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던댄서] 2010년 경마 결산 - 1/4분기

  • 운영자 | 2010-12-1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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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마에서 한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그랑프리(GⅠ)가 이번 주말에 열립니다. 물론 경마 시행일이 한 주 더 남긴 했지만 그랑프리가 끝나면 올해 경마도 모두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눈오는 지금방에서 홀로 잉여 잉여하다가 2010년이 정확히 4주 남은 사실을 확인하고는 올해 경마를 분기별로 매주 간단히 정리해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이 정리지 그냥 잡담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네요. 마사회 정책이나 사감위 등 경마 외적인 요소는 제외했습니다.


1월



<새해맞이기념 헤럴드경제배에서 우승을 차지한 '백년봉'>



1월의 둘째 주부터 시작된 2010년 경마는 8일(금) 부경경마공원에서 '위대한도전'의 승리로 시작되었습니다. 한해의 시작을 기분 좋게 시작한 '위대한도전'은 이후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9일(토) 10경주에 새해맞이기념 헤럴드경제배(L) 대상경주가 열렸습니다. 올해부터 대상 경주로 지정된 새해맞이 기념 경주는 이전처럼 1800m 2군 경주로 열리지만 총상금이 2억원으로 대폭 상승했습니다. 2010년의 첫 대상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백년봉'이었습니다. '백년봉'은 작년 '나이스초이스', '칸의제국', '러브캣'과 함께 과천벌의 미래를 책임질 3세 4인방으로 촉망 받아왔지만 번번히 동기들에게 밀려 홀로 2010년을 2군에서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1군으로 승군하였죠. 현재는 '트리플세븐'에 이어 국산마 2인자로 평가받는 '백년봉'이지만 정작 1군 승군 후 7경주에서 1승만을 기록 중입니다. 그러나 2위가 한번, 3위가 세번으로 상위권의 성적은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랑프리 2연패에 빛나는 '동반의강자'>


2008년에 이어 2009년 그랑프리도 손쉽게 접수한 황제 '동반의강자'는 1월 마지막 주에 출전하여 62kg의 고부중을 가볍게 이겨내며 11연승을 이어나갔습니다. 작년 최우수 3세마에 선정된 여제 '상승일로'도 2010년을 여유있는 승리로 시작하며 암, 수 최강자들의 2010년은 마냥 밝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배를 차지한 '나이스초이스'는 긴 공백을 견디지 못하고 밋밋한 걸음으로 4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때가 바로 '나이스초이스'가 무너진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세마 부문에선 '선봉불패'가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중거리에서 한계를 드러낸 것과는 달리 '머니카'는 1800m 경주에서도 압승을 거두며 2010년 가장 유력한 삼관마 후보로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부경 경마공원에선 '천년대로'와 '당대불패'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지만 '머니카' 만큼의 압도적인 모습은 보이질 못했습니다. 초대 최우수 3세마인 '개선장군'은 은퇴식을 갖고 씨수말로 전향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개선장군'이 교배한 암말은 총 4두로 모두 '개선장군' 소유자의 암말이었습니다.


2월



<세계일보배에서 우승을 차지한 '플로리다삭스'>



2월에는 혼합 암말 단거리 대상경주인 제9회 세계일보배(L)가 있었습니다. 혼합 2군 1400m로 펼쳐진 이 경주에서는 비록 거리 경험은 없지만 단거리에서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여 준 '플로리다삭스'가 선행을 차지한 후 단 한번의 역전도 허용하지 않고 7마신 차의 여유승을 거두었습니다. 특히 1분 25초9의 매우 우수한 기록을 남기면서 새로운 스프린터 유망주로 기대치를 높였습니다. 단, 부경 경마공원과는 달리 상위군의 경주 거리가 대부분 장거리인 서울 경마공원에서는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인데요, 오른쪽 앞다리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후 지난 주에 복귀해 바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전형적인 단거리 적성인 부경의 '나이트무브스'는 1400m의 경주에만 출전하면서 현재까지 8승이나 거두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플로리다삭스'의 능력이 '나이트무브스'보다 한단계 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어나는 거리를 버티지 못하게 되면 상당히 마음 아플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서울 경마공원에서도 중단거리 경주를 상위군에 편성했음 좋겠군요.




<대상경주 우승이 없어 20승에도 변변한 사진이 없는 '시크릿웨펀'>



저에게 2월은 '시크릿웨펀'이 몰락한 달로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정말 열렬히 좋아한 경주마라서 그랑프리 때의 참패가 정말 마음 아프기도 했는데요, 물론 기본적인 능력도 뛰어났겠지만 다른 경주마들을 압도하는 근성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1월 경주에서 비록 7착을 기록하긴 했지만 지나치게 외곽 게이트에다 '굿데이', '갈샘' 등 라이벌들의 여건이 좋았고 안쪽에 빠른 말들이 많아서 선입권에 자리를 잡지 못했고, 또 경주페이스가 지나치게 느렸던 점이 패인이었습니다. 게다가 이제 7세의 많은 나이와 59kg의 부담 중량도 '시크릿웨펀'의 우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조건이었습니다. 하지만 2월 경주에서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안쪽 게이트에 좋은 자리를 선점했는데요 불구하고 마지막 직선 주로에서 제자리 걸음만 보였습니다. 결국 휴양에 들어간 '시크릿웨펀'은 그대로 은퇴하게 됩니다. 통산 20승을 거두면서도포입마라는 신분의 벽 때문에 대상경주 우승이 전혀 없었던 무관의 제왕 '시크릿웨펀'은 비록 씨수말로 전향하긴 했지만 국내 경주마들이 모두 그러하듯 교배의 기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시크릿웨펀'의 마지막 경주에서 '트리플세븐'이 '백광'을 꺾으며 2010년 최강의 국내산마로 부각되기 시작합니다.



3월



올해 한국 경마의 가장 충격적인 뉴스를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부경 경마공원 소속의 故 박진희 기수가 자살한 사건입니다. 집에서 여유롭게 인터넷을 하고 있던 저는 박진희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배우 박진희인 줄 알고 무심결에 클릭했는데... 정말 그때만 생각하면...ㅠ 제가 복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오기 전 거의 격주로 부경 경마공원을 찾았었습니다. 제 친구가 박진희 기수의 열렬한 팬이어서 예시장에서 응원도 하고 하마대에서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었죠. 항상 알아봐주고 가벼운 목례로 수줍게 고마움을 전하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제 친구는 미니홈피 일촌도 맺고 쪽지를 주고받기도 했죠. 그러다가 학교를 다니면서 잠시 잊고 지냈는데... 이런 뉴스를 접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박진희 기수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14일 부경 경마공원의 모든 경주가 취소되었고, 김영관 조교사와의 갈등이 주된 자살 사유로 밝혀지면서 한때 19조에 소속된 경주마에 대한 부경 기수들의 기승 거부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부디 앞으로는 이런 슬픈 일이 없길 바라며 故 박진희 기수의 명복을 다시 한번 기원합니다.

한편 봄이 되자 4월에 시작될 클래식에 모든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머니카'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고 4연승을 몰아치며 급부상한 부경의 '당대불패'가 강력한 라이벌로 주목 받았습니다. 2세 때 1000m 국산마 기록을 갈아치우면 혜성처럼 등장한 '노던에이스'가 복귀하여 13마신의 여유로운 승리를 거두며 '머니카'에 대적할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르지만 건강이 그다지 좋지 못해 KRA컵마일에는 출전하지 못하고 더비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기 위해 컨디션 조절에 열중했습니다





출처:노던댄서님의 "아름다운 질주"
(http://blog.naver.com/dokin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