주 우승이 없는 말, '무관의 제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10월 16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KRA컵 클래식(GⅡ)’은 그 꼬리표를 뗄 기회였다. 국산마가 한 마리도 출전하지 않아 서울 최강 외산마를 가리는 2000m 경주로 치러졌다. 클린업조이는 단승 배당 1.3배의 압도적 인기를 안고 출발대에 섰다. 이날 함완식 기수는 평소와 다른 작전을 꺼내 들었다. 후미에서 막판 추입을 노리던 평소와 달리, 출발이 매끄럽지 않았는데도 곧바로 앞으로 나서 선두권에 자리를 잡았다. 비에 젖은 주로에서 이 선택은 적중했다. 직선주로 입구에서 선두로 나선 클린업조이는 2위 '언비터블'을 7마신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대상경주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20번째 출전에서 거둔 10번째 우승이었다.

 
상승세는 연말까지 이어졌다. 12월 18일 시즌 마지막 경주인 그랑프리(GⅠ, 2300m)에서 클린업조이는 초반부터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다. 대통령배 2연패의 '트리플나인'과 그해 삼관마 '파워블레이드'가 끝까지 추격했지만 순위는 바뀌지 않았다. 한국경마를 대표하는 두 스타를 모두 꺾은, 그해 최강마의 탄생이었다.

 
클린업조이는 2013년 미국 플로리다의 2세마 경매에서 1만4천 달러(당시 약 1,600만 원)에 들여온 말이었다. KRA컵 클래식 우승 무렵에는 이미 몸값의 50배가 넘는 80만 달러 이상의 상금을 벌어들인 상태였다. 몸값이 아니라 실력으로 정상에 오른, 2016년 가을의 가장 극적인 이야기였다.

 

■ 경주가 끝난 경마공원, 극장과 공연장이 되다

10월 15일 저녁 7시, 렛츠런파크 서울의 대형 전광판 '비전127'에 경주 대신 영화가 걸렸다. 비전127은 그해 9월 첫선을 보인 가로 127.2m, 세로 13.6m의 전광판으로, 공개 당시 경마장 전광판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였다. 마사회는 전광판 설치를 기념해 '무비 페스티벌'을 열고 영화 '나우 유 씨 미 2'를 상영했다.
 

2주 뒤인 10월 29일 밤에는 경마공원이 공연장이 됐다. 2015년 첫 회가 조기 매진된 데 이어 두 번째로 열린 '렛츠런파크 뮤직페스티벌 VOL2'에는 그해 '쇼미더머니' 시즌5 우승자 비와이를 비롯해 스윙스, 박재범, 사이먼디, 그레이, 로꼬, 어글리덕 등이 무대에 올랐다.

 
10년이 지난 올해, 렛츠런파크 서울의 가을은 더 풍성한 축제로 이어졌다. 지난 10월 열린 가을축제에서는 드론 400대가 한국전쟁에서 활약한 군마 '레클리스'의 이야기를 밤하늘에 그렸고, 포니랜드에서는 세계의 말 12종을 만나는 '살아있는 말박물관'이 열렸다. 10년 전 처음 영화를 상영했던 비전127에서는 올해 동물영화제가 관객을 맞았다. 경주가 끝난 경마공원에 불을 밝혔던 10년 전의 시도는 이제 렛츠런파크 서울의 가을을 대표하는 풍경이 됐다.




1분의 질주, 그 뒤의 '팀'… '스포츠의 날'에 다시 보는 경마
- 규칙·심판·도핑 검사까지… 경주로 위에서 펼쳐지는 '진짜 스포츠’
- 조교사·관리사·장제사·수의사, 기수와 경주마를 만드는 숨은 팀




 

출발 게이트가 열리고 1분 남짓. 500kg이 넘는 말 위에서 기수는 안장 위로 몸을 띄운 채 잔뜩 웅크린 자세로 결승선까지 내달린다. 시속 60km의 속도 속에서 균형을 잡는 체력, 찰나에 승부처를 읽어내는 판단력, 그리고 말과의 호흡까지. 사람과 동물이 한 팀이 되어 겨루는 몇 안 되는 스포츠, 경마다. 지난 15일 '스포츠의 날'을 맞아 경주로 위의 승부와 그 뒤편을 들여다봤다.
 

