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던댄서]동반의강자'와 한국 경마의 현실

  • 운영자 | 2011-02-0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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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출마등록 신청표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랑프리를 마지막으로 은퇴할 줄 알았던 '동반의강자'가 출전 신청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6세가 되어 전성기 시절의 경악할 경주력을 보여주기는 힘들겠지만 아직 상금을 벌어 들일 능력은 충분히 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으나 '동반의강자'를 정말 좋아했던 팬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멋진 모습으로 경주로를 떠나 훌륭한 번식마가 되어 제2의 '동반의강자'를 생산하길 기대했었기 때문인데요, 한국 경마 사상 최고의 경주마로까지 평가받는 '동반의강자' 또한 결국 한국 경마의 후진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앵벌이 신세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마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친 경주마는 번식마로서도 많은 주목을 받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주로를 달리는 기간은 3년 정도에 불과하다 해도 사실상 경마에 끼치는 영향은 15년 이상이 됩니다. 그리고 부가가치 또한 씨수말 시절이 월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한참 전성기를 구가하는 중이라도 일찍 씨수말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무리 잘 달린 경주마라 해도 은퇴를 하고나면 추억의 명마에 지나지 않는데요, 생산자들이 한국에서 맹활약했던 경주마보다는 미국에서 비싸게 수입한 씨수말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모습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지만 문제는 한국 경마의 생산 체계에 악영향을 끼칠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점입니다. 씨수말들의 해외 수급에만 의존하다보니 국내 경주마는 은퇴 후 부가가치를 전혀 생산하지 못하고 막말로 밥값만 축내는 잉여물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경마팬들에게 감동을 주고 한국 경마를 빛냈다고 하더라도 상금을 벌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비참한 모습을 보여가며 앵벌이 짓을 하게되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동반의강자'가 그랑프리 2연패한 직후 은퇴하길 바랬습니다. 그 다음 해부터 지나치게 높아질 핸디캡이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동반의강자'는 예상대로 높은 부담 중량으로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랑프리 3연패 실패는 물론, 많은 경마팬들을 가슴을 아프게하며 2010년을 마무리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 경마에서 명마는 경주마로든 씨수말로든 환영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부중 경주를 모두 회피했다면 작년 '동반의강자'가 출전할 수 있는 경주는 부산광역시장배와 그랑프리, 단 두 경주 뿐이었습니다. 뛰어난 경주마일수록 가혹한 조건이 기다리고 있는 경마 시스템으로는 마사회가 외쳐대는 선진화에 도달하기 힘듭니다. (물론 이러한 제도가 인간 사회에 적용된다면 세계 최고의 사회 복지 국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혹한 핸디캡과 경쟁을 저해하는 군체계가 현재 한국 경마 시스템의 문제점으로 항상 지적되고 있는데요, 경마 체제만큼이나 경마 선진화로 나아가는 마사회의 방향 설정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마사회가 선진 경마와 경마 대중화를 위해 홍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느낌을 항상 받고 있는데요, 그보다는 경마 시스템의 손질이 시급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경마를 즐기는 팬들에게조차 강한 허탈감을 안겨주어 정이 떨어지게 만드는 시스템으로 어떻게 선진화, 대중화를 이야기하는지 답답할 지경입니다. 사실 홍보면에서는 정부 정책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건 다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지원과 각종 홍보 사업 등 선진 경마 국가에서도 하지 못하는 일들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스스로 변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무감각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올해부터 겨우 상위군에 중, 단거리 경주 편성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대충 출마 현황을 살펴보니 핸디캡 면에서는 올해도 경마팬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도박이 아닌 레저를 표방하면서 왜 훈훈한 드라마가 아닌 꾼들이 환영하는 스릴러만 추구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잘 달리는 말이 우승을 하는 것은 스포츠면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논리인데 굳이 허리가 꺽일 정도로 제재를 가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할 문제입니다.





씨수말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3세 최우수마를 지정해서 포상금과 함께 강제 은퇴시키는 제도도 현재 한국 경마 상황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폼재기에 불과합니다. 씨수말로 전환해도 교배 상대를 구하는 일조차 변변찮은 현실에서 5억의 포상금을 줬으면 줬지 왜 굳이 은퇴까지 시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정말 그 경주마가 종마로 쓰이길 원한다면 씨수말로서의 능력을 평가받을 기회도 같이 제공해야 합니다. '무패강자', '제이에스홀드', '개선장군' 등 전설과도 같은 3세마들이 은퇴 후 생산한 자마 수를 보면 한숨이 다 나옵니다. 마사회는 비싼 수입 씨수말을 무작정 싸게 공급해 시장의 질서를 흐뜨릴 것이 아니라 국내 경주마들도 씨수말로 활약할 기회가 주어지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만약 '동반의강자'가 미국에서 씨수말로 데뷔해 든든한 암말 지원을 받는다면 리딩사이어가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물론 꿈같은 일이긴 하지만 절대 불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육성 시설과 휴양 시설, 씨수말의 자급 능력 지원 등에 쓰여야 할 돈이 과도한 씨수말 수입이나 불필요한 홍보로 인해 낭비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 비효율적인 문제점들을 하나씩 개선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울컥하는 심정에 두서 없이 몇 글자 쏟아냈지만 마사회에 대한 덕담이나 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출처:노던댄서님의 "아름다운 질주"
(http://blog.naver.com/dokinai)