■ 경마는 왜 스포츠인가

경마라고 하면 여전히 관중석과 전광판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경주로 위의 승부만 놓고 보면, 경마는 스포츠가 갖춰야 할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경마에는 출발부터 진로, 채찍 사용까지 세세한 규칙이 있고, 심판 역할을 하는 재결위원이 경주 전 과정을 지켜본다. 간발의 차로 승부가 갈리면 사진 판독으로 순위를 가리고, 능력이 뛰어난 말에게는 더 무거운 부담중량을 지워 경쟁의 균형을 맞춘다. 경주마는 사람 선수의 도핑 검사처럼 금지약물 검사도 받는다.
 
무엇보다 승부는 땀으로 결정된다. 경주마는 매일 훈련으로 체력을 끌어올리고, 기수는 체중을 관리하며 몸을 만든다. 훈련하고, 기록에 도전하고, 결과로 증명하는 것. 스포츠의 본질은 경주로 위에서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여느 프로 스포츠처럼, 선수 뒤에는 그들을 만드는 팀이 있다.

 

■ 선수를 만드는 사람들

팀의 감독은 조교사다. 말의 컨디션에 맞춰 훈련 강도와 출전 경주를 정하고, 경주 당일에는 기수와 함께 작전을 짠다. 말의 하루를 가장 오래 곁에서 지키는 사람은 마필관리사다. 사료를 얼마나 남겼는지, 걸음걸이가 어제와 다른지, 말이 표현하지 못하는 작은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챈다.

 말에게 축구화와 같은 발굽은 장제사가 책임진다. 발굽 상태와 걸음 습관에 맞춰 편자를 맞추는 일은 경주 성적과 부상 예방에 직결된다. 수의사는 훈련과 경주 전후로 말의 건강을 살피는 선수단의 메디컬팀이다.

 그리고 마지막 퍼즐, 기수가 있다. 새벽 훈련에서 직접 말에 올라 버릇과 컨디션을 익히고, 경주에서는 팀이 준비한 모든 것을 1~2분 안에 쏟아낸다.

 

■ 결승선은 팀이 함께 통과한다

관중석에서 보는 것은 결승선을 먼저 통과한 한 마리 말과 기수지만, 그 순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함께 땀 흘린 팀 전체의 결과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경마는 규칙 아래 공정하게 겨루고, 훈련으로 실력을 증명하는 엄연한 스포츠이자 수많은 사람이 함께 완성하는 팀 스포츠"라며 "스포츠의 날을 맞아 경주로 뒤편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이들에게도 응원을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 말박물관 초대전, 이소희의 ‘읽히지 않은 시간’ 개막
- 말과 사람의 삶 속에 기록되지 않은 의미를 찾아
-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로 만들어지는 개개의 신화 



한국마사회 말박물관(회장 우희종)은 오는 10월 23일(금) 10시 이소희 초대작가전 《읽히지 않은 시간》을 개최한다. 말과 사람의 삶에서 기록되거나 기억되지 않은 순간들, 평범한 하루와 그 안에 축적된 소중함을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경주마에게도 달리고, 도착하고, 순위와 주파시간으로 남겨지는 순간들이 있으나 한 마리 말의 일생은 이러한 기록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태어나 어미 곁에 머물고, 젖을 먹고, 풀을 뜯고, 천천히 걷다가 어딘가를 멍하니 바라보는 순간처럼 어떤 결과로도 남지 않는 시간이 삶의 대부분을 채운다.

 작가는 말의 시간에서 사람의 삶을 발견한다.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은 특별한 순간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평범한 하루와 그 안의 소소한 과정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시 제목인 ‘읽히지 않은 시간’은 사라진 시간이 아니라 아직 그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시간이라는 작가의 시선을 담고 있다.

 작품을 보면 세밀한 묘사보다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중첩된 붓 터치와 색의 융합으로 현실과 꿈의 경계에 있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대표작 《시간의 시작》은 우리의 평범한 시간이 신화처럼 기억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를 보여준다. 유럽의 작고 오래된 성당에 들어서면 있을 것 같은 친근한 분위기이다. 나팔을 부는 천사와 구름 사이로 환하게 등장하는 백마는 말도 사람도 한 생명이 태어난 순간, 하나의 신화가 시작된다.


가끔은 무료하고 때로는 고단하지만 켜켜이 쌓인 일상이 모여 자신만의 신화를 이루어간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과천에 위치한 말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11월 29일(일)까지 열린다.

관람 문의(02-509-1287/1275) / 매주 월요일, 화요일 정기 휴관 



<자료제공:한국마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